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시절’부터 함께한 수원FC 박배종의 ‘나 때는 말이야’

[스포츠니어스 | 수원종합운동장=김귀혁 기자] 박배종에게 수원더비 승리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6일 수원FC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27라운드 수원삼성과의 맞대결에서 김현의 두 골과 정재용, 라스의 한 골에 힘입어 안병준과 류승우가 한 골을 넣는 데 그친 수원삼성에 4-2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수원FC는 ‘수원더비’ 2연승을 이어감과 동시에 세 경기 연속 무승(2무 1패) 행진에서 벗어났다.

이날 경기장에서 모든 시선은 김현에게로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전반 13분 박민규의 크로스를 받아 헤더로 골망을 흔든 데 이어 후반 23분에는 그림 같은 오른발 감아차기로 팀의 추가골까지 이끌었다. 리그 세 경기 연속 득점이자 자신의 K리그 통산 200경기를 자축하는 득점이었다. 이승우에게 주로 집중된 관심이 이날 만큼은 김현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수원더비’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 선수만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선수가 있을까. 수원더비는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된 라이벌전은 아니다. 수원삼성이 1995년에 창단해 여러 스타 선수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동안 수원FC는 2003년에 ‘수원시청축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뒤 내셔널리그에 있다가 2013년부터 지금의 ‘수원FC’로 명칭을 변경한 뒤 프로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2015년 승강플레이오프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2016년 드디어 리그에서 수원삼성과 만나게 됐다. 생각보다 이 두 팀 사이의 체급 차는 컸다. 2016 시즌 양 팀 상대 전적은 3승 1패로 수원삼성이 우위를 점했고 야심차게 1부 리그에 도전했던 수원FC는 한 시즌만에 다시 2부 리그로 강등됐다. 그 후 약 4년 동안 수원FC는 승격에 실패하며 두 팀이 만날 일은 없었다.

하지만 2021시즌을 앞두고 다시 승격에 성공한 수원FC는 이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네 번의 맞대결에서 3승 1무로 우위를 점했다. 이번 시즌 역시 첫 맞대결에서는 0-1로 패했지만 이후 수원FC의 홈인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치른 맞대결에서 각각 3-0, 4-2 승리를 거두며 상대 전적에서도 6승 1무 4패로 앞서 나가게 됐다.

그리고 현재 수원FC에서 이 과정을 제일 오래 거친 선수가 바로 박배종이다. 박배종은 수원FC가 내셔널리그였던 ‘수원시청축구단’ 시절인 2012년에 팀에 합류했다. 경찰청 소속으로 아산무궁화에서 군 복무를 수행했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줄곧 수원FC에서만 활약했다. 박종찬, 김한원 등 수원FC를 거쳤던 여러 레전드 선수들의 길을 밟고 있다. 개명 전 이름은 박형순이었다.

박배종은 <스포츠니어스>와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번 수원더비에서 3-0으로 승리했었다”면서 “이번에 수원삼성이 독기를 품고 나올 것 같아서 좀 더 긴장하면서 준비했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현이 부상당한 틈을 타 계속 선발로 나서게 된 소감을 묻자 박배종은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팬들에게 보여주려 했다. 준비한 만큼 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수원FC는 박배종이 처음 이곳에 왔던 2012년과 비교하여 눈에 띄게 성장했다. 강산이 한 번만 변한 수준이 아닐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 박배종은 “내가 수원시청축구단 때부터 있었다”면서 “슈퍼스타인 (이)승우가 오고 팬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달라졌음을 느낀다. 관중들에게도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드리다 보니 그로 인해서 팬들이 많아진 것 같다”라며 감회가 남다름을 밝혔다.

ⓒ프로축구연맹

올 시즌을 통해 수원FC는 수원삼성과의 ‘수원더비’ 역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수원시청축구단 시절부터 수원삼성을 바라봐 온 박배종 입장에서도 감회가 남달랐을 터. 그는 “수원FC가 수원삼성에 비해 이름값이 없다고 생각하신다”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점점 강해지면서 K리그에 남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강해지는 수원FC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박배종은 이른바 수원시청축구단 경험에 비추어 ‘나 때는 말이야’를 동료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을까. 이 말을 전하자 웃음을 보인 박배종은 “가끔 대우와 관련해서 동료들이 아쉬움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야’라고 말한다”라면서 “대우부터가 다르다. 수원시청 시절에는 당연히 모텔에 갔지만 요즘은 시합 전 날 호텔에 들어가서 맛있는 식사를 한다. 프로화가 됐음을 실감한다”라고 전했다.

이후 박배종은 “내셔널리그 시절에는 웬만한 곳은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하루 전날 좋지 않은 숙소에서 묵으며 경기를 준비했다. 밥도 백반집에 가서 해결했다”면서 “요즘 대우가 좋아진 것을 겪다 보면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다. 프로의 대우를 받은 만큼 우리도 그에 따른 대가를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하지 않나. 그래서 더 집중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배종은 옛 수원FC의 동료인 김한원, 김서준과도 가끔 옛 시절을 회상한다고 전했다. 김한원은 2004년부터 당시 수원시청을 시작으로 인천과 전북을 거쳐 다시 수원FC로 돌아와 프로화의 과정을 함께했다. 김서준 역시 지난 2013년부터 약 세 시즌 간 수원FC에서 활약했다. 이 둘은 현재 수원FC U15 팀에서 각각 감독과 코치로서 함께하고 있다.

박배종은 “(김)한원이 형이나 내 친구인 (김)서준이가 여기 유소년 팀 코치로 있다”면서 “가끔 만나면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나를 보고 ‘너도 진짜 오래 한다’라고 말하면서 ‘거의 마흔 살까지 최대한 할 수 있을 만큼 하라’고 말씀하신다. 골키퍼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 뛸 수 있으니 그러시는 것 같다”라며 대화 내용을 이야기했다.

이후 그는 마지막으로 선배이자 팀의 레전드로 남은 김한원을 목표로 한다며 이런 말을 전했다. “당연히 한원이 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는 수원에서 태어났고 수원시에서 계속 자라온 사람이다. 수원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으로 활약한 뒤에 여기에서 은퇴하고 싶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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