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포항=조성룡 기자] 선 넘는 더위였다.

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포항스틸러스와 강원FC의 경기는 정말 더웠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올 시즌 취재다닌 경기 중에 가장 더운 날씨였다. 경기 두 시간 전 포항의 날씨는 아주 맑았다. 조각구름이 살짝 떠다니는 정도였다. 좀처럼 바람도 불지 않았다.

가끔 부는 바람은 오히려 열기를 더하는 '열풍' 수준의 느낌이었다. 이날 포항의 기온은 기상청 기준으로 33도였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제공하는 선발 명단에는 34도라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체감온도는 36도 그 이상이었다. 해가 진 이후에도 31도와 32도를 오갔다.

게다가 경기장에서는 취식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숨이 턱턱 막힌다. K리그 현장을 위해 전국 각지를 누빈 베테랑 관계자도 "이런 날씨는 처음이다. 이러다가 쓰러질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도 포항의 축구 사랑은 대단하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4,380명의 유료 관중이 포상스틸야드를 방문했다.

경기 전 양 팀 감독들도 더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전날부터 더웠다. 오후 5시 이후에는 바람이 시원해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라고 혀를 내둘렀고 강원 최용수 감독 또한 "이번 경기는 체력전이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아주 많이 힘들 것이다"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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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포항 김기동 감독은 '스윗'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라운드를 지나가는 경기 진행 관계자에게 "잠시 후에 계속해서 밖에 있을텐데 덥지 않겠는가"라면서 "밖에 있지 말고 라커룸에 들어와서 에어컨을 잠시 쐬고 가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선수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까지 챙기는 모습이었다.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7시가 되자 해는 지지 않았다. 더위는 계속됐다. 그런 와중에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반전 도중 진행요원 중 한 명이 더위에 쓰러졌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해당 진행요원이 원래 저혈압이 있었던 와중에 더위로 인해 쓰러졌다"라면서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해 치료를 받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일 것이다. 그래서 이날 경기 도중 쿨링 브레이크가 실시되기도 했다. 포항 구단이 관중들에게 쇠돌이 부채를 나눠준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관중들에게 정말 견디기 힘든 90분이 됐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돔 구장에서 축구를 하거나 카타르처럼 에어컨을 설치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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