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부천=김귀혁 기자] 원기종이 부천 팬들의 야유에 반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일 경남FC는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부천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2 30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16분 고경민이 선제골을 기록했으나 이후 김호남의 동점골과 닐손주니어의 역전골, 그리고 송홍민의 프리킥 쐐기골에 무너지며 1-3 역전패했다. 이날 결과로 경남은 지난 안산그리너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며 6위에 머물렀다.

비록 패배했지만 이날 경남의 출발은 좋았다. 측면 미드필드로 출장한 모재현과 원기종을 중심으로 한 크로스가 매서웠다. 이 과정에서 전반 16분 고경민의 선제골이 터지기도 했다. 비록 4분 뒤 부천 김호남에게 실점을 허용했지만 전반전 마칠 때까지 경남의 매서운 측면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측면에서의 날카로운 크로스로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원기종도 이런 경남의 모습에 한몫했다. 지난 안산그리너스와의 29라운드 경기에서도 물 오른 드리블 감각을 선보이며 페널티킥까지 이끌어 내는 흐름을 이날 경기에서도 보여줬다. 전반 38분 왼쪽 측면에서 김명준의 긴 패스를 받은 원기종은 중앙으로 드리블 하는 듯 하다가 측면 방향으로 과감하게 전진했다. 이때 부천 배재우는 원기종을 막기 위해 어깨를 밀어 넣으며 수비했고 원기종은 얼굴을 감싸며 넘어지고 말았다.

이후 원기종은 부천의 역습 상황이 끝난 뒤 고통을 호소하며 일어났다. 그런데 이때 작은 문제가 생겼다. 하필 원기종이 넘어진 위치가 부천 서포터스 '헤르메스' 앞이었다. 부천 서포터스는 이 장면 직후 원기종에게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반칙을 유도하려는 자세가 아니었냐는 것이다. 야유와 함께 일부 팬들은 육두문자를 섞기도 했다.

야유가 계속되자 원기종도 반응했다. 전반 41분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원기종이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부천 수비에 막혀 넘어지고 터치 라인 아웃됐다. 이후 원기종은 부천 서포터스석을 향해 두 팔을 높게 들어 올리고 손을 흔들며 야유에 화답했다. 이날 N석 가변석에서 경기를 즐겨 보던 한 부천 팬은 "선수가 반칙을 유도하려는 장면이 있어 야유를 보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선수가 오해를 한 것 같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원기종의 당시 심경은 어땠을까.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원기종은 먼저 경기 소감에 대해 묻자 "전체적으로 너무 아쉬웠다"면서 "이겼어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했다. 운도 안 좋았고 우리의 실력도 잘 안 나왔던 것 같다. 좀 더 많은 걸 경기장 안에서 보여줘야 했고 더 잘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다음 경기 더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후 부천 팬들이 야유에 화답하는 제스처에 대해 묻자 원기종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실 팬들에게 그렇게 했으면 안 됐다"면서 "상대 수비의 팔꿈치에 입술을 맞아 순간 욱 했던 것 같다. 아파서 누워 있는 상황이었는데 뒷 쪽에서 욕이 들리니까 순간 욱 했다. 여러 육두문자도 섞여 있었고 '집에 가서 누워라'라는 식의 외침이었다. 당연히 내 잘못이다. 다음부터는 그런 상황이 없도록 자제할 것이다"라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기종은 이번 여름에 대전에서 경남으로 팀을 옮겼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원기종은 대전에서 주로 후반 교체 출전하며 경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대전에서는 후반에 들어가다 보니 팀이 지거나 비기고 있으면 심리적으로 쫓겼다"면서 "요즘은 처음부터 들어가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 경남도 전술적으로 준비가 잘 된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만 잘 녹아들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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