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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탄천=명재영 기자]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연제운이 잊을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5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FC와 김천상무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7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경기는 김천이 조규성, 김경민, 명준재의 두 골에 힘입어 성남을 4-1로 제압했다. 이날 결과로 성남은 최하위를 탈출하는 난이도가 더 높아지고 말았다.

이날 김천은 중앙 수비진의 한 축으로 연제운을 선발로 내세웠다. 연제운은 성남 유스인 풍생고등학교를 졸업한 성골 유스다. 201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래 성남에서만 활약한 원 클럽 맨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군 복무를 위해 김천의 유니폼을 입었다.

성남에서 꾸준히 이름값을 올리던 연제운은 입대 후 큰 위기를 맞았다. 심각한 허리 부상으로 아예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통증에 시달리던 연제운은 결국 지난해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면서 시련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시즌 중반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간이었다. 역설적으로 모든 걸 포기하면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움직인 것이 지금의 결과로 돌아왔다.

연제운은 고된 재활을 거쳐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에 복귀했다. 리그 2라운드 포항스틸러스전에 선발 출전하며 오랜만에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비록 3월부터 또 석 달에 가까운 시간을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6월 말부터 8경기에 출전하며 팀에 큰 보탬이 됐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연제운은 "사실 오늘 경기를 뛰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민이 많이 됐었다"면서 "지금 팀에 수비수들이 많이 이탈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뛰게 된 것이 있다. 그래도 김천 선수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고 출전 소감을 밝혔다.

고민과 달리 연제운은 이날 평소보다도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성남 팬들로서는 야속한 수비였다. 성남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서 만난 연제운을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하나 같이 똑같은 말을 잊지 않았다. 살살하라는 이야기였다. 김남일 감독도 경기 전 연제운에게 "어차피 돌아올 팀이잖아"라면서 연제운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연제운은 탄탄한 수비력으로 김남일 감독의 표정을 끝내 굳게 만들었다.

연제운에게 제일 미안한 존재는 성남 팬들이다. 연제운은 "전반전에는 성남 팬들과 멀리 있어서 조금 괜찮았는데 후반전에는 등 뒤에서 응원하고 계시니까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면서 "이기고 있는데도 마냥 좋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친정팀을 상대로 군 복무 마지막 경기를 치른 연제운은 이제 휴가를 떠난다. 남은 한 달의 시간 동안 성남에 보탬이 되기 위해 치료와 체력 관리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작년부터 문제가 된 허리 문제가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아갈 팀은 아직 최하위에 있지만 연제운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연제운은 "성남에서 매년 강등 싸움을 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요즘 경기력도 좋아지고 있고 함께 잘 버텨낸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성남은 충분히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이야기했다.

개인적인 기대도 있다. 풍생고 후배인 김지수가 그 대상이다. 연제운은 "오늘 경기 말고 부상 중이었던 시즌 중반에 갑자기 성남전에 나선 적이 있는데 그때 김지수를 처음 봤다"면서 "고등학생인데도 여유도 많고 정말 잘해서 많이 놀랐다. 물론 수비는 홀로 잘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성남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라고 생각한다. 같이 뛰게 되는 순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연제운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진한 메시지를 전했다. "오늘 너무 열심히 해서 죄송합니다. 빨리 돌아가서 잔류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잔류하겠습니다. 많이 슬퍼하지 마시고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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