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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고양=김현회 기자] 킷치SC의 내한경기는 여러 모로 신선하다.

6일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는 K4리그 고양KH축구단과 홍콩 킷치SC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고양KH는 네 골을 퍼부으며 킷치를 4-2로 완파했다.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전반 시작 3분 만에 선취골에 성공한 고양KH는 전반전을 3-1로 마친 뒤 후반 들어서는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도 승리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경기에는 약 200여 명의 관중이 찾아 고양KH와 킷치의 경기를 관람했다.

이날 경기는 어떻게 성사된 것일까. 일단 고양KH의 휴식기와 맞물렸다. K4리그는 현재 휴식기를 보내고 있어 고양KH와 일정이 맞았다. 고양KH는 올 시즌 K4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질주 중이다. 김수안과 전민광, 이슬찬, 정희웅 등 K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1강 체재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과거 부산아이파크에서 활약하던 이원영까지 데려왔다. K리그 일정과 맞물려 안산그리너스가 킷치전에 대거 백업 요원을 가동한 것과 달리 고양KH는 전력을 총동원할 수 있어 좋은 연습경기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

킷치의 한국 전지훈련 친선경기에는 중개인이 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면서 국내에서도 수도권 구단 위주로 업무를 보고 있는 인물이다. 중개인 덕분에 킷치는 수도권 팀들과 연이어 친선경기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오는 19일 일본에서 열리는 BG 빠툼 유나이티드(태국)와 일전을 위해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온 킷치는 K리그2 안산그리너스. K3리그 양주시민축구단과 이미 경기를 치렀고 고양KH전 이후 오는 8일 FC서울, 13일 인천유나이티드와 마지막 평가전을 마무리한 뒤 일본으로 떠난다.

고양KH로서도 K4리그 휴식기 동안 좋은 연습경기 상대와 마주하게 됐다. 킷치는 아예 고양시에 훈련 캠프를 차렸다. 방한 후 일주일 동안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훈련을 실시했고 이후 수도권을 오가며 연습경기 일정을 진행 중이다. 이날 경기의 주최는 앞서 언급한 중개인이었다. 비용이 발생하면 킷치를 통해 중개인이 처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양KH에서도 킷치를 배려했다. 킷치가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을 대관하면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지만 고양KH의 이름으로 대관 신청을 할 경우 대관료가 대폭 줄어든다. 고양시와 연고협약이 돼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고양KH의 홈 경기가 아니었지만 고양KH는 직접 대관 신청을 통해 할인된 비용에 경기장을 쓸 수 있도록 했다. 고양KH가 참가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여기에 최근 달라진 대한축구협회 규정도 도움이 됐다. 협회가 승인하는 친선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협회가 보내는 심판 비용만 해도 50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협회는 친선경기를 지역 축구협회를 통해 승인하고 지역 축구협회가 배정하는 심판이 경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고양시축구협회가 이를 관장하게 됐고 그러면서 대폭 심판에 드는 비용도 줄였다.

‘덥고 습한 날씨에 무슨 한국에서 전지훈련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현재 홍콩은 한국과 비슷한 기온에 습도가 90%에 이를 정도다. 한국 정도면 홍콩 입장에서는 전지훈련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인 셈이다. 한 관계자는 “킷치가 훈련도 오후 3시부터 한다”면서 “우리는 더워서 밖에 서 있지도 못하는 한낮에 훈련을 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킷치의 데얀이 5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러 갈 수 있었던 것도 팀 훈련이 오후에 일찌감치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킷치 선수가 경기 전 마사지를 받고 있는 모습. ⓒ스포츠니어스

앞서 열린 킷치의 친선전 두 차례와 뒤이어 열릴 친선전 두 번은 모두 비공개로 열렸지만 이날 만큼은 공개적으로 개최됐다. 다만 고양KH 측에서는 “협회에서 친선경기 승인을 받을 때는 수익 활동을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경기장에 있던 광고판도 모두 치웠고 홍보도 SNS를 통해 최소한으로 했다. K4리그 경기 때 참여하는 인력 중에서도 최소한의 인력만 준비했다”고 했다. 이날 고양KH는 관중 안내와 홈 경기 운영 등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해 K4리그 못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단 연습경기 특성상 관중이 경기 영상을 촬영하는 건 막았다.

킷치의 한국 방문 경기는 여러 모로 흥미롭고 신선하다.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라커가 비좁고 공식 경기도 아니다 보니 킷치 선수들의 경기 전 근육을 풀어주기 위한 마사지가 그라운드 앞에서 진행됐다. 트레이너가 침대 두 개를 설치해 놓고 열심히 선수들의 근육을 풀었다. 그런데 한국 축구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킷치의 트레이너 두 명 중 한 명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 트레이너는 열심히 선수들의 근육을 풀어줬다. 허벅지와 엉덩이, 발목 등을 열심히 주물렀다. 국내에서는 근육을 마사지 해야하는 업무 특성상 남자 팀에 여성 트레이너가, 여성 팀에 남성 트레이너가 고용되는 건 현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이 모습을 보고 “놀랍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모습인데 홍콩은 저래도 되나보다. 따지고 보면 업무인데 성별이 중요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우리가 너무 '꼰대' 마인드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라며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킷치 선수단은 여성 트레이너에게 익숙한 듯 마사지를 받았다. 심지어 데얀은 허리 근육 마사지를 받기 위해 바지를 반쯤 내려 엉덩이가 보이는 상황에서 그라운드 바로 앞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받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본 관계자들은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문화 차이에서 오는 광경이었다. 킷치의 한국 전지훈련은 여러 모로 신선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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