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경기장 출입 금지-소모임 징계’가 유명무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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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슈퍼매치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하나원큐 K리그1 2022 수원삼성과 FC서울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 앞 광장에서 수원 서포터스(프렌테 트리콜로) 회원인 한 고등학생이 서울 유니폼을 입은 중학생 팬을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사건 전후 다른 수원 팬들은 피해 학생을 둘러싸고 구호를 외치고 있쳤고 피해자가 입고 있던 서울 유니폼을 벗고 난 뒤에야 상황은 종료됐다.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해자와 가해자 어머니는 21일 수원 서포터스 SNS 계정을 통해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가해자는 “폭행 의도는 전혀 없었다. 경기장 밖에서 응원가를 부르는 와중에 같이 점핑을 하자고 들어 올리다가 그분을 놓쳐 넘어지게 됐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수원 서포터스 역시 가해자를 활동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수원 구단 측도 공식 사과문을 통해 “가해자에게 향후 2년간 홈 경기 출입을 정지시키고 해당 소모임은 올 시즌 종료시까지 단체복 착용 및 배너 설치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사라졌어야 할 소모임, 논란의 ‘스컬크루’
하지만 이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징계에 불과하다. 해당 소모임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폭력적인 일을 일으켜 논란이 됐다. 특히나 2010년에는 집단 폭행 사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소모임 이름은 ‘스컬크루’다. 당시 감독 지지와 경질로 팬들의 의견이 나뉜 가운데 ‘스컬크루’에서는 의견이 다른 이들을 관중석에서 폭행했고 이를 말리는 관중까지 때렸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는 싸움을 말리다가 ‘스컬크루’로부터 구타를 당했고 결국 코뼈 골절로 수술까지 했다. A씨는 “‘스컬크루’ 한 명이 싸움을 말리는 나를 밀쳐서 쓰러졌다”면서 “이후 안전요원이 나를 둘러쌌는데 그 사이로 워커를 신은 발이 들어와 내 얼굴을 강타했다. 코뼈 골절을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A씨는 가해자 두 명과 합의를 하면서 ‘스컬크루 해체’를 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스컬크루’ 측도 2010년 6월 21일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후 ‘스컬크루’는 이름을 ‘헤르츠’로 바꿔 활동했다. 대외적으로는 다른 단체인 것처럼 움직였지만 이름만 바뀐 단체였다. 그런데 2018년부터 이들은 다시 이름을 바꿨다. 놀랍게도 그 이름은 ‘스컬크루’였다. 합의서에 명시한 대로라면 이 이름의 단체로는 다시 활동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합의 내용을 어기고 다시 ‘스컬크루’로 활동을 시작했다. 원래 이름으로 바꾸고 활동을 시작한 후에 A씨에게 연락을 해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DM으로 A씨와 접촉해 “재활동 논의를 함께 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 피해자분을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대화하고 싶다”라고 했다. 하지만 A씨가 “합의문에 대한 건 사과와 협의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사회적 약속이다.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건 2차 피해라고 생각한다”고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자 ‘스컬크루’ 측에서는 “당시 합의는 ‘스컬크루’ 해산이 조건이었고 합의에 따라 해산했던 것”이라면서도 “이름 사용이나 재활동 등에 금지 조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면 최대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어차피 축구장에서 보아야 할 분들이라 불편함을 최소화 해 드려야 한다”고 했다.

유명무실한 구단의 솜방망이 징계
이후 A씨가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A씨는 구단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A씨는 “구단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면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 2018년 경기장에서 ‘스컬크루’ 사람들을 만났는데 무작정 다가와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합의에 의해 해산한 단체인데 허락을 받고 활동하는 게 맞지 않냐’라고 하자 ‘우리도 너무 참고 기다려왔다. 활동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스컬크루’는 이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수원삼성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큼지막한 ‘스컬크루’ 걸개도 걸려있다. 집단 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와의 합의 과정에서 해체를 약속했던 단체가 버젓이 현재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활동 중이다.

최근 FC서울 팬을 폭행한 고등학생 역시 ‘스컬크루’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주도한 고등학생 외에 ‘스컬크루’ 회원이 또 다시 서울 팬의 뒷통수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해체됐어야 할 폭력적인 소모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폭력 사태로 올 시즌까지만 홈 경기장에서 걸개를 걸지 못하고 단체복을 입지 못하는 걸로 징계를 대신하게 됐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에서도 이번 징계는 이해할 수 없다. 수원삼성은 가해자 B군에게 2년간 홈 경기 출입 금지 징계를 내렸고 서포터스 내부에서도 B군을 응원 현장팀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유명무실한 징계다. 200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원삼성 팬의 서울월드컵경기장 방화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두 명의 수원삼성 팬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슈퍼매치 도중 현수막에 불을 붙이는 일이 벌어졌다.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질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당시 주동자와 동조자가 적발됐고 이들은 홈 경기 영구 출입 정지를 당했다.

영구 입장 금지 당한 인물, 버젓이 축구장에
이후 당시 주동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놀랍게도 그는 현재 아무런 제지없이 수원월드컵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 등을 출입하고 있다. 그는 현재 기자 신분으로 ‘출입증’을 달고 경기장에 와 기자석과 VIP석, 미디어 게이트를 오간다. 양 팀 감독과 선수도 만난다. 동종 업계에 종사하고 있고 오랜 세월이 지난 일이라 지금껏 이 인물의 경기장 출입에 문제 삼은 적이 없지만 특정인을 향한 출입 금지 징계가 얼마나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현 시점에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더군다나 해당 인물은 경기 전 취재 신청을 위해 연맹에 이름을 등록하고 경기장에서도 이름과 신분을 확인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영구 출입 금지를 당한 이가 기자로 경기장에 들어와도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2년짜리 출입 금지에 큰 의미가 있을까. 타 구단 한 관계자는 “출입 금지된 인물을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모든 검표원들과 안전요원에게 해당 인물의 실명과 사진을 배포해야 한다”면서 “그리고는 입장하는 모든 관중의 신분조회를 해야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표를 살 때도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해야 하고 단체 티켓으로 들어오면 이마저도 막을 수가 없다. 유명무실한 징계다”라고 말했다. 경기장 내 안내를 맡은 한 담당자도 “경기장에 초대권을 가지고 들어오는 이들의 이름이 써 있는 건 봤어도 출입 금지 명부를 따로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건 지금껏 사례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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