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의 포토타임’ 경기 시작 12시간 전부터 관중 모여든 전주성

ⓒ스포츠니어스. 박지성 어드바이저와 사진을 찍는 박건(20) 씨

[스포츠니어스 | 전주=김귀혁 기자] 박지성 어드바이저의 등장은 폭염도 막을 수 없었다.

7일 전북현대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7라운드 ‘현대가더비’ 맞대결에서 전반 7분 상대 엄원상에게 먼저 실점을 허용했으나 후반 13분 바로우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날 결과로 전북은 승점 1점 만을 추가하며 선두 울산과의 승점 차가 벌어지지 않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경기 전을 기준으로 올해도 우승 경쟁은 현대가 두 팀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였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울산이 독주하는 모습과는 달리 전북은 부진을 면치 못하며 두 팀 간 승점차가 제법 났었다. 하지만 전북이 지난 6월에 펼쳐진 울산과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한 뒤 7경기 연속 무패(5승 2무) 행진을 달리며 본격적으로 추격했다. 결국 이날 경기를 앞두고 두 팀의 승점차는 6점뿐이었다.

이런 기대감 덕에 많은 팬들이 일찍부터 전주성에 운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아닌가 싶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 E석 부근 동측 광장에는 아침 7시부터 줄을 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기 시작이 19시 임을 감안하면 무려 열두 시간 일찍 경기장에 온 것이다. 그 이후에도 많은 팬들이 속속들이 모여들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들이 이토록 빠른 시간에 줄을 선 이유는 ‘포토타임’ 때문이다. 올해 초 전북의 어드바이저로 부임해 활동 중인 박지성은 경기장 동측 광장 현대자동차 전시부스에서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을 보냈다. 비록 간단하게 사진만 찍는 행사였지만 박지성이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팬들 입장에서는 기대를 가질 밖에 없었다.

하지만 워낙 높은 박지성 어드바이저의 영향력 탓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많은 팬들이 아침 이른 시간부터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집결했기 때문이다. 언제 모이든 큰 상관은 없지만 날씨가 변수였다. 이날 경기가 펼쳐지는 전주의 낮 기온은 최대 34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폭염특보까지 발효한 상황이었다.

전북 구단은 지난 3일 박지성 어드바이저의 포토타임 이벤트를 공지하면서 이날 16시에 100명의 선착순 번호표를 배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팬들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아침 7시부터 모여든 것이다. 대기 장소에는 그늘막도 없었기 때문에 장시간 더위에 노출될 경우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스포츠니어스. 줄을 서며 박지성 어드바이저와의 사진을 기다리는 전북현대 팬들

이때 현장에 있던 관계자가 기지를 발휘했다. <스포츠니어스>와 이야기를 나눈 행사 담당 관계자는 “아침 7시부터 기다리는 분이 계신다고 들었다”면서 “원래 처음에는 선착순 번호표 배부를 빨리 진행하지 않으려 했다. 워낙 날씨가 덥기 때문에 한창 온도가 높은 시간이 지나간 뒤 16시에 선착순 번호표를 배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16시에 번호표를 나눠주려 했는데 이미 훨씬 전 부터 백 명이 넘는 팬분들이 와계셨다”면서 “처음에는 100명까지의 인원을 먼저 확인한 뒤 그 이후에 오신 분들께는 양해 말씀을 드리며 돌려보냈다. 그 이후에 오신 팬들에게도 공지를 드렸다. 그분들도 이미 100명이 넘는 줄을 보고는 큰 불만 없이 체념하며 돌아섰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 역시 “아침 10시부터 포토타임 관련 전화가 이어졌다”며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태양은 더 뜨거워졌다. 팬들이 폭염에 노출될 염려가 있었다. 이 관계자는 “중간중간에 물티슈나 물을 나눠드리기도 했다”면서 “임산부나 어린아이들도 줄을 서고 있었다. 그분들에게는 따로 본부석에 별도로 피신시켜드리기는 했다. 그럼에도 너무 더워서 안전 상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결국 기존 공지인 16시가 아닌 15시가 좀 넘는 시간에 번호표를 배부했다. 이미 백 명이 넘는 팬들이 공지한 시간보다 훨씬 전부터 운집했기 때문에 미리 나눠드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관계자는 “처음에는 참가권의 번호 순으로 촬영하는 방식도 고민했었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막상 행사 시작 때 순서가 얽힐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행사 시작할 때는 번호 순서가 아닌 오신 순서대로 사진을 찍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전북 구단 역시 공식 SNS를 통해 ’16시 배포 예정이었던 포토타임 대기표를 폭염으로 인해 조기 배포할 예정이다’라고 공지했다.

그리고 기자가 행사 시작인 17시 30분에 행사장에 도착하니 많은 팬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미 번호표를 받은 팬들은 바리케이드에 맞춰 줄을 서며 박지성 어드바이저와의 사진 촬영을 설레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일반 팬들 역시 ‘저기 박지성이다’, ‘대박’이라는 수식어를 연달아 내뱉으며 사진을 찍기 바빴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박지성 어드바이저의 사인을 옷에 받는 박건(20) 씨

현장에서 줄을 서고 있던 박건(20) 씨는 “친구와 함께 12시 반부터 줄을 섰다. 그런데 아침 7시에도 와서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나는 번호표 30번을 받았다. 예상보다 일찍 번호표를 받게 됐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굉장히 더웠다. 번호표를 받은 뒤 어지럽기도 하고 더위를 먹은 것 같아 근처 친구 집에 가서 씻고 나왔다”고 전했다.

이후 박건 씨는 “원래 전북현대도 좋아하지만 박지성 선수는 진짜 팬이었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순간이 다가오자 박건 씨는 박지성 어드바이저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몇 마디 말을 건넸다. 입고 온 상의에 사인을 받기도 했다. 이후 기자가 그 광경을 사진으로 찍었다고 말하자 박건 씨는 황홀경에 빠진 표정으로 “하··· 저 사진 보내주시면 안 돼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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