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지난 4월에 펼쳐진 수원FC위민과 인천현대제철의 WK리그 경기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귀혁 기자] 남자팀과 여자팀을 동시에 운영하는 수원FC에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3일 수원FC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인천유나이티드와의 26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5분 김보섭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했으나 후반 24분 김현이 동점골을 작렬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무승부로 수원FC는 승점 1점을 추가하며 FC서울과 승점 동률(30점)인 상황에서 다득점에 앞서며 6위로 올라섰다.

이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원FC와 인천유나이티드의 만남 이전에 또 다른 수원과 인천의 경기가 한 시간 전부터 펼쳐졌다. 경상남도 창녕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진행 중인 제21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수원FC위민과 인천현대제철이 토너먼트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는 초등부-중등부-고등부-대학부-일반부로 나누어 대회를 치르며 WK리그 소속의 두 팀은 일반부에 속한다.

일반부 대회는 지난달 29일에 시작했다. 9개 팀이 참가한 일반부는 세 개의 조로 나뉘며 각 조 1위 팀과 2위 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수원FC위민은 전남WFC, 보은상무와 함께 2조에 속했다. 수원FC 위민은 29일 전남WFC와의 맞대결에서 9-0 대승을 거뒀고 지난 1일 펼쳐진 보은상무와의 경기에서는 3-4로 패배했으나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현재 W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천현대제철은 경주한수원, 서울시청과 함께 3조에 속했으며 각각 2-1 승리와 2-2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조 1위로 16강행을 확정했다. 토너먼트는 총 여섯 팀이 함께 경쟁하기 때문에 각 조 1위 세 팀 중 두 팀은 부전승 개념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가운데 인천현대제철은 이 추첨에 들지 못해 수원FC위민과 이날 맞붙어야 했다.

한편 수원FC위민은 지난해까지 수원도시공사라는 이름으로 WK리그에 참가했었다. 그러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FC 구단이 여자 팀까지 관리하면서 팀 명 역시 수원FC위민으로 바뀌었다. 스페인과 같은 국가에서는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등 여자 팀을 운영하는 것이 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 팀이 남녀 축구팀 모두를 운영하는 것은 수원FC가 최초다.

이를 위해 수원FC는 많은 노력을 했다. 우선 지원 스태프부터 보강해야 했다. 수원도시공사 시절에는 의무트레이너가 선수단을 관리하는 주무 역할까지 수행했지만 올해부터는 의무 트레이너 한 명과 함께 주무 역할을 할 여성 담당자도 추가했다. 실업팀으로 이뤄진 여자 축구팀에 이른바 프로의 색깔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기존 남자팀만 관리하던 수원FC 입장에서는 업무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날과 같이 동시간대에 대회가 펼쳐지면 직원 분배는 어떻게 이뤄질까. 인천에 있던 수원FC 관계자는 "대회가 펼쳐지고 있는 창녕 부곡에는 국장님과 함께 선수단 지원팀이 동행했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우리 팀 시스템은 선수를 뽑는 전력강화팀이 있다. 그리고 선수가 영입되면 이를 선수단 지원팀에서 받고 이후에 대회나 경기 출전을 관리한다"면서 "작년에 여자 팀이 없을 때는 전력강화팀이 남자팀에 동행하고 선수단 지원팀이 뒤에서 도와주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올해에는 이렇게 원정 경기가 겹치게 될 경우 수원FC에는 전력 강화팀 위주로 움직이는 반면 수원FC위민에는 선수단 지원팀이 붙는다. 그렇다고 따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율한다"라고 밝혔다.

수원FC 관계자는 "사실 아직까지 인원 확충이 안 된 상황에서 역할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있다"면서 "일단은 상황을 본 뒤 선수 지원팀과 조율해서 진행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선수 지원팀이 할 일이 많아진 것이다. 이번에도 창녕에 가서 선수단 지원팀이 숙소나 식사 등을 준비해놓고 주무에게 그 역할을 넘긴 뒤 다시 올라왔다. 대회가 끝나면 선수 지원팀이 다시 창녕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수원FC위민 정도의 규모라면 현재 여자팀 중에서는 나름 프로에 가까운 운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여자 팀에서 선수단 매니저(주무)가 따로 있는 팀이 우리 밖에 없다고 하더라"라면서 "의무 트레이너도 원래 한 명인데 두 명으로 늘렸다. 보통 남자 팀에는 의무 트레이너가 세 명 정도 있는 반면 여자 팀에서는 작년까지 의무 한 명이 주무 역할도 겸했다. 그래서 올해 의무 트레이너를 한 명 더 추가해서 두 명으로 늘렸다"고 전했다.

이렇듯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 있는 수원FC위민이지만 이날 인천현대제철과 준결승행을 두고 맞붙은 경기에서는 접전 끝에 패배했다. 전반 4분 지소연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인천현대제철 최유리에게 두 골을 허용하며 전반전을 마쳤다. 이후 후반전에는 김윤지의 한 골과 이영서의 두 골이 있었으나 인천현대제철 장창, 손화연, 강채림에게 실점하며 결국 4-5로 패배하고 말았다.

비록 패배했지만 지소연이 수원FC 합류 이후 첫 골을 넣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소연은 전반 4분 상대 김도연의 애매한 공 처리를 가로 채 팀의 선제골을 만들었다. 지소연은 지난 5월 24일 수원FC위민과 계약을 맺었으나 선수 등록이 늦어지며 8월로 데뷔전을 미뤘다. 그 사이 6월 캐나다와의 친선 경기와 7월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따른 국가대표팀 차출로 팀과 함께 했던 시간이 그리 길지 못했다.

지소연의 득점 소식에 인천에 있던 수원FC 관계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실 (지)소연이가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면서 "대표팀에 계속 다녀오느라 그리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국내에 들어와서 팀에서 같이 운동한 게 5일밖에 안된다. 동아시안컵 이후에도 지난달 28일에 한국에 왔으나 코로나19 검사로 인해 그 다음 날에 합류했다. 몸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소연이가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처해서 출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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