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경주한수원도, 그 수장도 새로운 도전이다.

K3리그와 W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경주한수원은 올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법인화다. 사내 축구단으로 존재했던 경주한수원은 법인화를 거쳐 하나의 독립체가 됐다. '법인화'라는 것은 단순히 단어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고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이곳의 수장은 이신선 대표다. 한수원에서 일생을 바쳤던 그는 이제 축구단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심지어 그냥 축구단이 아니다. 남녀 축구단을 한꺼번에 운영해야 한다는 제법 난이도 높은 도전이다. <스포츠니어스>는 경주로 달려가 이신선 대표를 만났다. 새로운 도전과 그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궁금했다.

만나서 반갑다. 신생 법인화 구단의 수장으로서 고생이 많을 것 같다.

지난 2월 16일에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대표로 부임했다. 사실 그 때는 직원들이 모두 구성되지 않은 시기였다. 혼자 어떻게 운영을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보다 더 고생한 분들도 많다. 과거 한수원 축구단을 운영했던 본사 직원 두 명이 있다. 이런 법인화 작업을 하면서 상당히 어려운 일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고생이 많았다.

경주한수원축구단이 법인화 되면서 사회공헌에 대한 부분을 많이 신경쓰려고 한다. 사실 법인화 전에는 사회공헌 사업을 하기 쉽지 않았다.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법인으로 분리되면서 별도의 조직이 됐다. 홍보마케팅 팀도 생겼다. 사회공헌 사업에 신경써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사회공헌 사업은 유소년 축구교실 등 작은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할 예정이다. 관내 학생들 중에는 축구에 관심이 많고 꿈을 키우는 경우가 제법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각 학교에서는 우리 경주한수원축구단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 안오는 게 아니라 못오는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축구교실을 열어 선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민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미래 유망주들이 우리 축구단으로 올 수 있을 것 가다는 생각도 한다.

이제는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 예전처럼 회사에 소속된 한 축구단으로 있는 것과 법인으로 따로 분리된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과거와는 다르다는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러가지 필요한 것들도 있고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 과거에 하지 않았던 홍보와 마케팅 등에 노력을 기울여 좀 더 축구단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비축구인이 한 구단을 이끈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맞다. 나는 비축구인이다. 계속해서 한수원이라는 발전회사에 있었던 사람이다. 축구는 좋아했다. 젊을 때부터 시작해 재작년까지 동호회에서 공을 찼다. 내가 과거 고리(원전)본부에서 근무할 때 그곳에 축구 동호회가 있었다. 그곳 노조위원장도 축구를 좋아해서 토요일마다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찼다.

다른 K리그 구단 등을 보면 축구인 출신이 대표를 맡는 경우도 많다. 어느 한 쪽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축구인이 아닌 사람이 대표를 맡는 것도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인이 대표를 해도 좋지만 전반적으로 경영 활동의 큰 틀을 놓고 보는 면에서는 비축구인의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일반 기업과 축구단은 분명히 다른 면이 조금 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른바 '축구 세계'의 내면을 잘 모른다. 대표에 부임한 이후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조금씩 깨닫고 있다. 실제로 내가 축구단을 맡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꽤나 걱정을 한 것이 있었다.

어떤 걱정이었는가?

운동 선수들이 모인 곳은 군대 문화와 같을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 사실 과거에 운동 선수라고 하면 뭔가 수직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받았다. 위계 질서가 확실할 것 같았다. 실제로 관련된 언론 보도도 많았다. 그래서 선수단이 군대 조직과 거의 비슷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대표로 부임하면서 인권 보장이 제일 시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런데 막상 부임해서 와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코칭스태프에서 나름대로 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었다. 선수단 숙소에 코칭스태프가 함께 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축구단 자체적으로 인권 선포식을 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놓였다. 역사와 전통을 쌓아온 구단은 이런 악습 하나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다행히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이 구단이 김민재를 키운 곳 아닌가(김민재는 2016년 여름 경주한수원에서 반 시즌을 뛰며 성인 무대를 시작했다).

내가 경주한수원(남자) 서보원 감독과도 종종 그런 이야기를 한다. 서 감독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뿌듯할 것이다. 여기서 뛴 선수가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해외에도 진출했고 국가대표까지 하고 있다. 물론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김민재 그 친구는 여기를 잊지는 못할 것이다.

한수원 본사에서도 종종 김민재 이야기가 나온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뛰는 김민재를 보면서 "저 선수가 우리 경주한수원에 있었던 친구야"라고 하면 "아니, 경주한수원에 저렇게 유명한 선수도 있었어?"라면서 "김민재 같은 선수 경주한수원에 또 없는가"라는 이야기도 농담 삼아 많이 한다.

우리 팀에 김민재 같은 선수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경주한수원에 소속된 선수가 해외에 진출하거나 더 좋은 구단으로 가게 된다면 우리는 막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구단으로 가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구단이라면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좋은 선수가 있다면 옆에서 도와주고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

실제로 경주한수원은 윤영글과 가솔현 등 남녀 가리지 않고 해외진출 사례가 나온다.

