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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광양=김현회 기자] 정말 스웨덴에서는 집에 방문한 손님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을까.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스웨덴은 식사 시간이 돼도 손님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는 글이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다. 미국의 정보 공유 소셜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 지난 5월 한 네티즌이 “스웨덴 친구 집에 갔던 일이 떠오르네요. 친구 방에서 놀고 있는데 걔 엄마가 저녁이 준비됐다고 부르더라고요. 그러자 친구가 나에게 가족들이 밥 먹는 동안 자기 방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는 글을 올린 게 발단이었다.

스웨덴인들도 이 이슈에 대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스웨덴 출신 유명 가수 사라 라르손은 트위터에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식사 시간에 친구 방에 내버려두거나 ‘2분 거리에 사니까 너희 집에 가서 밥 먹어’라고 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이상하지만 사실이다”라고 썼다. 스웨덴 작가 린다 요한손은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나는 스웨덴인이다-우리가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뭐가 문제인가?”라는 글을 썼다. 이는 ‘스웨덴게이트(Swedengate)’라는 이름으로 전세계로 퍼졌다.

그렇다면 스웨덴을 경험한 뒤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이 일을 물어보면 어떤 반응일까. 전남드래곤즈에서 뛰고 있는 플라나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세르비아에서 태어난 플라나는 코소보와 알바니아, 스웨덴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플라나는 2015년 스웨덴 3부리그 팀에서 데뷔해 이듬해 스웨덴 2부리그로 올라갔다. 이후 이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된 플라나는 2017년 같은 리그의 노르비로 임대 생활을 떠났다. 플라나는 스웨덴에서만 무려 7년을 뛴 뒤 전남으로 넘어왔다. 스웨덴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다.

8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전남드래곤즈와 부천FC의 경기를 앞두고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플라나는 “정말로 스웨덴에서는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밥을 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플라나는 “스웨덴에서 8년 동안 생활하면서 스웨덴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축구선수라는 특성상 외국인과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서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갑자기 식사시간이 되니 나만 밥을 안 주는 그런 경험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코소보인이고 스웨덴에 그런 문화가 있다고 한다면 존중할 것이다. 그런데 스웨덴이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플라나는 “스웨덴도 살기 좋은 곳이지만 한국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면서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축구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말 많은 이들이 친절하게 내가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이게 한국의 ‘정’이라고 알고 있다. 축구 외적으로 생활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스웨덴과는 문화가 다르지만 오히려 코소보 출신인 나한테는 코소보와 비슷한 면이 있어서 친근하다. 코소보에서도 나이 많은 사람에게 공손히 대하는 문화가 있어서 한국에서도 적응하는 게 어렵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스웨덴게이트’로 시작한 이야기는 한국과 코소보의 문화로 주제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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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은 이날 경기에서 플라나를 백업 명단에 올렸다. 부상으로 두 달간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플라나는 부산전에서 복귀한 뒤 지난 안산전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45분을 소화했다. 플라나는 올 시즌 16경기에 출장해 5골을 기록 중이다. 플라나는 “근육 부상을 당해 두 달 동안 재활을 매달려야 했다”면서 “큰 부상은 아니다. 지금은 아주 몸 상태가 좋다. 통증도 없어. 새로 바뀐 감독님이 기회를 주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교체 명단에 포함된 플라나는 이날 후반 교체 투입돼 임찬울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플라나가 없는 동안 전남은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이전 경기까지 네 경기 연속 골이 없을 정도로 빈공에 시달렸다. 플라라는 “우리가 힘든 위치에 있지만 이미 지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면서 “12경기가 남았는데 다 같이 훈련에 집중해서 미래를 바꿔야 한다. 새 감독님은 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분이다. 보여주실 게 많은 감독이다. 나도 발전해 우리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남은 이날 플라나와 임찬울이 만들어 낸 합작품을 지켜내지 못하고 결국 닐손주니어에게 골을 허용하며 1-1로 비겼다. 이장관 감독 부임 이후 10경기 연속 무승(7무 3패)이다.

플라나는 “팀 성적이 좋지 않지만 나는 아직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그 목표를 이루고 싶다. 또한 부상으로 한 동안 팀에 보탬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돕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가야 한다. 전남 팬들의 ‘정’에 나도 보답하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날 플라나는 복귀 후 세 번째 경기 만에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충분히 '밥값'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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