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대전=김현회 기자] 가수 싸이의 ‘흠뻑쇼’가 대전에서는 열리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싸이는 오는 7월 9일 인천을 시작으로 '흠뻑쇼' 전국 투어를 한다. 이후 대구와 부산, 수원, 여수, 강릉 등에서 연속적으로 공연이 펼쳐진다. 입장권 구하기 전쟁이 펼쳐질 만큼 ‘흠뻑쇼’의 인기는 뜨겁다. 하지만 충청도에서는 ‘흠뻑쇼’가 열리지 않는다. 특히나 144만 명이 사는 대전광역시에서 이런 큰 규모의 투어 공연이 열리지 않는다는 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유가 있다. ‘흠뻑쇼’ 측은 공연을 기획하면서 대전과도 접촉을 했다. 공연장으로는 당연히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지목됐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수용 인원과 교통, 무대 설치 등을 고려했을 때 최적의 장소다. 2019년에도 싸이의 ‘흠뻑쇼’가 이 경기장에서 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경기장에서 '흠뻑쇼'가 열리지 않는다. 2019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대전월드컵경기장은 대전월드컵경기장시설관리공단이 주체가 돼 운영했지만 지금은 하나금융그룹이 25년 간 위탁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그룹 측은 ‘흠뻑쇼’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 경기장은 현재 대전시에서 무상으로 하나금융그룹에 위탁 운영을 맡겼다. 단순히 하나금융그룹은 공짜로 경기장을 쓰는 게 아니라 수익 사업을 발굴 중이다. 경기장 외부에 암벽 등반 코스 등을 만들었고 경기장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구단 관계자는 “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경기장 내외부에 새로운 건물을 만들기가 어렵다”면서 “조례 개정은 몇 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일단은 그 안에서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구단 시절에는 시의 결정에 따라 경기장을 내줘야 했던 구단은 이제 위탁 관리 권한을 부여 받았고 ‘흠뻑쇼’의 제안을 거절했다. 시민구단 시절이던 2019년 ‘흠뻑쇼’의 여파가 너무 크다는 것을 구단 관계자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흠뻑쇼’를 준비하려면 그라운드에 크레인이 들어와 무대를 설치한다”면서 “그러면 잔디가 다 죽는다. 거기에 수만 명이 그라운드에서 공연을 보며 뛴다. 물인지 음료수인지 맥주인지를 다 흘린다. 수백 톤의 물이 쏟아져 도저히 잔디가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구단 관계자는 “2019년 ‘흠뻑쇼’ 이후 여파가 너무 컸다”면서 “애지중지 키워놓은 잔디가 한 순간에 다 죽었다. 공연 제작사 측에서는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권리’를 이야기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곳은 ‘축구장’이다. 우리는 시민들이 이 경기장에서 쾌적하게 축구를 즐길 권리를 찾아드려야 한다. 선수 한 명 몸값이 수 억 원을 호가하는데 망가진 잔디에서 뛰다가 부상을 당하면 그건 온전히 구단에 손해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그룹은 경기장 내 잔디 보수 공사를 위해 13억 원을 투자했다.

올 해 싸이 ‘흠뻑쇼’는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과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 강릉종합운동장, 여수 진남종합운동장, 대구스타디움, 부산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축구 경기 일정과 겹쳐 장소 대관이 어려웠다. 더군다나 ‘흠뻑쇼’가 열리고 난 경기장의 잔디 훼손 상태가 극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잔디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경기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중 축구 경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곳은 K3리그 부산교통공사의 홈 경기장인 부산아시아드 보조경기장 뿐이다. 부산교통공사는 구단의 인지도 부족으로 안방을 내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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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은 대전월드컵경기장 외에도 보조경기장과 경기장 인근 야외 주차장 부지 등도 위탁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흠뻑쇼’ 측에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곳은 많은 인원을 감당하기 어려워 ‘흠뻑쇼’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연을 위해서는 2만 5천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은 규모가 작아 1만 2천 명 이상은 받을 수가 없다. 또한 한밭운동장은 철거를 앞두고 사방에 펜스를 쳐 놓아 공연이 불가능하다.

결국 ‘흠뻑쇼’ 측은 대전이 아닌 청주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청주 지역 체육계의 반발로 결국 충청권 공연은 무산되고 말았다. 대전 관계자는 “‘흠뻑쇼’ 같은 대형 공연을 유치하면 입장권 수익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돈을 번다”면서 “시에서 전적으로 운영했으면 공연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장 내에서 수익 모델을 만들기로 노선을 잡았고 이 기조를 유지하려고 한다. 시민구단 시절이었으면 아마 여기에 크레인이 들어오고 관객이 잔디를 밟는 공연이 열렸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대전은 시로부터 위탁 운영권을 부여받았지만 시 행사에는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오는 10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는 2022 대전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가 열린다. 잔디가 상하는 행사가 아닐 경우 시와 공존하는 차원에서 문을 연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스터트롯' 측으로부터 받은 공연 제안도 하나금융그룹 측에서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아닌 보조경기장에서의 개최를 역제안하자 이 공연이 무산되기도 했다. 싸이 ‘흠뻑쇼’는 최고의 브랜드를 자랑하는 공연이지만 금쪽 같은 잔디를 망치는 대표적인 공연이기도 하다. 경기장 위탁 운영권을 넘겨 받은 대전하나시티즌은 2019년 같은 ‘참사’를 우려해 결국 ‘흠뻑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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