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대구=조성룡 기자] 인천유나이티드 김도혁이 세트피스 득점에 기뻐했다.

7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대구FC와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원정팀 인천이 후반 추가시간 터진 김도혁의 결승골에 힘입어 대구를 3-2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인천은 제주와 다득점까지 동률을 이뤘지만 득실차에서 한 발 앞서며 4위에 올랐고 대구는 9위에서 더 올라가지 못했다.

이날 주인공은 김도혁이었다. 김도혁은 후반 추가시간에 에르난데스의 헤더 패스를 받아 득점에 성공하면서 팀에 승점 3점을 안겼다. 올 시즌 첫 득점이다. 올해 김도혁은 중원과 측면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팀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 다음은 인천 김도혁의 경기 후 기자회견 전문.

경기 소감

지난 우리 홈 경기에서 아쉽게 승점 1점만 가지고 왔다. 이번 경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기고 싶었다. 팬들도 "대구 가서 이겨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멋지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골 장면을 복기해보면 꼭 넣어야 하는 골이었다.

우리가 K리그 팀들 중에 유일하게 세트피스 득점이 없었다. 실점만 있고 득점만 있었다. 우리 코칭스태프가 표현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으셨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보면 세트피스 징크스를 깰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우리가 약속된 플레이를 했는데 공이 뒤로 넘어가면서 에르난데스가 헤더를 하는 순간 내게 공이 천천히 오더라. 속으로는 '저게 설마 나한테 오나'라고 했는데 진짜 오더라.

그 순간 긴장이 많이 됐다. '못 넣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 내가 넣어서 승점 3점을 가지고 올 수 있어서 기쁘다. 그리고 고생하신 박용호 코치님께 감사하다. 세트피스는 박용호 코치님이 전담하신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힘든 점은 없는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같이 하느라 큰 불편함은 없다. 오히려 내가 이걸 소화하지 못하면 팀에 피해를 준다. 연습을 하다보면 '이렇게 뛸 수도 있겠구나'라고 감을 잡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 같다.

이번 경기 승리가 올 시즌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데 맞는가?

지금 하위 팀들이 우리와의 간격을 많이 좁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수원FC전을 이겨 한 발 치고 나갔어야 한다. 우리의 큰 목표가 있다보니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번 경기에서 절실하게 승리가 필요했다. 사실 감독님 부임 이후 첫 승이 대구다. '대팍'에 오면 마음이 좀 편하다. 다 같이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가 우리에게는 파이널A로 갈 수 있는 좋은 디딤돌이 될 것 같다.

시즌 초반 세워둔 목표는 변함이 없는가?

변함 없다. 위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 선수들이 다 의지가 있다. 나는 아직까지 우리가 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강등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제는 ACL 이야기를 한다.

맞다. 예전에는 우리가 그랬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명주가 교체 아웃되고 이동수가 들어왔을 때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옆에서 맞춰주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더 큰 목표로 가기 위해서는 헌신하고 희생하는 선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U-22 선수들도 정말 잘해주고 있고 중원에 이명주와 나도 위아래로 오가면서 중심을 잘 잡아주는 것 같다. 형님들도 우리가 노장이 되야 한다면 이렇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해주신다. 강민수와 김광석, 김창수 등 형님들이 신인과 친하다. 오히려 김보섭은 강민수에게 반말을 할 정도다. 선을 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분위기가 좋다.

외국인들도 그렇다. 무고사도 좋았지만 아길라르가 새로운 에르난데스를 잘 챙긴다. 델브리지는 K리그 통틀어 매너나 이런 게 최고다.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 물론 정신을 못차리면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확실히 채찍질도 하시고 힘들 때는 당근도 주신다. 감독님의 축구 철학이 인천과 잘 맞아서 잘 흘러가고 있다. 무고사가 나가면서 더 느껴지는 것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팀을 잘 만들어서 누가 오가던 인천의 색깔이 유지될 것 같다.

올 시즌 인천이 지금까지 겪은 인천 중 가장 강할까?

그렇다. 나는 1년차 신인 때 멤버와 지금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안타깝지만 나 신인 때 이후로 팀이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다보니 당연한 결과였다. 나도 연봉이 많이 올랐고 자세히 말하지는 못하지만 강등권 당시 선수들의 몸값과 지금 몸값을 생각하면 큰 차이가 난다. 전달수 대표님이 고생을 많이 하시면서 우리를 이렇게 꾸려주신 것 같다.

이명주와의 호흡은 어떤가?

우리 팀에는 또다른 '반 용병' (이)명주 형이 있다. 나는 "ACL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면 명주 형은 "우승하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우리 코칭스태프도 명주 형의 플레이 모습을 보면 더 공격적이고 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 같다. 공수 전환이 빠르다. 우리는 자주 당하는 팀이라 그런 게 부족했는데 명주 형이 오면서 그런 느낌이 바뀌었다.

인천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어떤 선수가 눈에 가는가?

민경현에게 꾸지람을 많이 한다. 그런데 민경현은 신인 시절의 나보다 훨씬 잘한다. 친구들도 경기를 보러 오면 정말 잘한다고 한다. 나와 이명주가 항상 이야기하는 게 아시안게임을 가야한다는 것이다. 민경현은 그냥 경기 뛰는 것에 만족할 수 있지만 황선홍 감독님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명주 형이 민경현이 황선홍 감독님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자신있게 해서 아시안게임 가서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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