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인천=김귀혁 기자] 이태희와 김동헌의 브로맨스는 여전했다.

3일 인천유나이티드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수원FC와의 26라운드 맞대결에서 후반 5분 김보섭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24분 수원FC 김현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로 마쳤다. 이날 결과로 인천은 승점 1점을 추가한 가운데 제주와 승점 동률(34점)이나 다득점에서 밀려 기존 순위인 5위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 인천의 골문은 지난 성남FC와의 경기에 이어 두 경기 연속으로 이태희가 지켰다. 올 시즌 주전으로 나서던 김동헌의 부상 때문이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최근 다시 경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경기 감각이 완전치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태희는 이날 경기 김현에게 허용한 실점 장면을 제외하고 안정적으로 수비진을 지휘하며 활약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태희는 먼저 "이길 수 있었는데 못 이긴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많이 있다"며 경기 소감을 이야기한 후 "경기를 안 뛸 때는 많이 보면서 연습했던 것 같다. (김)동헌이가 뛰는 것도 보고 다른 골키퍼들도 계속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그게 경기장에서 조금 나왔던 것 같다"며 오랜만의 출전에도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이야기했다.

사실 이태희와 김동헌은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 사이라기보다 '브로맨스'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 김동헌은 지난 강원FC와의 17라운드 이후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이)태희 형하고 그만 좀 붙어 있으라고 말씀하신다"면서 이 둘의 관계를 나타낸 바 있다. 그러면서 서로 출퇴근도 같이 하는 사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태희와 김동헌은 인천의 산하 유스인 대건고를 거쳐 계속해서 인천에서 뛰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태희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당시 김동헌은 막 입학한 신입생이었다. 이태희는 "동헌이가 워낙 고등학교 때부터 나를 잘 따라다녀서 친해졌다"면서 "그때부터 항상 밥도 같이 먹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운동도 함께 했다. 그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나 싶다"라며 김동헌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김동헌은 프로 데뷔 전부터 언제나 이태희를 롤모델로 언급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바라봐 온 친한 형에게서 나오는 진심 어린 존경이었다. 하지만 김동헌은 지난 시즌을 시작으로 급성장했다. 이태희 역시 "동헌이가 잘하면 잘할수록 그런 수식어가 부담스럽다. '내가 무슨 롤모델이야'라는 생각도 든다"면서 후배인 김동헌의 성장에 뿌듯함을 표했다.

서로 덕담도 주고받는다는 이 둘. 시즌 초반에는 이태희가 그 대상이었다. 그는 "동계 훈련 때 무릎 내측 인대를 다치는 바람에 넉 달 정도 쉬었다. 그때 동헌이가 '빨리 회복해서 같이 하자'라는 말을 건네줬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김동헌이 시즌 초반의 이태희와 같은 처지가 됐다. 김동헌은 현재 어깨 부상으로 지난달 16일 김천상무와의 경기 이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태희는 "동헌이가 아프니까 운동하면서 계속 불안해하더라"라면서 "그래서 동헌이에게 '내가 올해 초에도 아파봤고 무리해서 하다 보면 또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아라. 네가 자신 있을 때 다시 와'라고 말했다. 내가 버티고 있을 테니 아프지 않는 완벽한 상태에서 돌아오라고 이야기를 건넸다"며 둘 사이의 대화를 밝혔다.

그렇다면 축구 외에 이 둘이 나누는 대화 주제는 무엇일까. 이 질문을 건네자 이태희는 '낚시'라는 뜻밖의 답을 했다. 그는 "취미 생활에 대해서 요즘 뭘 할까 서로 생각 중이다"라면서 "요즘은 안 하지만 낚시도 그중 하나다. 작년에 동헌이, (최)범경(현 충남아산)이와 함께 뭐 할 게 없나 하다가 찾은 것이 낚시였다. 날 풀리면 가자는 이야기를 주로 한다. 주로 인천 앞바다에서 망둥어나 장어를 잡은 기억이 있다"라고 웃음을 보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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