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안산=김귀혁 기자] 김현욱이라면 박성결에게 더 많은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31일 전남드래곤즈는 안산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안산그리너스와의 30라운드 맞대결에서 상대 아스나위의 선제골과 티아고의 두 골에 무너지며 0-3으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전남은 이장관 감독 부임 이후 열 경기 연속 무승(7무 3패)의 늪에 빠진 가운데 기존 순위인 10위에 머물렀다.

전남의 무승 고리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이장관 감독을 선임한 이래 공격적인 축구로 변모했지만 6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보였다. 매 경기 득점을 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전남은 이날 경기 전까지 1무 2패를 기록하며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전 만난 김현욱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우리 팀이 오랜 기간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팬분들이나 우리도 잘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감독님이 분위기를 안 떨어뜨리기 위해 좀 더 밝고 좋은 분위기를 만드시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분위기를 승리라는 결과로 빨리 바꾸는 것이 제일 우선으로 보인다"며 경기 전 각오를 이야기했다.

사실 김현욱은 올 시즌 전남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시즌 전 주장으로 선임됐으나 왼쪽 발목 인대가 완전 파열되는 부상으로 이탈한 뒤 감독까지 바뀌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현욱은 "프로 생활하면서 시즌 도중에 감독님이 바뀐 것은 처음이다"라면서 "시즌 중에 내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적도 많이 없었다. 낯설고 힘들다기보다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였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부상에서 복귀하고 싶었는데 내 마음대로 안 되더라"라며 지난 시간을 소회 했다.

이후 김현욱은 "한창 유행하고 있는 질병으로 인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늦게 합류했던 상황이었다"면서 "합류 전까지 한국에서 훈련을 하다가 그만 부상을 당했다. 생각보다 부상이 심각해서 복귀 시점도 많이 늦어졌다. 내가 다치고 난 뒤에 중요한 경기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너무 죄송했다. 그래서 지금 내 역할을 다른 선수들보다도 좀 더 솔선수범해서 분위기를 이끌어 가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지난 부상 경과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김현욱은 "경기에 나서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팀 승리를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질타보다는 격려를 하고 있다. 그 속에서 경쟁하는 분위기도 만들고 있다"면서 "선배들이나 동생들도 다 웃으면서 잘 따라와 주고 있다. 분위기는 잘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팀은 이제 결과만 나오면 된다. 모든 선수들이 지금 환경이나 분위기에는 만족하고 있다. 정말 결과만 나오면 된다"라며 승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박성결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장관 감독과 같은 용인대 출신인 박성결은 지난 6월 30일 전남으로 공식 입단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팬들 사이에서는 박성결의 영입 소식이 알려지자 자연스레 김현욱을 연상했다. 김현욱의 신장은 160cm로 국내 선수 중에서는 K리그 역대 최단신 기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 입단한 박성결의 신장이 159cm로 알려지며 이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 말을 전하자 웃음을 보인 김현욱은 "처음에 대학교에서 작은 친구가 온다고 해서 나름 기대했다"면서 "작은 선수들이 온다는 것은 또 다른 재밌는 스토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나보다도 왜소해서 놀랐다. 물론 (박)성결이가 엄청 성실해서 프로에서의 적응만 잘 마친다면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응원을 많이 해주고 있다"면서 박성결의 합류를 반겼다.

그러면서 그는 "성결이가 나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본다. 그런데 시즌 중에 신인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나를 어려워할 수 있다"면서 "나와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서 필요한 사이즈 등을 챙겨준다. 성결이가 필요해 보이는 것들이 계속 눈에 밟히더라. 처음에 왔을 때도 운동복을 따로 챙겨줬다. 아무래도 애착이 더 많이 가는 것 같다. 내가 신인으로 왔을 때 나를 보는 형들의 마음이 이런 거였을까 싶기도 하다. 동료들은 단신 타이틀 뺏겼다고 하더라"라면서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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