물론 잘하는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경주한수원의 전력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에 갈 정도로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은 기회가 된다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경주한수원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생각해야 한다. 선수가 해외에 진출한다면 개인에게도 좋지만 국가 입장에서도 절대 손해볼 게 없다.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 그 국가에서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한국 선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한국을 알리는데 제법 기여하는 것이다. 물론 다 잘하라는 법은 없다. 아쉬운 결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모습을 보일 확률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우리 팀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바라는 것은 경주한수원이라는 자부심을 나름대로 가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계약할 때는 대부분 기간이 길지 않다. 하지만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조금이나마 갖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다. 특히 한수원에서 헌신하고 있는 서보원 감독을 보면 더욱 그렇다.

다른 어느 구단 감독들보다 우리 서보원 감독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애착은 굉장히 클 것이다. 옛날에 우리 팀 선수로 들어와 감독까지 하고있다. 입사한 지가 30년이 넘었을 것이다. 사실 서보원 감독은 한국전력 선수로 들어와 경주한수원이 될 때까지 우리 팀에 있는 것이다. 하하.

한국 축구 역사에서도 선수가 한 팀에서 쭉 뛰고 구단에서 행정 경험도 하고 감독까지 하는 사례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서보원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WK리그 경기 때는 서보원 감독이 응원을 하러 경기장을 찾는다. 그러면 둘이 앉아서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하고 사무실에서도 격의 없이 소통하고 있다.

WK리그 이야기가 나와서 물어보겠다. 방 한가운데에 WK리그 준우승 트로피가 있다.

이제는 여자축구의 인천현대제철 독주를 저지해야 한다. 경주한수원이 많은 노력을 하면서 양강 체제라고는 하지만 한 팀이 9연패, 또는 10연패를 하는 것은 너무 균형이 맞지 않는다. 물론 인천현대제철 또한 우승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우리 경주한수원이 인천현대제철을 꺾고 우승을 할 것 같다.

나는 WK리그가 흥행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하는 축구를 연상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여자축구를 보면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여자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을 보고 서로 비등비등하게 경쟁하는 모습은 또다른 흥미 요소다. 조금 더 경기에 대한 긴장감이 있다면 더 많은 관중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실 여자축구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WK리그를 한 번 보면 놀란다. 경기장에 와서 봐야한다. WK리그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기에 "여자 선수가 어떻게 저렇게 뛰고 저렇게 공을 잘 차?"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런 사람들은 다음에 WK리그 경기에 또 찾아오게 된다. 그렇게 하나하나 저변을 늘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WK리그 선수들을 활용한 홍보 활동도 고민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사람을 통해서 사람이 온다. 이게 제일 큰 효과를 가져온다.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관중을 노력해서 모으면 그 이후에는 탄력을 받아 자연적으로 여자축구를 찾는 관중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여자축구에도 투자를 한다는 것은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모기업 한수원에서 지원을 부족하지 않게 해주고 있다. 대부분 모기업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 구단은 지원을 받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모기업의 재정 상황에 따라서 지원이 유동적으로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대비해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경주한수원 경기가 열리는 경주시민운동장에는 K3리그 다른 팀들에 비해 제법 많은 관중이 들어오는 편이다. 여기서 시민들을 더 유치해야 한다. 가족 단위의 관중을 모으도록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 또한 지더라도 정말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WK리그 우승컵과 K3리그 우승컵 중 어떤 게 더 기분 좋을까?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하지만 따내기 더 힘든 것은 아무래도 K3리그 우승컵 아닐까. 과거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시절에는 8개 팀 밖에 없었고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K3리그에 가면 어떤 팀이 성적이 좋고 나쁜지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다. FA컵에서도 K리그2 팀이 K3리그를 쉽게 잡는다고 말 못한다. 그만큼 K3리그가 상향 평준화 됐다.

하지만 우리 구단은 성적을 최종 목표로 삼지는 않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구단을 운영하면서 우승을 목표로 삼는다. 우리 또한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적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경주한수원은 공기업의 출자를 받아서 세워진 법인이다. 공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임무를 우리 또한 이어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CSR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 사무실에는 현수막이 하나 걸려있다. 영어로 '우리는 한수원과 경주시의 홍보대사다'라고 적었다. 우승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서 지역의 수용성을 확보하고 경주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수원의 경영 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경주한수원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라는 발전 회사를 대표하기 위해 모기업이 운영하는 스포츠단이다. 한수원의 경영 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경주시를 대표하는 구단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이 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일 것이다.

급하게 하는 것보다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기업인 한수원을 홍보할 수 있는 전도사 역할도 충실히 해야하고 경주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해 사랑받는 구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신선 대표와 경주한수원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난관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첫 걸음을 뗐기에 이들의 행보를 흥미롭게 바라봐야 한다. 현재 경주한수원은 K3리그에서 5위, WK리그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경주한수원은 경주시와 한수원 안에 완전히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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