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김호남의 ‘선배학개론’ 그리고 의외의 활동량 비결은?

[스포츠니어스 | 부천=김귀혁 기자] 김호남이 생각하는 선배로서의 역할은 ‘솔선수범’이었다.

부천FC는 2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하나원큐 K리그2 2022 24라운드 맞대결을 치렀다. 경기에서는 전반 16분 조현택의 선제골과 전반 40분 김호남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부천은 리그 2연승과 함께 2위 대전을 승점 1점 차로 추격하며 다시 상승궤도에 진입했다.

이날 김호남은 올 시즌 주로 나오던 오른쪽 측면 윙백이 아닌 사실상 본인의 주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경기 내내 활발한 모습과 활동량으로 공격을 주도한 김호남은 전반 40분 코너킥 상황에서 닐손주니어가 내준 공을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팀의 추가골이자 본인의 시즌 두 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김호남은 경기 소감에 대해 묻자 “부산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우리 선수들의 ‘부천FC DNA’가 다시 살아난 것 같다”면서 “감독님도 오늘 경기 전에 부천의 DNA는 부산아이파크와의 경기 때 모든 것이 드러났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그 모습이 후반기 때 우리가 가져야 할 핵심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외에도 전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모든 선수들이 잘 이행했다고 생각한다”며 팀 승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천의 DNA는 김호남뿐만 아니라 이영민 감독에게도 강조된 단어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마주한 자리에서 지난 울산과의 FA컵 경기를 언급하며 “부천 DNA는 악착같이 수비하고 한 발 더 뛰면서 동료들과 서로 도와가는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후에도 그는 “최근에 무실점으로 경기를 펼치는 것도 부천의 DNA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김호남이 생각하는 부천 DNA는 무엇일까. 그는 이 질문을 받자 놀랍게도 ‘상품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호남은 “축구가 재미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선수 하나하나가 다 상품이다”라면서 “그 선수들의 연봉이 그런 상품성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데 상대적으로 버천의 선수들은 아직 시장 가격이 좀 낮은 편이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선수들을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하면 결국 팀의 조직력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팀의 조직력에서 개인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은 선수들의 역할이다. 결국 부산이나 대전과의 경기를 보면 부천FC의 DNA가 나온다. 많이 뛰는 방법 밖에 없다. 왜냐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같이 겨룬다면 아무래도 연봉이 높은 선수들이 이길 확률이 높다. 그 선수들의 연봉은 그만한 이유가 다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김호남은 올 시즌 시작 전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과 이야기를 한 시간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에 부천이 18번 졌다. 그 과정에서 ‘방법을 찾았는지 아니면 핑계를 찾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으면 좋겠다’라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 시즌 전의 다짐이 올 시즌이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 작용했을까.

김호남은 “부산과의 경기 전까지 우리가 7경기 무승이었다”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은 언제나 잘못됐을 때 이유를 찾기 마련이다. 거기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선수 구성원 모두가 남으로부터 그 이유를 찾는다면 핑계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자신에게서 그 이유를 찾으면 그것은 방법이 된다”면서 운을 뗐다.

이후 그는 “우리가 7경기를 이기지 못했을 때도 선수들은 본인으로부터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면서 “물론 시즌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근의 2연승은 단기적인 성과에 불과하다. 그래도 우리가 시즌이 끝나고 모든 경기를 돌아봤을 대 적어도 핑계 대지 않는 비겁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선수로서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라며 본인의 신념을 전했다.

이러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최근 펼쳐진 2022 하나원큐 FA컵 울산현대와의 16강 경기였다. 당시 부천은 이날 리그 경기를 대비해 대부분의 선수단을 로테이션으로 돌리는 와중에도 K리그1 선두 울산에 본인들의 존재감을 뽐냈다. 비록 경기는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영민 감독과 김호남의 부천 DNA가 잘 드러난 경기였다.

당시 경기에서 김호남은 이날 리그 출전을 대비해 오전 훈련까지 마친 뒤 부천으로 올라왔다. TV로 경기를 지켜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김호남은 “아무래도 로테이션을 돌렸기 때문에 부산전과 울산전에서 경기에 들어가는 선수가 거의 20명이 넘었을 것이다”라면서 “그 선수들 모두가 부천이 가져야 할 자세를 아주 적나라하게 잘 보여줬다”면서 최근 경기에서 보인 부천 DNA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김호남은 “부산과의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서지 않는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을 것이고 반대로 울산전에서도 경기를 나서지 못한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다”면서 “이게 선순환 구조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이 부천에 있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징조라고 본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후 그는 “왜냐하면 그동안 경기를 못 뛴 선수는 컨디션 관리가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그것을 이겨내고 울산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울산전에서 보여준 투혼이 오늘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달돼서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면서 “마찬가지로 오늘 경기를 보고 선수들은 좋은 자극을 받아서 광주와의 경기를 준비할 때 더 좋은 분위기로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라며 부천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소개했다.

