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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김귀혁 기자] K리그는 유소년 대회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2019년 폴란드에 펼쳐진 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객관적 전력에서 밀렸다. 비록 젊은 선수들이 나서는 대회이기는 하나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는 전통적으로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 대회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FIFA 주관 대회 사상 처음으로 결승전까지 진출하며 그해 여름을 빛냈다.

이후 3년이 지났다. 준우승을 이끈 선수들은 지금 K리그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황태현(서울이랜드), 전진우(수원삼성), 엄원상(울산현대) 등 다양하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 K리그 구단들의 연령별 유소년 팀 출신이라는 점이다. 황태현은 광양제철남초-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 출신이며 전진우는 매탄중-매탄고를 거쳐 현재까지 산하 클럽인 수원삼성에서 활약 중이다. 금호고 출신의 엄원상 역시 광주FC와 울산현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까지 승선했다.

K리그 유스 출신 선수들이 내뿜는 영향력은 현재까지도 곳곳에 퍼지고 있다. 매탄중-매탄고 출신의 정상빈은 지난 시즌 수원삼성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울버햄튼과 계약해 현재 스위스 그라스호퍼로 임대가 있는 상황이다. 최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에 새로 선발된 강성진(FC서울), 김주성(FC서울, 현재 군입대), 고영준(포항) 등도 각자의 클럽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2022 GROUND.N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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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K리그 유소년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정책에 기반했다. 2008년 K리그 전 구단 유소년 시스템을 의무화 함과 동시에 연중 주말리그인 'K리그 주니어리그'를 실시한 것이 시초였다. 이후 점진적인 발전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16일부터 내달 23일까지 진행 예정인 '2022 GROUND.N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이하 K리그 유스 챔피언십)도 그 정책의 일종이다.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올해로 8회째 그 명목을 이어오고 있다. 보통 K리그 구단 산하 유소년 팀들의 대회는 주말 리그인 'K리그 주니어리그'를 근간으로 하며 이번에 진행되는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일종의 리그컵 대회다. 먼저 16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충청남도 천안에서 고등부인 U18과 U17 팀의 대회로 시작한다. 이후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는 경상북도 영덕에서 U12와 U11 초등부 팀의 대회가 진행된다. 그리고 대회의 마지막은 다시 천안으로 넘어와 8월 11일부터 23일까지 U15와 U14로 이루어진 중등부가 장식한다.

참 특이하다. 보통의 유소년 대회는 초등부-중등부-고등부로 단순하게 삼등분하여 대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유소년 선수들은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고학년일수록 경기에 나설 확률이 많다. 이 때문에 저학년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이 과정에서 오는 아쉬움을 최대한 없애려 했다. 지난 2015년부터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각 연령별 저학년 선수들의 대회까지 동시 개최하여 어린 선수들에게도 출전 경험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저학년 대회(U17, U14)에서 하위 연령대 선수들도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가령 고등부 선수들이 나와야 하는 U17 대회에 중학생 선수가 참가할 수 있다. 잠재력 있는 선수의 조기 발굴을 더 적극적으로 장려하려는 취지다. 유소년 대회에서는 성장 속도가 가파른 나이대의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1년의 차이에도 그 경계가 크다. 이는 졸업 혹은 준프로 계약 이후 신체 능력이 절정에 달한 선수들이 경쟁하는 프로 무대에서의 적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뮬론 최대 변수는 날씨다. 학업을 이유로 주말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짧은 기간 안에 치러야 하는 대회는 대부분 방학 때 펼쳐지고 있다. 즉 가장 더운 시기에 대회를 진행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힘든 날씨 탓에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다. 이에 이번 대회의 모든 경기는 18시 이후에 진행한다. 야간에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조명 시설을 갖춘 경기장에서 대회를 진행하며 경기 중간에는 수분을 섭취할 수 있는 '쿨링 브레이크'를 실시한다. 경기 종료 후에도 하루 이상의 휴식일을 제공하여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팬들로부터 노출을 유도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Kleagueyouth'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대회 대회 시작 후 날마다 경기 결과와 사진 뿐만 아니라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챌린지 등의 콘텐츠를 올린다. 특히 챌린지 영상의 주 소비층인 10대 선수들의 어리숙하면서도 능숙하게 챌린지를 하는 모습에 팬들은 다른 게시물보다도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왜 이렇게 유소년 대회에 열과 성을 다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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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본주의 관점에서 유소년 대회는 이득 발생의 여지가 충분치 못하다. 대부분 사람들의 시선은 성인팀을 기준으로 바라본다. 당장 25일 18시에 진행한 U17 챔피언십 8강 토너먼트 부천과 부산의 대결에서 경기 중반 동시 시청자 수는 200명 안팎이었다. 이른바 '덕후'로 불리는 각 구단의 팬이 아니고서야 유소년에 어떤 선수가 활약하는지는 관심 밖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런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는다. K리그가 2008년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유스 시스템을 도입할 때도 그 영향력을 예상할 수 있었던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정책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K리그뿐만 아니라 국가대표에서까지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면 우리는 홍콩과의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강성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확률이 극히 낮았을 것이다.

