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스컬크루’가 자발적 해산을 선언했다. 수원삼성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 산하 소모임 '스컬크루' 측은 지난 5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인천유나이티드와 K리그1 19라운드를 끝으로 해산했다고 밝혔다. ‘스컬크루’ 측은 "최근 수원 홈경기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결과 7월 3일 경기를 끝으로 자발적인 해산을 결정했다"며 "프렌테 트리콜로의 지지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지난 달 19일 하나원큐 K리그1 2022 수원삼성과 FC서울의 경기가 발단이었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 앞 광장에서 ‘스컬크루’ 회원인 한 고등학생이 서울 유니폼을 입은 중학생 팬을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사건 전후 다른 수원 팬들은 피해 학생을 둘러싸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고 피해자가 입고 있던 서울 유니폼을 벗고 난 뒤에야 상황은 종료됐다.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해자는 “폭행 의도는 전혀 없었다. 경기장 밖에서 응원가를 부르는 와중에 같이 점핑을 하자고 들어 올리다가 그분을 놓쳐 넘어지게 됐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수원 서포터스 역시 가해자를 활동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수원 구단 측도 공식 사과문을 통해 “가해자에게 향후 2년간 홈 경기 출입을 정지시키고 해당 소모임은 올 시즌 종료시까지 단체복 착용 및 배너 설치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영상 화면 캡처

이후 논란이 커지자 ‘스컬크루’ 측은 자발적 해산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절대 이대로 이 일이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 ‘스컬크루’는 이름만 바꾸거나 다른 소모임에 잠입해 경기장을 찾을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물론이고 폭력을 방조하고 여러 차례 이미 논란을 일으켰던 ‘스컬크루’ 주요 인물들에 대한 정확한 신상 파악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 주요 인물들의 명단을 수원삼성과 프렌테 트리콜로, 프로축구연맹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다시는 ‘스컬크루’ 같은 집단이 발 붙이지 못한다.

‘스컬크루’는 이미 해체됐어야 할 단체다. 특히나 2010년 집단 폭행 사건을 주도한 그들은 그 당시에 사라졌어야 한다. ‘스컬크루’는 2010년 당시 감독 지지와 경질로 팬들의 의견이 나뉜 가운데 의견이 다른 이들을 관중석에서 폭행했고 이를 말리는 관중까지 때렸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는 싸움을 말리다가 ‘스컬크루’로부터 구타를 당했고 결국 코뼈 골절로 수술까지 했다. A씨는 “‘스컬크루’ 한 명이 싸움을 말리는 나를 밀쳐서 쓰러졌다”면서 “이후 안전요원이 나를 둘러쌌는데 그 사이로 워커를 신은 발이 들어와 내 얼굴을 강타했다. 코뼈 골절을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A씨는 가해자 두 명과 합의를 하면서 ‘스컬크루 해체’를 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스컬크루’ 측도 2010년 6월 21일 합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후 ‘스컬크루’는 놀랍게도 이름만 바꿔 다시 경기장에 등장했다. 그 이름이 바로 ‘헤르츠’였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이 2018년부터는 다시 이름을 ‘스컬크루’로 바꿔서 공식적인 활동을 했다는 점이다. A씨가 합의문에 따라 ‘스컬크루’의 해체를 요구하자 ‘스컬크루’ 측에서는 “이름 사용이나 재활동 등에 금지 조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최대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어차피 축구장에서 보아야 할 분들이라 불편함을 최소화 해 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미 사라졌어야 할 ‘스컬크루’는 그때 다시 살아나 버젓이 활동을 이어나갔다. 오히려 ‘프렌테 트리콜로’의 한 가운데서 악기를 연주하며 응원을 주도했다. 내가 ‘스컬크루’가 자발적인 해산을 하겠다는 말을 믿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한 차례 ‘헤르츠’로 돌아왔다가 다시 ‘스컬크루’라는 이름을 버젓이 쓰면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는 이들이 지금 와서 자발적인 해산을 하겠다는 건 믿을 수 없다. 그들은 이름을 바꾸거나 다른 소모임에 가입해 활동을 하며 세력을 넓혀나갈 게 분명하다. 그들은 ‘스컬크루’라는 단체를 자발적으로 해산했을 뿐 다시는 축구장에 오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수원삼성과 프로축구연맹이 ‘스컬크루’ 주요 인물의 신원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원삼성 서포터스 내부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은 ‘스컬크루’가 어떤 인물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지 다 안다. 같은 팀 팬도 의견이 다르다고 폭행하고 다른 팀 팬은 들어 올려 메치는 이들을 강성 지지자라고 인정해줄 생각은 없다. 이들은 범죄 유력 인물일 뿐이다. 이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해 그게 개인 사찰이라고 볼 수도 없다. 경찰서에서 동네의 범죄 유력 인물 신상을 파악하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관리되어야 하고 감독받아야 한다.

그래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스컬크루’에서 점 하나 찍고 돌아와 ‘스컬크루’가 아닌 척 하는 걸 막아야 한다. 모든 ‘스컬크루’ 회원을 관리하자는 게 아니다. 나는 절대 ‘스컬크루’의 모든 이들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그 중에는 열정적인 응원과 매너를 갖춘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단체 역대 운영진과 과거 폭행 사건을 저질렀던 인물들의 신상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들이 여기 저기 다른 소모임으로 숨어 들어 다시 폭력 사건을 저지르면 그때 가서 또 그들에게 엄중 경고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신상을 파악해 “앞으로 폭력 사건을 저지르면 그땐 강력한 징계를 내리겠다”고 해야한다. ‘스컬크루’는 사라졌어도 그 단체에서 세력을 과시하던 이들이 경기장에서 사라진 게 아니다.

‘스컬크루’를 지목할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아직도 나이 먹고 ‘젖간지스럽게’ 살겠다고 치기어린 행동을 하는 이들을 겨냥해야 한다. 현 제도와 개선책이라면 ‘스컬크루’가 또 다시 ‘헤르츠’ 같은 이름만 바꾼 소모임으로 돌아오는 걸 막을 길이 없다. 그들 중 일부는 축구팬으로서 존중을 받을 만한 자격도 없다. 범죄 유력 인물을 색출해 내 특별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이번에 서울 팬을 폭행한 고등학생은 딱 2년 뒤부터는 당당하게 경기장에 출입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오면 그만이다. 반성이야 자발적으로 알아서 하는 거고 구단과 연맹에서는 이렇게 축구장에서 고삐 풀린 채 뛰어다니는 이들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곧 수원삼성 구단에서 서포터스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날 제도적인 해결책 마련 방안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거기에서 아직도 대장 역할 하는 사람들 여러 명, 그 밑에서 그 대장들을 따르는 사람 여러 명, 또 그들을 동경하는 다수의 명단이 필요하다면 내가 제공하겠다. 아니 수원삼성 서포터스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스컬크루’ 내부에서 열정적인 응원을 하는 선량한 이들과 범죄 유력 인물을 가려낼 수 있다. 아니 구단에서도 이미 그들 중 누가 범죄 유력 인물들인지 다 알고 있다. 그들의 신상을 구단과 연맹에서 파악하고 관리하는 건 절대 사생활 침해가 아니다. 자발적 해산? 그들은 ‘자발적’이라는 단어를 쓰기 전에 타의에 의해 먼저 제재를 받아야 하는 단체다. 우리는 ‘스컬크루’라는 집단이 다시 ‘헤르츠’로 돌아오는 걸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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