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서 열린 WK리그 인터넷 중계가 20분간 ‘먹통’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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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보은=김현회 기자] WK리그 보은상무와 화천KSPO의 인터넷 중계가 20분간 ‘먹통’이었던 이유가 있었다.

4일 보은종합운동자에서는 현대제철 2022 WK리그 보은상무와 화천KSPO와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는 전반 이수빈의 선제골을 잘 지켜낸 화천KSPO가 보은상무에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화천KSPO는 7승 7무 2패 승점 28점으로 3위 자리를 유지했다. 보은상무는 2승 2무 11패 승점 8점으로 하위권 탈출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는 여자축구연맹과 계약을 맺은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후 한참 동안 인터넷 중계 전송이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시각 열린 다른 WK리그 경기는 정상적으로 송출됐지만 유독 이 경기만 ‘먹통’이었다. 이후 담당자가 한참 동안 설비를 점검하고 나서야 중계가 시작됐다. 전반 23분경부터 정상적으로 중계가 이뤄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이유는 ‘비’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를 위해 본부석 앞에 책상 한 줄이 나란히 준비돼 있다. 경기 감독관과 심판 평가관, 기록원, 장내 아나운서, 취재진이 앉는 단촐한 자리다. 간이 테이블에 플라스틱 의자가 전부다. 그나마 멀티탭도 하나 뿐이어서 서로 ‘눈치 싸움’을 해야 전력 공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붕이 넓지 않아 비가 들이치기 시작했다. 보은종합운동장은 지붕이 관중석 전체를 덮지 못한다.

현장에서 만나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었지만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비가 더 올까요?” “그치겠죠?” “저기 구름을 보니까 소나기 같은데요?” “자리를 옮길까요?” 여러 의견이 나왔고 이 정도 비는 괜찮으니 기다리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편의상 이들은 ‘테이블 크루’라고 칭하겠다. 하지만 5분 뒤 상황이 급변했다. 갑자기 비가 더 많이 쏟아졌고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옮깁시다”라고 외쳤다. 유일하게 대피가 가능한 곳은 경기장 2층이었다. 이곳에는 구단 전력 분석관의 영상 카메라 한 대와 인터넷 중계용 카메라 한 대만이 있었다.

‘단체 행동’에 들어간 ‘테이블 크루’는 2층 한 공간을 확보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사에 들어갔다. 간이 테이블을 2층으로 옮겼고 한쪽에서는 방치돼 먼지가 쌓인 플라스틱 의자를 걸레로 닦았다. VIP석 앞 테이블에서 비를 맞고 있던 소지품을 서로 챙겨주는 전우애(?)도 발휘했다. 기자도 취재를 하러 가서 플라스틱 의자를 걸레로 닦으며 힘을 보탰다. ‘테이블 크루’는 말 한마디 없이 척척 1층 VIP석에서 2층으로 이사를 마쳤다. 이사가 끝나자 비가 그쳤다. ‘테이블 크루’는 “그래도 이사를 하니 마음이 놓인다”고 서로를 격려했다.

그리고 ‘테이블 크루’는 곧바로 자신의 일에 들어갔다. 경기 감독관은 경기를 살폈고 심판 평가관은 심판의 판정을 체크했다. 기록원도 기록에 집중했고 기자 역시 주변 풍경을 확인했다. 그런데 한 담당자가 2층으로 부랴부랴 달려와 “인터넷 중계가 안 되고 잇다”고 했다. 현장 카메라 감독은 “촬영은 제대로 되고 있는데 송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인터넷 중계 채널에 들어가보니 다른 경기는 다 정상적인 중계가 되고 있었지만 유독 이 경기만 멈춰있었다. 담당자는 송출 장비를 여러 번 다시 세팅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전반 23분이 돼서야 정상적으로 인터넷에 경기에 송출됐다.

이유는 ‘테이블 크루’ 누군가의 잘못 때문이었다. ‘테이블 크루’는 1층 VIP석에서 2층으로 대이동하는 과정에서 멀티탭 하나를 뽑았다가 새로운 멀티탭 하나를 더 설치했다. 전기 활용을 위한 ‘눈치 싸움’을 그만하자는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송출 장비 전원이 일시적으로 끊어졌고 다시 세팅이 되지 않으면서 전반 23분까지 경기가 인터넷으로 중계되지 못했다. 담당자는 전화를 통해 “잠시 전원 공급이 끊어져 송출에 문제가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잠시나마 의리로 뭉친 ‘테이블 크루’는 누가 멀티탭을 만졌는지 범인 색출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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