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서울 코엑스=김귀혁 기자] 코엑스에 울산의 푸른 파도가 덮쳤다.

18일 서울 코엑스 9 to 9 Cube '라이브 플라자'에서 울산현대의 코엑스 대형 LED 광고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3시부터 시작했으며 울산현대 구단의 자체 다큐멘터리인 '푸른파도 2'의 홍보 영상을 타 지역인 서울의 코엑스 LED 광고판에 넣은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를 위해 구단 마스코트인 미타뿐만 아니라 이청용까지 깜짝 등장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의 시작은 구독 이벤트였다. 광고가 진행되는 9 to 9 Cube 라이브 플라자에서 한 층 아래에 있던 부스에는 QR코드로 울산현대 공식 유튜브 구독을 유도했다. 그리고 구독을 완료한 팬들은 추첨을 통해 홍삼, 종합비타민, 선크림, 울산현대 사인볼 등을 증정했다. 이후에는 구단 공식 마스코트인 미타가 내려와 팬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물론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청용의 등장 여부였다. 구단 인스타그램에는 행사 하루 전 날 한 선수의 실루엣 사진을 올리며 깜짝 방문을 예고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행사 참여로 이끌 심산이었다. 그러나 팬들의 예리한 추리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이 실루엣이 올라오자 댓글에는 '거꾸로 봐도 뒤로 봐도 청캡같구나'라며 이청용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박주영은 '아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댓글은 이미 이청용을 예상하고 있었다.

ⓒ스포츠니어스. 이청용의 사인을 받은 (우측부터) 이홍섭(21), 최서연(29), 김정민(28), 정수빈(26) 씨

그리고 이날 행사에서도 부스 앞 계단은 이미 80여 명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대부분의 팬들은 이청용 유니폼을 들고 대기 중이었다. 정수빈(26) 씨는 실루엣의 포즈를 똑같이 따라 하며 "이거는 무조건 이청용 선수 아닐까 싶다"면서 "이청용 선수와 만나면 빨리 재계약 오피셜 소식을 전해달라고 말할 것이다"라며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후 팬들의 예상대로 이청용은 15시 40분에 행사 부스에 도착했다. 이청용을 보자 울산 팬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일반 시민들 역시 놀라움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이청용은 메가폰을 잡고 "서울에서 팬들을 만나 뵙게 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면서 "올 시즌 홈경기뿐만 아니라 원정에서도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지금의 좋은 성적을 끝까지 이어 갈 수 있도록 매 경기 잘하겠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스포츠니어스. 이청용의 사인을 받은 (우측부터) 이홍섭(21), 최서연(29), 김정민(28), 정수빈(26) 씨

그런데 이 인사말이 끝난 후 갑자기 이청용은 구단 관계자에게 귓속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이후 구단 관계자는 팬들이 반길만한 소식을 전했다. 그는 "원래 사인회는 예정된 것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이청용 선수가 많은 팬들이 와주신 감사함에 꼭 사인을 하고 가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질서 유지를 위해 앞 줄 계단부터 한 줄씩 차례대로 줄을 서서 대기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며 이청용의 말을 대신 전했다. 이후 울산팬들은 질서를 유지하며 설레는 표정과 함께 이청용을 만날 수 있었다.

꽤나 흥미로운 행사였다. 구단의 연고지인 울산이 아닌 서울에 다큐멘터리 광고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유동인구가 많은 코엑스 내 스타필드에서 말이다. 심지어 울산의 홈 경기장인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서울 코엑스의 거리는 약 363km에 달한다. 왜 울산은 이례적으로 타 지역에서 구단 다큐멘터리를 홍보하게 된 것일까.

구단 관계자는 먼저 축구 열기를 언급했다. 그는 "아무래도 광고 기간이 중요하다"면서 "K리그 경기가 계속 이어지는 와중이기도 하고 곧 동아시안컵도 펼쳐진다. 최근에는 팀 K리그와 토트넘훗스퍼의 경기까지 있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 앞서 축구에 관심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그에 맞게 광고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구단 다큐멘터리 역시 처음에는 울산현대 팬들 위주로 즐겼다"면서도 "그 이후에 보니 K리그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를 종종 즐기는 사람이 나오더라. 그래서 홍보를 더 확장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광고를 진행해야 함과 동시에 우리의 영상이 잘 나올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정말 많은 곳을 전화해봤는데 그중 여러 조건에 부합했던 곳이 코엑스였다"며 광고 장소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의 말처럼 선명한 영상과 유동인구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광고에는 푸른파도의 하이라이트뿐만 아니라 공식 킷 스폰서인 아디다스와 함께 드론으로 울산의 명소를 담아서 만든 파트너십 영상도 함께 삽입된다. 코엑스의 9 to 9 Cube광고판은 4면으로 구성된 LED 광고판이 총 9개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기 좋다. 위치 역시 9호선 봉은사역과 2호선 삼성역 사이에 자리 잡고 있고 코엑스와 근처 테헤란로의 상시 근무 인력만 3만 3천여 명에 이른다.

팬들의 반응 역시 좋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오선호(20) 씨는 "2012년에 울산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때부터 팬이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서 살고있다"면서 "서울에서 울산현대 광고를 보니 느낌이 색다르다. 또 이곳이 유동인구가 굉장히 많은 곳 아닌가. 사람들이 울산 구단과 도시 자체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 '울런트'가 정말 일을 잘한다는 느낌도 든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최서연(29) 씨 역시 "광고를 보고 너무 자랑스러웠다"면서 "나는 서울 토박이인데 친구 따라 울산을 좋아하게 됐다. 코엑스에 푸른파도가 떡 하니 나와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와 같이 동행한 김정민(28) 씨는 "원래 울산에 살았다가 서울로 올라오면서 울산현대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항상 울산에서 펼쳐지는 이벤트를 볼 때마다 배제되어 있는 기분이었다"면서 "하지만 서울 사는 울산팬들도 이런 행사를 즐길 수 있어 뿌듯하기도 하고 구단에 애정도 생긴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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