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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광양=김현회 기자] ‘골키퍼 최정원’의 선방쇼에는 김현욱의 도움이 있었다.

전남드래곤즈와 부천FC는 8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남은 후반 임찬울이 득점에 성공하며 5경기 만에 골을 뽑아냈지만 닐손주니어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비겼다. 이 경기 무승부로 전남은 14경기 연속 무승(8무 6패)을 이어가게 됐고 4승 12무 11패 승점 24점으로 10위를 유지하게 됐다. 특히나 이날 경기에서 전남은 후반 골키퍼 김다솔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교체 카드를 다 활용해 필드플레이어 최정원이 대신 골문을 지켰다.

최정원은 이시헌의 슈팅을 손으로 막아내며 감탄을 자아냈고 후반 막판 결정적인 부천의 슈팅 역시 발로 걷어내는 등 ‘골키퍼 본능’을 과시했다. 이날 최정원은 수비수가 아닌 골키퍼로의 활약 덕분(?)에 경기 후 수훈선수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기자회견 이후 최정원은 라커에서 한 동안 임찬울과 대화를 주고 받았다. <스포츠니어스>와 임찬울이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는 가운데 옆에 앉아서 임찬울을 기다리던 최정원도 대화에 가세하며 골키퍼 데뷔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임찬울은 최정원에게 “아까 우리가 역습 당할 때 유효 슈팅을 허용하면 네가 못 막을까봐 죽기살기로 수비했다”고 했다. 이날 후반 막판 전남은 골키퍼가 부상으로 빠지고 필드 플레이어가 대신 골문을 지키는 사상초유의 상황에서도 위협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승리에 대한 갈망을 보여줬다. 최정원은 임찬울에게 “인스타그램으로 팬들의 DM이 너무 많이 오고 있다”면서 “선방쇼를 잘 봤다는 메시지가 계속 온다”고 답했다.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로 나서 무실점을 이어가며 경기를 마무리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최정원은 기자에게 “다솔이 형이 다친 뒤 형들끼리 ‘누가 골키퍼 할래?’라며 대화를 하고 있더라”면서 “그래서 ‘그냥 내가 할게요’라고 했다. 내가 아니었으면 아마 2순위는 (최)호정이 형이었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키가 큰 (고)태원이 형이 골키퍼를 맡았을 수도 있다. 이 셋이 후보였는데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 자원했다”고 말했다. 임찬울은 기자에게 “키 큰 수비수들이 ‘누가 골키퍼 할래?’라고 서로 고민하고 있을 때 키 작은 나와 김현욱은 그냥 따로 떨어져 있었다. 나나 현욱이가 골키퍼를 하면 안 되지 않은가. 그냥 키 큰 애들의 다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찬울은 최정원에게 “그런데 아까 뒷공간에 패스 들어갔을 때 수비수 콜 듣고 뛰쳐 나온 거야?”라고 물었고 최정원은 “아니. 그냥 감각적으로 나갔어”라고 답했다. 임찬울이 “판단 좋더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조금만 늦게 나왔으면 부천 공격수하고 부딪힐 뻔했던 알지?”라고 웃었다. 최정원은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페널티 박스로 뛰쳐 나가 공을 차단하는 등 골키퍼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에도 최정원의 인스타그램 메시지는 계속 울리고 있었다.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

골키퍼로서 인상적인 선방을 펼친 최정원에게는 김현욱이라는 좋은 교보재(?)가 있었다. 최정원은 기자에게 “훈련할 때 현욱이가 프리킥을 차면 내가 재미로 막아봤다”면서 “현욱이가 나를 상대로 한 골도 못 넣었다. 구석으로 와도 다 막았다. 세 번 차면 세 번 다 막았다. 이건 정말 거짓말이 아니다. 옆에 있는 찬울이 형한테 물어봐도 알 것이다. 현욱이 슈팅은 이제 다 눈에 보인다. 나한테는 좋은 연습 상대였다”고 웃었다. 그러자 임찬울도 “맞다. 나도 봤다”고 증인으로 나섰다.

최정원은 라커에서 나갈 때까지 이날 경기 영상을 보고 있었다. “무슨 영상을 그렇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까 실점 장면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선방 장면을 더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최정원은 “그건 팬들이 계속 DM으로 보내주셔서 벌써 10번도 넘게 봤다”고 말했다. 이 둘은 유쾌한 대화를 마치고 주무의 차로 이동해 클럽하우스로 복귀했다. 기자와 인사를 나눈 이 둘은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 팬 여러분들께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최정원의 역사적이었던 골키퍼 데뷔전(?)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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