부천은 올 시즌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부산아이파크와의 리그 23라운드 경기와 지난 울산과의 FA컵에서 부천은 22세 이하 선수 4명이 출전했다. 그러나 이영민 감독은 이런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고참 선수들의 솔선수범한 모습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이 감독은 경기 전에도 “김호남을 포함해 30대 선수들이 힘을 내다보니 어린 선수들이 그 모습을 잘 보고 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호남은 이 이야기를 꺼내자 부끄러워했다. 그는 “리더라고 하는 단어에 있어서 사람들이 해석하는 게 각자 다를 것이다”라면서 “내가 생각하는 고참의 역할을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행동 자체가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내 행동과 생각, 말 하나하나에 있어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고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호남은 잔소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는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지 말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내 역할은 딱히 없다. 그저 지금까지 프로 생활을 해왔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선배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본인이 생각하는 선배의 역할을 설명했다.

이후 김호남은 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7경기를 못 이겼을 때 감독님이 각자의 의견을 취합해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다”면서 “그때 가장 핵심적으로 짚어야 할 것이 중강도 러닝이었다. 이 말 자체가 굉장한 활동량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내 나이가 34살이지만 선수들에게 ‘간절하게 뛰어야 해. 열심히 뛰어야 해’라고 말하기보다는 내가 몸으로 직접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김호남은 “뛰는 양이 데이터로 나오는데 내가 거의 1위를 했다. 두 번 정도 2위를 했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1위를 차지했다”면서 “그게 선배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만 ‘간절하게 뛰지 않으면 상대를 이길 수 없어’라고 하면 선수들이 이것을 들을까 싶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계속해서 본인의 신념을 전했다.

김호남은 “내가 훈련장에서 100%를 쏟는 자세와 태도를 보여야 선수들이 그것을 따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하는 선수가 있고 안 하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일단 내가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그 영향을 받아서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 있어서 어떻게 축구를 대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영향을 주고 싶은 게 선배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호남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본인은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축구를 잘하는 게 좋은 선배라면 나는 한 번도 좋은 선배가 아니었다”면서 “나는 축구를 잘하는 법을 잘 모른다. 단지 축구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그것이 내가 13년까지 축구 선수 생활을 이어올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도중 활동량에 대해서 동료들의 반응을 묻자 김호남은 갑자기 웃음을 보였다. 그는 “내가 쑥스러워서 말은 잘 못 하겠다. 그냥 좋은 말을 해준다”라면서 머뭇거리더니 “동료들이 ‘쌍둥이 한 명당 활동량이 5km씩 늘어난다’라고 말하더라. 쌍둥이와 같은 처 자식이 있으면 더 뛰어지게 된다”라고 웃는 얼굴로 답했다. 김호남은 슬하에 1남 1녀의 쌍둥이를 두고 있는 아빠다.

김호남은 애독가로 유명하다. 시즌 시작 전 전지훈련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도 영국 출신의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즌 중에는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제한된다. 김호남도 “최근에 ‘원띵’이라는 책을 주문했다. 그런데 사실 시간이 많이 나지 않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도 많고 육아도 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은 내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 혹은 무언가를 읽으면서 나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하철을 한 번 타보기도 했다. 왜냐하면 운전을 하면 내가 책을 못 읽지 않나. 그래서 시간은 좀 더 걸리더라도 지하철을 몇 번 타봤는데 책도 읽고 내가 좋아하는 영상도 볼 수 있어 좋더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호남은 지하철의 유일한 단점을 소개했다. 그는 “내가 서야 하는지 앉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은 좀 불편했다”면서 “아무래도 서 있으면 피로가 쌓이고 훈련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시간을 아끼려고 자가용을 타는 건데 막상 시간을 벌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는 모습을 보니까 웃기기는 하더라. 시간의 소중함을 자연스레 느끼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김호남은 나름의 해명을 이어갔다. 그는 “사람들이 워낙 고유가 시대다 보니 돈을 아끼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의도는 전혀 아니다. 내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지하철을 탄 것뿐이다. 원래 사람은 다 아는 만큼 보이지 않나. 그리고 지하철을 타면서 ‘인천 1호선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탑승하는구나’와 같은 것들을 느낀다. 내가 안 타면 다 모르는 것들이다. 그만큼 모든 것에는 배울 점이 항상 있다고 느낀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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