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주현서 군 만한 ‘성덕(성공한 덕후)’이 또 있을까.

수원FC와 대구FC는 3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수원FC가 정재용의 선취골로 앞서갔지만 이후 고재현과 페냐에게 골을 허용하며 역전 당했지만 후반 종료 직전 김현이 페널티킥을 성공하며 2-2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 경기 무승부로 수원FC는 지난 강원전 패배 이후 승점 1점을 따냈고 8승 5무 10패 승점 29점을 기록하게 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한 뒤 두 명의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이가 따로 경기장에 걸어 들어왔다. 수원FC 유니폼에 11번 등번호를 단 이 둘의 유니폼에는 나란히 이승우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체격도 비슷했다. 이 중 한 명은 ‘진짜 이승우’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의정부고 이승우’였다. ‘진짜 이승우’는 살갑게 웃으면서 ‘의정부고 이승우’와 그라운드로 등장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의정부고 이승우’ 주현서 군은 최근 큰 이슈가 됐다. 의정부고 졸업 사진 촬영에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이승우 특유의 골 세리머니를 따라한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것이다. 더 놀라운 건 주현서 군이 수원FC 유니폼을 직접 제작했다는 점이었다. 주현서 군은 <스포츠니어스>와의 지난 28일 인터뷰에서 “부모님과 함께 이틀 동안 유니폼을 제작했다”면서 “엠블럼이나 로고, 스폰서 등도 다 직접 오리고 만들어서 붙인 것”이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수원FC 구단 측에서 주현서 군을 직접 찾기 시작했다. 구단은 지난 27일 공식 SNS를 통해 ‘수원FC 사무국에서 해당 학생을 애타게 찾습니다’라며 사진의 주인공을 급하게 찾아 나섰다. 이승우 역시 해당 게시물에 ‘누구야 누구야’라는 글을 올리며 궁금해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구단은 사진 속 주인공과 연락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 학생이 손수 만든 유니폼을 SNS에 게시했다. 이승우도 ‘빨리 와 빨리 와’라며 화답했다. 주현서 군은 이날 이승우와 함께 등장해 시축에 임했다.

‘수제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주현서 군에게 이승우가 직접 사인을 한 ‘진짜 유니폼’을 현장에서 선물했다. 주현서 군은 현장에서 이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주현서 군은 시축에 앞서 진지하게 몸을 풀었다. 평소 가볍게 시축을 하는 이들과는 자세부터가 달랐다. 장내 아나운서가 “어디를 향해 찰 것이냐”고 묻자 이승우는 “골대에 넣어버려”라고 장난을 쳤다. 그리고 주현서 군이 날린 슈팅은 하프라인에서 골대 근처까지 향했다. 축구선수로 어렵다는 초장거리 슈팅이었다. 공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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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주현서 군은 이승우 특유의 댄스 세리머니를 펼쳐보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밝게 웃은 이승우는 주현서 군과 포옹한 뒤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날 지난 경기 퇴장으로 결장하게 된 이승우는 주현서 군과 어깨동무를 하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면서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주현서 군이 이승우에게 친필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선물 받고 이승우 앞에서 시축을 한 뒤 이승우 세리머니까지 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현서 군은 졸업앨범 촬영 이후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시축 이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주현서 군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면서 “오늘 친구들과 같이 경기장에 왔는데 친구들도 엄청 부러워한다. 친구들도 다 이승우 선수의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엄브로에서 풋살화부터 가방까지도 선물을 해주셨다. 지금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승우 형이 준 유니폼이 젖을까봐 벗어서 챙겨놨다. 가보로 간직할 계획이다”라며 웃었다. 주현서 군은 종이 가방에 선물을 한보따리 들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주현서 군은 “시축을 하러 가러 준비하고 있는데 승우 형이 내 수제 유니폼을 보고 ‘정말 네가 만든 것이냐’면서 관심을 보이더라”라면서 “의정부고등학교가 특별하게 졸업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알고 계셨다. ‘이 사진 이후 많이 유명해졌어?’라고 물어보셨다. 요새 친척들부터 많은 분들에게 연락이 온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승우 형과 함께 나란히 서서 대화를 한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내가 ‘승우 형 정말 팬이에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승우 형이 어깨동무도 해주시고 하이파이브도 해주셨다”고 꿈같던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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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서 군은 이날 골대를 살짝 빗나가는 강력한 시축을 선보였다. 사실 주현서 군은 수원FC의 초대를 받고 미리 시축을 연습했다. 그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하프라인에 서서 골대로 슈팅 연습을 하고 왔다”면서 “학교는 그라운드 규격이 작아 슈팅이 골대를 넘어갈 정도였다. 그런데 수원종합운동장은 학교 운동과보다 훨씬 크더라. 그래도 승우 형이 ‘이왕 차는 거 한 번 넣어봐’라고 해서 골 욕심을 낸 건 사실이다. 그런데 비도 오고 그라운드가 미끄러워 넘어졌다가는 망신을 당할까봐 조금 위축됐다. 골을 넣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주현서 군은 “승우 형이 또 경기장에 자주 오라”면서 “오늘 경기도 재밌게 보라고 해주셨다.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하루다. 앞으로도 승우 형과 수원FC를 더 열심히 응원하겠다. 승우 형과 이렇게 대화도 나누고 선물까지 받으니 정말 ‘성덕’이 맞는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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