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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포항=조성룡 기자] 포항스틸러스 그랜트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포항스틸러스와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홈팀 포항이 김승대의 두 골 활약에 힘입어 울산을 2-0으로 꺾고 동해안 더비에서 승리를 만끽했다. 승점 3점을 획득한 포항은 3위로 뛰어올랐고 울산은 1위 자리는 지켰지만 하위 팀들의 추격을 허용했다.

이날 후반 40분에 묘한 장면이 나왔다. 공중볼을 놓고 포항 그랜트와 울산 레오나르도가 경합하는 순간이었다. 포항 그랜트는 공을 따기 위해 머리를 들이밀었고 울산 레오나르도는 공을 향해 발을 뻗었다. 이후 그랜트는 얼굴을 감싸쥐며 쓰러졌고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이 때 울산 레오나르도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심판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보다 더 이상했던 것은 포항 그랜트의 모습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그랜트는 주심에게 검지손가락을 흔들면서 무언가를 어필했다. 분명 레오나르도에게 카드를 달라는 제스쳐로는 보이지 않았다. 박병진 주심은 레오나르도에게 경고를 꺼내들었다.

그랜트의 행동은 어떤 뜻이었을까? 알고보니 스포츠맨십이 빛났던 순간이었다. 그랜트는 쓰러진 다음 일어나면서 주심이 달려오는 모습을 봤다. 그 때 그랜트는 작은 오해를 했다. 주심이 울산 레오나르도에게 퇴장을 주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에게 퇴장을 주지 말라고 어필하기 위해 그런 제스쳐를 취한 것이었다.

포항 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랜트는 이후에도 심판에게 "레오나르도의 발이 높았지만 내 얼굴에 실제로 접촉이 심하게 일어난 것은 아니다. 퇴장을 주면 안된다"라는 의도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울산 레오나르도는 그랜트의 걱정과 달리 경고로 끝났다. 치열한 더비였지만 페어 플레이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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