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김귀혁 기자] 새로 주장 완장을 찬 정운은 어떤 마음가짐일까.

5일 제주유나이티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7라운드 맞대결에서 후반 5분 김주공의 선제골과 후반 22분 제르소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제주는 세 경기 연속 무승에서 벗어나며 최근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고 올 시즌 서울과의 리그 전적에서도 2승 1무로 우위를 점했다

제주는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여덞 경기에서 1승 2무 5패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다. 특히 직전 최하위 성남FC와의 홈경기에서 1-2로 패한 것은 충격이었다.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밀리며 최근의 상황을 대변했다. 시즌을 앞두고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양강 구도를 무너뜨릴 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흐름이다.

이에 제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기존 주장이었던 김오규와 부주장인 최영준, 윤빛가람을 대신해 정운과 안현범을 각각 주장과 부주장으로 임명했다. 사실 제주는 작년 이맘때에도 주장단을 교체했었다. 기존 주장인 이창민에서 주민규로 교체한 뒤 서서히 흐름을 되찾으며 열 한 경기 연속 무승에서 벗어나고 다시 예전의 흐름을 찾아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팀의 어려움을 헤쳐가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정운 입장에서는 제법 부담감이 있을 법했다. 정운은 이날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의 만남에서 "지금 팀이 어려운 상황이다"라면서 "중요한 경기이기도 하고 지금 서울과 승점 차가 많이 나지 않는다. 오늘 경기의 중요성 역시 감독님이나 코치님들 및 선수들도 다 인지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한 이슈가 조금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결과로 보답하겠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운은 "우리 팀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아졌기 대문에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감독님과 선수들이 상의한 뒤에 나를 주장으로 결정했다"면서 "특별히 주장이 바뀌었다고 달라지는 건 크게 없는 것 같다. 하던 대로 하면 다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주장 선임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크게 개의치 않은 답변이었지만 그래도 마음가짐은 남달라 질 수밖에 없었다. 정운 역시 이에 공감하면서도 "사실 내가 주장이 아니었어도 책임감과 구단을 생각하는 애정이 원래 강했다"면서 "내가 주장을 맡았지만 다른 선배들 역시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운은 지난 2016년부터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줄곧 제주에서 뛰었다.

팀에 오래 있었던 만큼 현재 제주 선수단 중에서 최근 팀의 산전수전을 다 겪어 봤던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후배들에게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해주냐는 질문에 정운은 "제주는 항상 여름에 이동 거리나 부상으로 인해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사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계속하던 대로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면서 흐름을 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플레이만 많이 하자고 말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이동 문제에 대해 자세히 묻자 그는 "기온이 낮거나 날씨가 좋아지면 상관은 없다"면서도 "사실 지금 일정 자체도 빠듯한데 날씨까지 더워졌다. 이동 시간이 기본적으로 다섯 시간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힘들기는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게 제주만의 단점이면서도 결국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다. 선수들도 그런 어려움을 잘 견뎌낼 거라고 본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정운의 이러한 바람대로 이날 제주는 부상과 코로나19로 인해 주축 선수가 대거 빠졌음에도 최근 상승세를 탔던 서울을 상대로 2-0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정운은 90분 간 풀타임 활약하며 주장 완장을 찬 팀을 든든하게 이끌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남기일 감독은 "주장을 교체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면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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