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순 앞에 다섯 명의 최철순 유니폼, ‘진짜 최철순’의 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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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전주=김현회 기자] 전북현대 최철순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소감은 어떨까.

전북현대는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수원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김문환의 결승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지난 울산현대와의 중요한 원정경기에서도 3-1 승리를 거둔 전북은 이로써 2연승을 내달리며 선두권 추격을 이어나갔다. 전북은 9승 4무 4패 승점 31점으로 제주를 3위로 밀어냈고 2위로 도약했다.

이날 경기에서 익숙한 얼굴이 관중석에 등장했다. 바로 최철순이었다. 2006년 전북현대 유니폼을 입은 최철순은 이후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면 전북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K리그 통산 414경기에 나선 베테랑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출장 기회가 좀처럼 많지 않다. 1987년생으로 이제는 베테랑이 된 최철순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7경기에 나섰다. 주로 백업 멤버로 엔트리에 들었던 적이 많다.

최철순은 이날은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돼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가 잠시 매점이나 화장실을 갈 때면 많은 관중이 사진 촬영을 요청해 이동이 쉽지 않을 정도였다. 최철순은 “이렇게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다”라면서 “경기가 잘 보인다. 오늘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다”고 웃었다. 이제는 축구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최철순은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서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받아들이고 있다. 원래 공을 잘 못 차지만 뛰는 건 여전히 자신있다”고 말했다.

최철순은 최근 B팀의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전북 레전드가 K4리그에서 뛴다는 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최철순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최철순은 “B팀에서 뛰고 있어도 행복하다”면서 “나는 경기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내가 먼저 감독님께 B팀에서 뛰고 싶다는 말을 했다. 어린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나한테까지 기회가 오는 게 이제는 쉽지 않다. B팀에서 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컨디션은 좋고 부상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철순은 아들과 나란히 앉아서 경기를 지켜봤다. 전반전 도중에는 아들과 함께 매점에 가 컵라면에 물을 받아와 아들에게 건넸다. 후반전에는 아들이 다 먹은 컵라면과 과자봉지를 치우고 물티슈로 테이블을 닦는 평범한 아빠의 모습이었다. 그는 “아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 컵라면을 사왔다”고 웃었다. 최철순은 동료들이 교체 투입될 때마다 박수를 쳤고 결정적인 장면을 놓칠 때마다 아쉬워했다. 최철순은 스마트폰으로 리플레이를 살피며 경기를 세심하게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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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장면도 있었다. 최철순 앞에는 나란히 최철순 유니폼을 입은 관중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홍정호의 첫 골이 터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오오렐레’에 맞춰 어깨동무를 하고 환호했다. 이 모습을 찍어 최철순에게 보여주자 “나는 못 본 장면인데 사진으로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지인이나 가족이 아닌 팬 분들이다. 경기에는 자주 못 나오지만 이렇게 내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나란히 입고 응원해 주시는 모습이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최철순 앞에서 다섯 명의 최철순이 ‘오오렐레’를 하고 있는 모습은 큰 의미가 있었다.

첫 번째 골 당시 컵라면을 먹느라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던 최철순의 아들은 김문환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그때서야 아빠의 유니폼을 입은 다섯 명의 관중을 발견했다. 최철순의 아들은 “저기 아빠 이름이 다섯 명이나 있어”라고 자랑스러워했고 최철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이날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최철순의 아들에게는 다섯 명의 관중이 나란히 아빠 이름이 써 있는 유니폼을 갖춰 입고 응원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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