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eagueyouth' 인스타그램 캡처. 매탄고 이상민, 김성진, 심준보, 이성호-(좌)현재 (우)과거

[스포츠니어스|김귀혁 기자] 신선한 콘텐츠 뒤에는 몇 년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올해도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이 돌아왔다.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일종의 컵 대회 느낌이다. 현재 K리그 구단 산하 유소년 팀의 경우 'K리그 주니어리그'라는 주말 리그로 시즌을 운용한다. 평일에도 학업에 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방학 기간에는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을 통해 또 다른 대회를 개최한다. 특히 올해로 8회째 명목을 이어오고 있는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넥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한 캠페인인 GROUND.N을 붙여 '2022 GROUND.N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이라는 명칭으로 대회를 진행 중이다.

대회는 지난 16일부터 28일까지 충청남도 천안에서 고등부 대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는 경상북도 영덕에서 초등부 대회를 진행한다. 그리고 다시 천안으로 돌아와 8월 11일부터 23일까지는 중등부 대회로 그 마지막을 장식한다. 또한 16강 토너먼트부터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회를 볼 수 있고 결승전은 skySports tv를 통해 생중계한다. 대회 기간 동안 연맹은 'Kleagueyouth'라는 인스타그램 채널에도 경기 일정과 결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며 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 유소년 대회가 팬들의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다. 많은 팬들이 집중하는 것은 성인들이 주로 누비는 프로팀이다. 해당 구단 출신의 유소년 선수가 성인 무대로 올라와 좋은 활약을 펼치면 더욱 열광하기는 하나 이전부터 그 선수를 알고 있던 팬들의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른바 '현생'을 살고 있는 팬들이 유소년 무대까지 챙겨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적은 관심도 탓에 그만큼의 인력을 쏟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유소년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 당장의 결과물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그야말로 볼거리가 넘친다. 앞서 말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가 주력이다. 숏폼은 1분 내외의 짧은 세로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으로 영상에 큰 내용이 있기 보다는 간단한 춤을 추는 등의 형식이 많다. 워낙 이에 익숙한 학생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출연하다 보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팬들 역시 동생이나 자식을 보는 것 마냥 흐뭇하다.

유소년 대회를 총괄하는 연맹 관계자는 "현재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을 운영하는 에디터는 총 세 명이 있다"면서 "전체적인 담당 한 명과 대회 때 도와주는 외부 에디터 한 명이 있다. 그리고 원래 K리그 주니어 리그 때부터 관련 업무를 해왔던 에디터가 합심해서 콘텐츠를 기획한다. 사진이나 대회 일정뿐만 아니라 여러 숏폼 콘텐츠 등을 주로 올리고 있다. 대회 시작인 2015년에는 주로 운영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점점 콘텐츠의 폭을 넓히게 됐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Kleagueyouth' 인스타그램 캡처. 개성고 김세응-(좌)현재 (우)과거

사실 팬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과거 사진을 재현하는 콘텐츠였다. Simple Plan의 'I'm Just a kid'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며 현재 고등학생 선수들이 과거 자신의 중학생 때 모습을 똑같이 따라 하는 방식이다. 놀라운 점은 그 과거 사진이 똑같은 대회인 K리그 유스 챔피언십에서의 옛 모습이라는 점이다. 이전부터 유소년 챔피언십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기에 가능한 콘텐츠였다. 26일 오후 17시 기준으로 매탄고 학생들이 나온 해당 콘텐츠의 조회수는 126만회에 달했다.

연맹 관계자는 "2018년에 중학생 대상의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이 생겼다"면서 "지금 고3인 친구들이 당시에 중학교 2학년이었다. 그때 뛰었던 친구들이 그대로 올라오는 경우가 꽤 많다. 매년 대회를 하다 보니 예전 자료가 차곡차곡 많이 쌓였다. 선수들이 그야말로 폭풍 성장을 한 것 아닌가. 예를 들어 개성고(부산)의 김세응은 옛날 중학교 때 하던 음바페 세리머니를 똑같이 따라했다. 매탄고(수원삼성) 네 명의 선수들이 같이 초코 우유를 마시는 콘텐츠도 있었는데 그것도 그 학생들이 중학교 2학년 때 모습을 따라한 것이다. 워낙 애들 얼굴이 거의 그대로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지금 있는 세 명이 옛날부터 매년 K리그 유스 챔피언십 콘텐츠를 기획했던 사람들이다"라면서 "모두 다 그때 선수들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옛날 사진이나 영상도 각자 휴대폰에 남겨져 있는 경우가 있다. 그중 재현할 만한 것들을 찾고 여기에서 현재 남아 있는 선수들까지 찾는 과정을 거쳤다. 5년 정도 하다 보니 아이들도 많이 알고 '이 팀은 이런 거 잘하겠다'라는 일종의 이미지도 생겼다. 콘텐츠 팀의 에디터 분들이 대회 한 달 전부터 선수들이 할 만한 콘텐츠가 있으면 바로 메모하기도 했다"면서 제작 비화도 밝혔다.

그야말로 이 세 명의 관계자는 여러 선수의 성장 과정을 매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을 꺼내자 연맹 관계자는 "사실 중학생 때는 어리다 보니까 시키는 것들을 잘했다. 예를 들어 스케치북에 경기 초대장을 그리도록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옛날에는 잘 따라줬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고3이다 보니까 부끄러워하면서 오히려 대안을 제시하며 협상한다. 아이돌이 많이 하는 윙크 같은 것도 시키면 '도저히 못하겠다'라고 말하더라. 그런데 막상 하게 되면 협조는 굉장히 잘해준다"면서 흐뭇해했다.

물론 고등학생 선수들의 촬영 환경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아무래도 고등학생 선수들은 나이도 있고 입시와도 관련이 있다 보니 생각도 많아지고 예민하기도 하다"면서 "그러다 보니 우리가 피해야 할 시간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직전에는 촬영이 힘들다. 경기에 상대적으로 적게 나서는 저학년 선수들 위주로 촬영한 적도 있었다. 최대한 경기에 지장을 덜 받게 하기 위해서 휴식일 하루 동안 4강 팀들 숙소를 다 돌면서 영상을 찍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반면 초등학생과 중학생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촬영에 용이하다. 이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은 아무래도 좀 더 발랄하다. 이런 촬영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며 좋아한다"면서 "작년에는 '이모티콘 챌린지'라고 이모티콘을 따라 하는 콘텐츠도 진행했었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잘하더라. 아직 활용하지 못한 콘텐츠도 제법 있는 만큼 앞으로 있을 초등부와 중등부 대회에서 이를 보여주려 한다"라며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꽤 오래전부터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을 담당했기 때문에 보람찬 순간도 있었을 것. 해당 관계자는 "선수들 중에 프로 팀으로 올라가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일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면서 "매년 졸업생들이 '유스 챔피언십 때 진짜 재밌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다른 대회에서는 여건 상 콘텐츠를 많이 찍는 편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선수들 역시 좋은 추억으로 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다른 대회보다는 재미있으면서도 축제 분위기가 났으면 했다"라며 보람찬 순간을 전했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