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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아산=김현회 기자] 극적인 부산 데뷔전을 치른 황병근이 유쾌한 소감을 전했다.

부산아이파크는 3일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충남아산FC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터진 이상헌과 김찬의 골로 2-0 승리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를 따낸 부산은 4승 6무 12패 승점 18점으로 안산그리너스를 최하위로 밀어내고 10위로 도약했다. 반면 충남아산은 이날 패배로 네 경기 연속 무패(2승 2무)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8승 8무 6패 승점 32점을 유지하게 됐다. 특히나 황병근은 이날 극적으로 교체 투입돼 부산 데뷔전을 치렀다.

황병근은 2016년 전북현대에 입단해 늘 3순위나 4순위 골키퍼였다. 2016년 전북에서 세 경기 출장에 그쳤고 이듬해에는 8경기에 나섰다. 2018년에는 7경기에 나선 게 전부였다. 송범근에 밀렸고 홍정남, 이범영, 이범수 등과도 경쟁해야 했다. 이후 군 입대를 했지만 상주상무에서도 윤보상, 이창근 등과 쉽지 않은 주전 경쟁을 펼쳤다. 상주상무에서 2년 동안 8경기에 나선 그는 2021년 전북에 복귀한 뒤로는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황병근은 최근 오래 몸 담았던 전북현대를 떠나 부산 유니폼을 입었다. 상주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줄곧 전북에만 있었던 황병근의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날 황병근은 백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선발로 나선 골키퍼 구상민이 후반 30분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 아웃되면서 부산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전북현대 원클럽맨이었던 기록이 깨지면서 그가 새롭게 도전을 하는 순간이었다. 황병근은 이날 송승민의 환상적인 슈팅을 기가 막히게 선방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황병근은 “프로에서 교체로 들어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처음에 교체 투입이 된다고 이야기했을 때는 영입 첫 경기여서 나한테 장난을 치는 건 줄 알았다. 이기고 있어서 무슨 이벤트를 해주는 건 줄 알았는데 상황을 보니 (구)상민이 형이 다쳤다고 해서 다시 진지해졌다. 팀에 합류한지 하루 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경기에 나서게 돼 얼떨떨했다. 어제 처음 선수단과 인사를 하고 딱 한 번 훈련을 한 게 전부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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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근은 “승리해서 정말 다행이다”라면서 “일단은 이기고 있으니까 경기장에 들어가서 지지만 말자는 생각이었다. 내가 들어가서 경기를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선수들이 다 70분씩 열심히 뛰어서 만든 결과인데 내가 들어가서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나. 코칭 스태프들은 ‘괜찮으니까 자신감 있게 하라’고 해주셨다. 사실은 연습용 골키퍼 장갑을 끼고 몸을 풀고 있다가 교체 투입 사인을 받아 코칭 스태프한테 ‘라커에 있는 경기용 장갑 좀 가져다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에 들어갔는데 무실점해서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황병근은 “지난 금요일에 전북현대에서 마지막 훈련을 한 뒤 선수들에게 다 인사를 하고 마무리했다”면서 “그리고 토요일인 어제 부산에 합류해 운동을 한 번 하고 오늘 충남아산 원정을 왔다. 내가 한 팀에만 있다 보니까 다른 팀에는 아는 선수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부산에 올 때 걱정을 했다. 주변에 형들한테 전화해서 ‘부산에 아는 선수 있으면 잘 부탁한다는 전화도 좀 하라’고 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전북에서 오래 있으면서 좋은 경험도 많이 했지만 선수는 역시 경기에 나와야 한다. 동기부여를 위해 이적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병근은 2020년 이후 K4리그 전북현대B 경기에 나선 적은 있지만 공식경기는 처음이다. 그는 “뒤에서 운동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그래도 전북에서는 티를 안 내려고 했다. 전북에서 내가 그럴 ‘짬밥’도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았다. 거기는 워낙 잘 나가는 형들이 많아서 나는 그냥 불평불만 없이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했다. 운동이 하루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면 끝나는데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멘탈 관리를 했느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사실상 그 정도면 멘탈이 없는 수준이었다”고 웃으면서 “항상 자기 전에 생각을 많이 했다. 나보다 후배지만 (송)범근이를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늘 생각해 왔다. 항상 경기장에 나갈 준비를 했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황병근은 어려웠던 시절의 주전 경쟁 이야기도 유쾌하게 풀어갈 만큼 밝은 선수였다. 그는 이날 무실점 활약을 펼친 뒤 인터뷰 때도 땀을 뻘뻘 흘렸다.

황병근은 ‘전북현대 원클럽맨’이라는 수식어가 나오자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이틀 전에 전북현대에서 마지막으로 선수단과 인사할 대 그 생각을 처음 했다”면서 “내가 2015년에 전북현대에 입단했고 햇수로 8년을 있었다. (최)철순이 형, 그리고 (이)승기 형, 그 다음에 (한)교원이 형, (최)보경이 형 다음에 나더라. 형들이 전북현대의 ‘라떼’ 시절 이야기를 하면 다른 선수들은 공감을 못 하는데 나는 그걸 고개를 끄덕이며 ‘그땐 그랬지’라고 공감하고 있더라. 그래서 정말 전북현대에 오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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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근은 이날 송승민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그는 “일단 골을 안 먹어서 좋다”면서 “특히나 슈팅을 때린 형이 나하고 군대 동기다. 다른 선수들한테는 다 골을 먹어도 저 형한테만 먹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안 먹어서 다행이다. 오늘 경기 전에도 (송)승민이 형과 연락을 했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황병근은 “올 시즌 18경기가 남았다고 하는데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박진섭 감독님이 부임하시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결과도 따라와야 한다.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올 시즌을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팬들이 더 많이 경기장에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병근은 “부산 축구를 보면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서 “올 시즌을 부상 없이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산이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었으면 한다. 중위권, 더 나아가 상위권으로 못 올라갈 이유가 없다. 포기하지 않고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병근은 기사용 사진 촬영 요구에 부산 엠블럼을 부여잡으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벌써 엠블럼에 키스하는 건 ‘오바’떠는 거죠?”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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