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서 군 제공. 주현서 군이 제작한 수원FC 유니폼

[스포츠니어스 | 김귀혁 기자] 의정부고등학교도 이승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의정부고등학교의 졸업 사진은 이제 하나의 사회 문화적 트렌드를 알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의정부고의 일부 학생들이 기존 딱딱하고 형식적인 졸업 사진에서 벗어나 독특한 모습으로 졸업 사진을 찍은 것이 시초였다. 이후 의정부고의 졸업 사진을 차용해 전국 학교의 졸업 사진에도 일종의 콘셉트를 잡고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할 정도로 파급 효과가 컸다.

특히 매년 졸업사진을 통해 당시 유행했던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다. 영화 '어벤저스'가 유행했던 시기에는 닥터스트레인지의 분장을 하는가 하면 매 시즌 펼쳐지는 힙합 오디션 '쇼미더머니' 역시 단골 소재다. 작년에도 양궁의 김제덕과 같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소재로 하거나 유튜브 '피식대학' 채널의 <한사랑산악회> 출연진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남학생들로만 이뤄진 의정부고 특성상 축구를 활용한 소재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은 물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나 독일 분데스리가의 리그 엠블럼까지 따라 하는 등 그 대상도 다양하다. 지난 2020년에는 당시 FC서울 소속이었던 유상훈(현 강원FC)의 장풍 세리머니를 따라 하는 학생이 등장해 K리그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의정부고학생자치회 SNS. 이승우의 세리머니를 따라 하는 주현서 군

그런데 올해 유상훈에 이어 또 다른 K리그 선수가 졸업 사진 소재로 활용됐다. 주인공은 이승우다. 이승우는 올 시즌 수원FC로 이적해 10골 2도움을 기록하는 등 본인의 진가를 뽐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득점할 때마다 펼쳐지는 그의 댄스 세리머니는 저녁 스포츠 뉴스의 메인을 장식한다. 그만큼 독보적인 스타성으로 K리그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이승우의 이러한 스타성을 의정부고 학생들도 놓치지 않았다. 의정부고등학교 학생자치회는 매 회 졸업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자신들의 SNS에 업로드한다. 올해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 손흥민, '악동뮤지션' 이찬혁 등 다양한 스타(?)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여기에 이승우도 있었다. 사진 속에는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한 학생이 이승우의 댄스 세리머니를 따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수원FC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구단은 27일 공식 SNS를 통해 '수원FC 사무국에서 해당 학생을 애타게 찾습니다'라며 사진의 주인공을 급하게 찾아 나섰다. 이승우 역시 해당 게시물에 '누구야 누구야'라는 글을 올리며 궁금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구단은 사진 속 주인공과 연락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 학생이 손수 만든 유니폼을 SNS에 게시했다. 이승우도 '빨리 와 빨리 와'라며 화답했다.

구단 관계자는 "우리 선수를 그렇게 따라 해 주니 고마워서 찾게 됐다. 게시물에 그 학생 친구들이 이름을 태그 해줘서 연락을 취했다"면서 "아무래도 그 학생이 아닐 수 있으니 한 번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래서 손수 제작한 유니폼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고 그분도 이에 응해주면서 신원 확인이 완료됐다"라고 밝혔다. 수원FC는 보도 자료를 통해 오는 31일 대구FC와의 홈경기에서 해당 학생과 이승우의 기념 촬영 및 유니폼 전달식이 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정부고학생자치회 SNS. 이승우의 세리머니를 따라 하는 주현서 군

이후 <스포츠니어스>는 사진 속 주인공인 주현서 군(19)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주 군은 "이전부터 선배들의 졸업 사진을 보면서 고민이 많았다. 재밌고 좋은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라면서 "평소에 축구를 좋아해서 K리그도 자주 본다. 그런데 올해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가 이승우이지 않느냐. 춤도 재미있어서 해보면 유쾌할 것 같았다. 다른 선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이승우로 정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평소 축구에서의 포지션도 측면 공격수를 본다는 주현서 군. 이승우를 따라 하자 주변 반응도 남달랐다. 그는 "이승우의 세리머니는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직접 춤을 추지는 않고 몇 가지 시그니처 자세를 취해서 사진으로 남겼다"면서 "당시 운동장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창문에서 후배들이 '이승우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다들 이승우 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시는 선생님도 '되게 재밌다. 유니폼을 만든 정성이 느껴진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학교에서의 반응은 약과였다. 해당 사진이 공개되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킹 받는다', '수제 유니폼이라 가치가 있다'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주현서 군도 "'에펨코리아'라는 사이트에서 엄청 유명해졌더라"라면서 "그러다가 어제 수원FC 구단의 연락을 받았다. 구단과 이승우 선수가 나를 찾는다고 하니 굉장히 놀라웠다. 나에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지금은 자랑할 틈도 없이 친구들이 먼저 알아보고 레전드라고 말한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의정부고학생자치회 SNS. 이승우의 세리머니를 따라 하는 주현서 군

ⓒ의정부고학생자치회 SNS. 이승우의 세리머니를 따라 하는 주현서 군

ⓒ의정부고학생자치회 SNS. 이승우의 세리머니를 따라 하는 주현서 군

주현서 군이 이토록 화제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유니폼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빨간색과 남색 세로선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수원FC의 홈 유니폼이지만 자세히 보면 손수 제작한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꽤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주현서 군은 "사실 유니폼을 사거나 빌릴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보다 만드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원FC의 유니폼이 남색과 빨간색 선으로 되어 있는데 남색 티셔츠 밖에 없더라"라면서 "그래서 빨간색 줄무늬는 테이프로 붙였다. 그 외에 엠블럼이나 로고, 스폰서 등도 다 직접 오리고 만들어서 붙인 것이다. 만들고 나니까 생각보다 품질이 너무 좋았다. 이달의 선수상 패치도 마침 최근에 이승우가 그 상을 받았기 때문에 꼭 넣고 싶었다. 사람들이 못 알아볼까봐 우려했었는데 다행히 몇몇 분들이 알아봐 주셨다"라며 제작 과정을 회상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있었다. 보통의 테이프는 투명 혹은 초록색이나 검은색 테이프가 많다. 시중에 빨간색 테이프가 많은 편이 아니다. 이 말을 전하자 주현서 군도 공감하며 "나도 빨간색 테이프를 구하려고 주변 '다이소'에 가봤는데 없더라"라면서 "당장 가까운 시일에 졸업 사진을 찍어야 했다. 다행히 쿠팡의 새벽 배송을 이용해서 빨간색 테이프를 구할 수 있었다. 이후에 제작하는 데 이틀 정도 걸렸다"라고 밝혔다.

제작 과정에서는 부모님의 협조가 있었다. 주현서 군은 "유니폼 제작에 이틀 정도 걸린 가운데 하루에 두세 시간 씩 투자했다"면서 "어머니께서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부모님께 이승우를 콘셉트로 한다고 말하니 아버지께서 잘 따라 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도 세리머니 자세를 신중하게 해 보라고 조언했다. 평소에 이승우가 골을 넣으면 내가 '재미있지 않느냐'라면서 부모님께 보여줬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도 이승우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주현서 군은 "작년부터 수원FC가 매력적인 팀임을 느꼈다"면서 "작년에는 승격해서 막 올라온 팀이었다. 그런데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굉장히 잘해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공격적인 팀이다 보니 마음에 들었다. 라스나 지금은 없는 이영재도 굉장히 좋아했다. 지난 FC서울과의 원정 경기도 '직관'했다. 올해는 이승우까지 오면서 계속해서 눈여겨보고 있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