특히 과거에 비해 영양 섭취가 용이해지고 훈련 방식까지 체계화됐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일찍부터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K리그 역시 오래전부터 다져온 유소년 정책을 발판 삼아 등장한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재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선수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선수들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회나 유소년 리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대회의 정식 명칭도 '2022 GROUND.N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이다. 'GROUND.N'은 연맹이 넥슨과 함께 올해 1월 파트너 협약을 체결한 뒤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한국 축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후원하는 캠페인이다. 뿐만 아니라 16강 토너먼트부터 K리그 유스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며 결승전은 skySports TV에서 생중계한다. 이렇듯 프로 경기와 유사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선수들 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

또한 최근 5년간 K리그 등록선수 중 유스 출신 선수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K리그1과 K리그2를 합쳐 유스의 비율은 209명으로 전체 25.7%에 각 구단 산하 유스 출신 선수의 비율은 13.3(108명)% 선이었다. 하지만 그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여 올 시즌을 기준으로 전체 유스 출신 선수의 비율은 36.3%(313명)이며 이중 산하 유스 출신 선수는 16.5%(141명)을 차지한다.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끝에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준프로계약 제도 역시 그 일종이다. 준프로계약은 2018년부터 도입한 것으로 K리그 구단 산하 유스 출신의 선수 중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선수를 대상으로 K리그 공식 경기 출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오현규와 정상빈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며 최근 팀 K리그와 토트넘훗스퍼와의 경기에 출전한 2004년생 김지수 역시 준프로계약을 맺고 올해 프로에 입성했다. 당초 한 팀 당 세 명에 만 17세 이상의 선수들만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으나 작년 말부터는 한 팀 당 다섯 명 계약에 연령 역시 만 16세로 그 기준이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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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증가하는 각 구단 산하 유소년 출신 선수들과 더욱 완화된 준프로계약 장벽. 최근의 모습이 유소년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K리그를 거쳐 어린 나이부터 해외에 진출하거나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선수들도 많아졌다. 2018년 K리그 유스 챔피언십 우수선수상을 수상한 김주성과 강성진이 대표적인 예다. 수원의 정상빈, 포항의 홍윤상과 김용학은 각각 스위스 그라스호퍼와 독일 볼프스부르크,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로 진출했다.

이렇듯 유소년 정책은 당장의 큰 파급 효과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K리그 유스 챔피언십 역시 과거부터 많은 선수들을 배출해왔다. 첫 대회인 2015년에 이동경(독일 샬케, 당시 울산U18)과 송범근(전북, 당시 상주 U18)이 좋은 활약을 펼쳤고 엄지성과 허율(이상 광주, 당시 광주U18) 역시 이 대회 득점왕 출신이다. 지금 펼쳐지는 대회에서도 미래의 K리거와 국가대표들은 같은 대회 출신의 선배들을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K리그가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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