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포항=조성룡 기자] 이럴 때 K리그가 하나라는 것을 느낀다.

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포항스틸러스와 강원FC의 경기 전 선수들이 입장하지 않은 그라운드는 경기 준비로 분주했다. 그러던 와중 포항 응원석에서 박수와 함께 큰 외침이 들렸다. '어서와라 강원'이라는 구호다. 포항에서는 수 차례 '어서와라 강원'을 외치면서 원정 팬들을 환영했다.

여기까지는 그저 포항 팬들의 호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포항의 응원이 끝나자 이번에는 강원 응원석에서 조직적인 외침이 시작됐다. 강원 서포터스는 포항 응원석을 향해 '반갑구나 포항'을 외쳤다. 양 팀 서포터스는 한 번 더 서로 "어서와라"와 "반갑구나"를 주고 받았다.

양 팀 서포터스의 응원이 끝나자 관중석에서는 훈훈한 박수가 쏟아졌다. 포항 구단은 양 팀 서포터스가 구호를 외칠 때 서로 잘 들을 수 있도록 볼륨을 살짝 낮추기도 했다.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 만큼은 경쟁보다는 우정의 느낌이 더 강했다.

알고보니 두 팀 서포터스의 이런 훈훈함은 오랜 전통이었다.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 전인표 회장은 "강원과 포항은 몇 년 전부터 서로 경기를 할 때마다 간식거리를 주고 받으며 우애를 다져왔다"라면서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무관중 경기가 진행돼 이런 전통이 잠시 끊어졌다"라고 말했다.

ⓒ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 제공

올 시즌부터는 K리그가 본격적으로 관중을 받기 시작하면서 양 팀 서포터스 또한 이 좋은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는 "올해 강릉 홈 경기부터 이 전통이 재개됐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강릉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나르샤'는 떡과 음료를 포항 원정 팬들에게 제공했고 포항은 이어 열린 강원전 홈 경기에서 간식과 응원 걸개를 게시했다.

포항 강철전사 측은 "강원 '나르샤'의 성숙하고 매너있는 응원 문화를 배우고 함께 하겠다는 의미와 올해 첫 원정에서 간식을 대접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의 의미였다"라면서 "서포터 간의 우애를 다지면서 이러한 문화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번 경기는 포항의 홈에서 열렸다. '나르샤'는 원정길에 '강철전사'를 위한 간식을 잊지 않았다. 이번에는 강원도 특산물인 옥수수였다. 여기에 양 팀은 이번 경기에 서로를 환영하는 콜을 경기 시작 전에 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포항 '강철전사'의 제의를 강원 '나르샤'가 흔쾌히 받아들이며 성사됐다.

포항 강철전사 측은 "우리가 '나르샤'에 환영 콜을 제안했고 나르샤에서 답을 하겠다면서 콜 내용을 준비해주셨다. 이번 경기에서는 우리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간식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나르샤'가 옥수수를 준비해 우리는 얼음생수를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양 팀 서포터스의 훈훈함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강원 '나르샤' 전인표 회장은 "사실 올 시즌 K리그에서는 슈퍼매치에 팬들이 충돌하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라면서 "이런 문화가 우리 뿐만 아니라 K리그 전반에 두루 퍼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포항 강철전사의 장두은 씨 또한 "사실 서포터스 사이에서는 서로 싸우고 반목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강원의 어른스럽고 성숙한 응원 문화를 존경한다"라면서 "이러한 모습들을 다른 팀의 서포터스가 보면서 고민했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이나마 있다"라며 양 팀의 이런 모습에 뿌듯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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