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제주 김범수를 빛나게 한 조연들

ⓒ제주유나이티드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동화 같은 스토리에는 멋진 주인공 외에도 빛나는 조연이 있었다.

아마추어 7부리그 출신 선수가 1부리그에 입단하며 화제를 뿌리고 있다. 바로 제주유나이티드의 김범수다. 2019년 6군단 예하 5기갑여단에 현역으로 입대한 김범수는 제대 이후 K5리그인 동두천 원팀과 ‘조기축구회’나 마찬가지인 K7리그 동두천 TDC를 거쳐 지난해 여름부터 K4 리그 서울중랑축구단에서 뛰었다. 그러다가 지난 21일 K리그1 제주유나이티드에 깜짝 입단한 뒤 바로 그날 대구FC와의 경기에 출장했다.

하루 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 김범수는 인터뷰 요청이 쏟아져 일일이 인터뷰에 응할 수 없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상파 뉴스에도 등장할 정도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7부리거가 1부리그 팀에 입단한 뒤 데뷔까지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김범수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프로 최저 연봉(2400만원)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화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다.

그런데 이 동화의 주인공이 김범수라면 김범수를 빛나게 한 멋진 조연들도 있었다. 서울중랑축구단의 최정민 감독과 제주유나이티드 남기일 감독, 제주 신현호 스카우트 등이 바로 멋진 조연이었다. 지난 해 김범수와 서울중랑축구단에서 함께 한 최정민 감독은 그가 보통 재능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난 해 12월 동계 전지훈련을 제주도로 떠난 최정민 감독은 제주 측과 연락을 해 “프로에서 통할 만한 괜찮은 선수가 있으니 한 번 봐 달라”고 했다. K4리그 선수를 K리그1 구단에 소개하는 대담한 용기였다.

최정민 감독이 제주 측과 소통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부천SK 출신인 최정민 감독은 당시 남기일 감독과 선수 생활을 같이 했다. 제주 신현호 스카우트와도 부천SK 동기다. 부천SK를 거쳐 고양국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한 최정민 감독은 이후 천안시청에서 현역을 마무리했다. 전남드래곤즈와 성남일화를 거친 남기일 감독도 2009년 천안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부천SK 때부터 잘 알아온 최정민 감독을 선수 생활 막판에 다시 만난 것이었다. 최정민 감독은 축구를 함께 해왔던 이들이 있는 제주에 제자를 편히 소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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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서울중랑축구단이 제주로 전지훈련을 갔을 지난 해 12월 당시 제주유나이티드는 제주도에 없었다. 전남 순천으로 전지훈련을 간 상황이었다. 최정민 감독은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선수가 있으니 꼭 주목해 달라”고 했다. K4리그 소속 선수라면 제주 측에서도 한 귀로 듣고 흘릴 수도 있었지만 진지하게 접근했다. 제주유나이티드는 K4리그 시즌이 시작한 뒤 신현호 스카우트를 곧바로 서울로 파견했다. 서울중랑축구단은 K4리그에서 올 시즌 전반기 일정상 홈 경기를 많이 치렀다. 신현호 스카우트는 K4리그 경기장을 찾아 김범수를 관찰했다.

한두 경기가 아니었다. 신현호 스카우트는 제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무려 서울중랑축구단의 경기를 무려 5번이나 지켜봤다. 그때마다 맹활약하는 김범수를 보고 “이 정도면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고 곧바로 계약을 한 게 아니었다. 스카우트의 보고를 받은 남기일 감독은 “직접 한 번 김범수의 플레이를 보고 싶다”고 했고 제주유나이티드의 R리그에서 김범수가 뛰는 모습을 보길 원했다. 서울중랑축구단은 시즌 중에도 김범수를 제주로 보내 두 번의 R리그 경기에 뛰도록 배려했다. 팀의 주축을 시즌 도중에 내줘야 했다.

남기일 감독도 김범수의 플레이를 실제로 보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제주 구단은 “김범수의 플레이도 보고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도 보고 싶다”고 했고 서울중랑축구단은 시즌 도중 연습경기를 위해 제주도로 내려갔다. 그게 지난 9일이었다. 최정민 감독은 “리그를 앞두고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성적보다는 선수들을 상위리그로 보내는 게 더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중랑축구단은 그렇게 시즌 도중 제주와의 연습경기를 위해 제주도로 내려갔다. 내심 최정민 감독은 김범수 외에도 다른 선수들을 어필할 자신도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범수는 펄펄 날았다. 최종적으로 제주에서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가 김범수를 영입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계약서를 주고 받으며 사인을 하기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 김범수는 지난 21일 제주와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고 그날 데뷔전까지 치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깜짝 영입’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알고 보면 서울중랑축구단과 김범수, 그리고 제주유나이티드는 이 영입을 위해 무려 6개월 동안 소통했다. 최정민 감독과 남기일 감독, 신현호 스카우트는 이 드라마의 빛나는 조연이었다.

최정민 감독은 “K4리그에서 K리그1으로 선수를 보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면서 “프로 팀에서는 K4리그 선수들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잘하는 선수가 있다고 해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다. 그리고 또 영입이 잘못될 경우 엉터리 영입이었다고 비난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자신 있었고 제주 신현호 스카우트도 김범수의 경기를 여러 차례 보고 자신을 가졌다. 남기일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선수가 팀을 떠나게 됐지만 그래도 괜찮다. K3리그나 K4리그는 당장의 성적보다는 선수의 육성을 위해 집중해야 한다. 우리 팀의 다른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전했다.

남기일 감독은 김범수에 대해 “성공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좋은 재능이다. 프로 무대가 만만치 않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성장한다면 제주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서울중랑축구단은 또 다른 선수들을 프로로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7부리그 출신 선수의 인간 승리 드라마에는 당연히 김범수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름값이 전혀 없던 선수를 프로 팀에 보내기 위해 노력한 지도자와 시즌 중에도 연습경기를 위해 제주로 향한 구단, 편견 없이 선수를 선발한 스카우트와 감독도 당연히 주목해야 한다. 이 드라마에는 한 명의 주인공과 그를 빛나게 한 여러 명의 조연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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