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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대구=김현회 기자] 정승원의 ‘대팍 원정’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수원삼성은 3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대구FC와의 원정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전진우의 골로 앞서간 수원삼성은 세징야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오현규가 결승골을 터트리며 승리했다. 이 경기 승리로 수원삼성은 최근 10경기 연속 무승(5무 5패)의 늪에서 벗어났고 대구FC는 7경기 연속 무승(5무 2패)을 이어가게 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대구FC 팬들은 선수단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선수단 출입구에 모였다. 선수단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응원을 펼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그 반대편에는 수원삼성 원정팬들이 모여 있었다. 수원삼성 선수단 버스가 먼저 도착하자 대구FC 팬들은 야유를 보낸 뒤 대구를 위한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수원삼성 팬들은 딱히 대구FC 팬들의 야유에 반응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선수단 버스에서 내린 건 이병근 감독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대구FC에 있던 이병근 감독은 익숙한 듯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수원삼성 선수들이 연이어 내리는 동안 대구FC 팬들은 쉬지 않고 응원가를 불렀다. 수원삼성 선수들은 힐끗 대구FC 팬들을 쳐다보고는 반대쪽에 서 있는 수원삼성 팬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내린 건 정승원이었다. 대구FC와 여러 인연으로 얽힌 정승원이 내리고 수원삼성 선수단 버스는 바로 이동했다.

정승원은 수원삼성 선수단 중 유일하게 팬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해줬다. 수원삼성 팬들은 자신의 유니폼을 내밀며 정승원에게 사인을 받았다. 불과 10m 옆에서는 대구FC 팬들이 대구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가운데 정승원이 수원삼성 팬들에게 팬 서비스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대구FC 팬들이 정승원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욕설을 하지는 않았다. 정승원이 한참 팬 서비스를 하고 있는 동안 대구FC 선수단 버스가 도착했고 대구 선수들이 버스에서 내려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대구FC 선수들이 다 내릴 때까지 정승원의 팬서비스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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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까지 정승원을 향한 야유는 없었다. 경기 시작 전 정승원은 대구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특히나 세징야와는 깊은 포옹을 하면서 밝게 웃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승원이 전반 3분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눕자 야유가 터졌다. 이후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전반 12분 전진우가 첫 골을 넣고 대구 서포터스석을 향해 귀를 손에 대는 도발성 세리머니를 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삼성 동료들이 합세해 세리머니를 따라했고 뒤늦게 합류한 정승원도 대구 서포터스석을 향해 도발 세리머니를 했다.

관중석에서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정승원이 도발성 세리머니를 하는 순간 수원삼성 양상민과 민상기가 정승원의 행동을 제지했지만 세리머니가 이미 펼쳐진 뒤였다. 이후 골을 넣은 전진우는 대구 서포터스석을 향해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이후부터는 정승원이 공을 잡을 때마다 경기장이 울릴 듯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전반 24분에는 정승원과 페냐가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정승원이 개인기를 부린 뒤 파울을 유도하고 세리머니를 하자 페냐가 정승원을 향해 달려가 항의했다. 이 상황에서 둘은 머리를 맞대고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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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이 후반 24분 얼굴에 통증을 호소하며 천천히 경기장을 빠져 나가자 야유는 극에 달했다. 대구 팬들이 정승원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낸 것과 달리 수원삼성 팬들은 전반과 후반이 시작할 때 정승원의 이름을 연호하며 정승원 기 살리기에 나서 대조를 이뤘다. 경기 종료 후 정승원은 가장 마지막까지 수원 서포터스석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팬이 던져준 ‘청백적’ 모자를 쓴 정승원은 마지막까지 남아 수원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웃으며 화답했다. 방송사 인터뷰로 늦게 합류한 오현규와 함께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다 빠져 나간 뒤에도 남아 승리를 자축했다.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려던 정승원은 다시 팬들에게 돌아와 오현규와 함께 유니폼까지 벗어주며 팬 서비스를 했다.

정승원이 그라운드 출구를 통해 빠져 나갈 때까지 기다린 일부 대구 팬들도 있었다. 정승원이 승리를 자축한 뒤 출구로 나가는 순간 여기저기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고 구단 관계자는 자제를 촉구했다. 정승원이 대구 팬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빠르게 빠져나가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후 정승원은 믹스드존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선수단 버스로 향했다. 열차 시간이 촉박해 믹스드존 인터뷰도 빠르게 진행됐고 정승원은 소감을 전한 뒤 자리를 떴다. 양 팀 선수단 출입구가 같아 기다리고 있던 대구 팬들이 야유를 보냈지만 정승원은 야유를 하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든 뒤 버스에 올랐다. 간절한 마음으로 승리를 쟁취한 정승원의 표정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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