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제공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귀혁 기자] 김보섭의 세리머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3일 인천유나이티드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수원FC와의 26라운드 맞대결에서 후반 5분 김보섭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으나 후반 24분 수원FC 김현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로 마쳤다. 이날 결과로 인천은 승점 1점을 추가한 가운데 제주와 승점 동률(34점)이나 다득점에서 밀려 기존 순위인 5위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 인천은 비록 실점하기는 했으나 먼저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기분 좋게 앞서 나갔다. 후반 5분 후방에서 올라온 델브리지의 긴 패스를 에르난데스가 헤더로 떨궈준 뒤 골키퍼와 단독 기회를 맞이한 김보섭이 빠른 속도로 수원FC 수비진을 따돌린 뒤 오른발로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득점을 만들어냈다. 특히 김보섭은 이날 득점으로 최근 네 경기에서 세 골을 기록하는 물 오른 기량을 과시했다.

그런데 김보섭의 세리머니가 평소보다는 조금 특별했다. 지난달 9일 전북현대와의 경기에서 김보섭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회골을 넣고 빠르게 센터서클로 뛰어갔다. 16일 김천상무와의 경기에서는 선제골이었기 때문에 곧장 인천 원정석으로 다가가 팬들과 함께 기쁨을 누렸다. 두 세리머니 모두 크게 독특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득점 이후 김보섭은 코너 플래그로 다가가 복싱 세리머니를 펼친 뒤 인천의 벤치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인천 벤치에서 누군가가 건넨 유니폼을 들고 카메라에 다가갔다. 보통 팀 동료의 부상과 같이 응원이나 격려의 의미로 해당 선수의 이름을 마킹한 유니폼을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가 카메라에 비춘 것은 유니폼 뒷 면이 아닌 앞면이었다.

알고 보니 이는 인천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RE:United' 캠페인의 일종이었다. 이 캠페인은 인천 지역 내 장기 실종자들을 위한 것으로 구단 공식 SNS 및 유튜브 등을 활용해 실종자들을 찾는다. 뿐만 아니라 인천유나이티드 유튜브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금 전액은 실종자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그 가족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구단 관계자는 "우연한 기회에 인천 지역에 장기 실종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후에 인천경찰청에 공동 캠페인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인천이 시민 구단이기도 하고 경찰청 역시 인천 시민들을 위해 기여하시는 분들이지 않나. 마침 경찰청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나와서 같이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며 운을 뗐다.

ⓒ스포츠니어스. 경기 중 전광판에 띄운 QR 코드를 통해 실종된 최재명 군 관련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김보섭이 들고 있는 유니폼에는 1986년도에 실종한 최재명군의 성함과 캠페인 명, 그리고 그 밑에 '실종자를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면서 "최재명 군 관련 영상은 지난 2일에 구단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오늘(3일) 경기에서도 전광판에 QR코드를 넣음으로써 해당 영상을 시청하도록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 지역 내 장기 실종자는 총 22명이다. 그중 이날 경기 유니폼에 새겨진 최재명 군을 포함해 열두 명의 실종자 정보를 얻는 과정을 거쳤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 실종자 가족 섭외부터 정보까지 경찰청의 협조로 받게 됐다"면서 "지난 2일에 올린 실종자 가족 다큐멘터리처럼 영상 말미에는 실종자들의 정보를 넣었다. 수익금도 실종자 가족분들을 위해 기부한다"라고 밝혔다.

사실 위 과정을 설명한 구단 관계자는 고민이 있었다. 그는 평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W석 2층에서 기자들을 맞이한다. 그런데 선수들이 유니폼 세리머니를 하게 되면 이를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1층에 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2층에서 취재진을 맞이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업무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김보섭에게 유니폼을 넘겨준 것은 해당 직원이 아닌 팀 매니저였다. 인천의 팀 매니저는 김보섭의 득점 이후 잽싸게 운동장 안으로 넘어가 유니폼을 건네고 세리머니를 기다리다가 다시 그 유니폼을 받고 자리에 착석했다. 이에 대해 인천 관계자는 "원래는 내가 유니폼을 넘겨주려고 했는데 팀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섰다"면서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특히 김도혁과 이명주는 본인들이 경찰청(아산무궁화) 출신이라면서 더욱 관심을 보였다"며 선수단과 팀 매니저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스포츠니어스. 경기 중 전광판에 띄운 QR 코드를 통해 실종된 최재명 군 관련 영상을 볼 수 있었다.

한편 이날 김보섭이 들고 있던 유니폼의 주인공인 최재명 군은 1986년 1월 29일 인천광역시 계양구에서 실종됐으며 당시 만 6세의 나이였다. 특징으로는 머리카락에 쌍가마가 있으며 종아리에 흉터가 나 있다. 신고 및 제보는 국번 없이 112로 가능하다. 구단 관계자는 "미리 지문이나 DNA를 등록하면 좀 더 빨리 실종자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며 향후 실종자 예방 관련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