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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보은=김현회 기자] 원사 진급을 2년 앞둔 현역 축구선수가 있다?

보은상무는 군팀이다. 이 팀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권하늘 상사가 있다. 위덕대를 졸업한 뒤 2009년 WK리그 드래프트에서 상무에 지명된 권하늘은 이듬해부터 군인 신분이다. 벌써 12년차 군인이다. 무려 16년째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권하늘은 2015년에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선수 최초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군인인 그가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된 경기는 공교롭게도 북한전이었다. 권하늘은 2021년 중사에서 상사로 진급했다.

하지만 이 팀에서 권하늘 상사가 최고참이 아니라는 사실은 놀랍다. 입대 12년차 상사보다 더 고참인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반도영 상사다. 반도영은 2007년 보은상무의 모태인 부산상무 창단부터 함께 한 창단 멤버다. 1985년생으로 올해로 군 생활만 무려 15년째다. 국군통수권자로 故노무현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군인이다. 2007년 부사관을 시작해 현재까지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현대제철 2022 WK리그 화천KSPO와의 경기 종료 후 만난 반도영은 “우리가 준비를 많이 했는데 생각한 것만큼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내 활약에 대해서는 최하점을 주고 싶다. 팀의 고참으로서 선수들을 이끌어줬어야 하는데 나도 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했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보은상무는 화천KSPO에 0-1로 패했다.

반도영의 군 입대는 축구를 계속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반도영은 2006년 대교에 입단했지만 그가 뛸 자리는 없었다. 결국 1년 동안 방황했던 반도영은 2007년 부산상무 창단 소식을 듣고 자원 입대를 택했다. 당시 WK리그는 드래프트가 아니라 자유계약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반도영은 “마땅히 갈 팀이 없었다”면서 “군 입대는 내가 축구를 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다. 대교에서 1년 동안 경기에 나가지 못해 힘들었는데 그래도 군대에 가서라도 축구를 하면 오히려 심적으로는 스트레스가 덜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도영은 현재 상사 계급이다. 원사 진급까지는 딱 2년이 남았다. 사상 최초의 ‘원사 축구선수’가 탄생할 수도 있다. 반도영은 “2년 뒤부터는 원사 진급이 가능하다”라면서 “그때부터는 매번 원사 진급에 지원할 수 있다. 해마다 넣을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원사를 다는 데 큰 욕심은 없다. 상사인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원사가 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다”라고 웃었다. 보은상무에 갓 입대한 어린 선수들은 하사 신분이다. 원사를 눈앞에 둔 반도영은 하늘 같은 존재다.

반도영은 “군 생활을 15년 했는데 이제 5년만 더 하면 평생 연금이 나온다”면서 “몇 년 남지 않았다. 넉넉히 5년만 더 하면 된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군인 연금은 20년간 직업군인으로서 복무기간을 충족하면 퇴역 때부터 평생 지급 받는다. 반도영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계속 군인으로 복무할 것”이라면서 “전방으로 배치 받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싶다. 내 몸이 따라갈 수 있을 때까지 축구를 하다가 그 이후에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멋진 여군으로 나라를 지키고 싶다. 연금 조건만 채운다고 군인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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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팀내에는 반도영보다 무려 16살이나 어린 선수들도 있다. 조아라와 윤채현, 김혜정 등은 2001년생이다. 반도영은 “워낙 나이와 계급 차이가 나지만 내 스스로 나를 세뇌하고 있다”면서 “‘나는 어리다. 나는 어리다’고 세뇌 중이다”라며 웃었다. 이날 경기 종료 후 반도영은 비롯한 보은상무 선수단은 곧바로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로 복귀했다. 부사관 신분인 이들은 김천상무 선수들과 마주치면 경례를 받는다. 권창훈 일병과 조규성 병장은 반도영 상사에게 경례를 해야한다.

반도영은 남자 팀이 광주상무 시절이던 때부터 군 생활을 해왔다. 당시 입대일로만 따져도 김용대보다 1년 먼저 입대했다. 반도영은 “올 시즌 성적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우리는 군인 정신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플레이오프에는 가고 싶다. 최선을 다해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군 생활도 만족스럽다. 다른 부대보다 국군체육부대의 시설도 좋다. 또한 이렇게 오랜 시간 전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도 선수 생활을 더 오래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경례를 한 반도영 상사의 각은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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