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아산=김귀혁 기자] 박주원이 충남아산의 라커 분위기를 설명했다.

19일 충남아산은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2 21라운드 서울이랜드와 맞대결을 벌였다. 경기는 지속적으로 유강현과 최범경을 앞세워 서울이랜드의 골문을 노렸지만 상대 윤보상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경기는 0-0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날 결과로 충남아산은 승점 1점 만을 추가하며 기존 순위인 5위를 유지했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는 믹스드존에서 충남아산 박주원 골키퍼를 만났다. 박주원은 이날 오프사이드로 선언되기는 했지만 서울이랜드 김인성과의 1:1 상황에서 침착하게 막아내는 등 결정적인 선방을 여러 차례 기록했다. 박주원도 "무실점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잘 버텨서 승점 1점을 딴 의미 있는 경기인 것 같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선방 비결에 대해 사전에 서울이랜드를 분석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주원은 "서울이랜드가 측면에서 슈팅을 주로 많이 때리더라"라면서 "그 분석을 바탕으로 상대가 측면에서 김인성, 이동률 같은 선수들이 슈팅을 시도할 것을 예상했다.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나간 것이 좋은 선방으로 이어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주원은 1990년 생으로 팀 내에서 꽤나 고참급에 속하는 선수다. 이에 젊은 선수들과는 다소 세대 차이가 날 수 있었다. 송승민도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라커에서 유승준 노래를 틀었는데 젊은 선수들이 잘 모르더라"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주원도 라커에서의 상황을 예시로 들며 설명했다.

그는 "(송)승민이가 라커에서 좀 오래된 노래를 튼다"라면서 "나도 그 노래를 알고 가사도 숙지하고 있다 보니 따라 불렀다. 아마 유승준의 '가위'라는 노래로 기억한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을 회상하는데 옆에서 애들이 '이 노래가 무슨 노래예요'라면서 젊은 선수들과의 세대 차이를 실감했다"라고 밝혔다. 유승준의 가위는 1997년에 나온 곡이다.

이후 박주원은 라커에서 선곡을 담당하는 선수를 소개했다. 바로 김혜성이었다. 박주원은 "내가 라커에서 개인적으로 노래를 틀기보다는 (김)혜성이가 주로 선곡을 담당한다"라면서 "워낙 선곡이 좋다. 그런데 내가 딱히 듣는 노래는 아니다. 요즘 틱톡에 나오는 노래들이 많이 나오더라. 뭔가 귀에 익은 노래들이기는 한데 자세히는 모른다. 운동 전에 분위기 올리기에 굉장히 좋다"라며 김혜성의 선곡 장르를 이야기했다.

실제 이날 경기 전 충남아산의 라커에는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더 넛츠의 '사랑의 바보'였다. 박주원은 "그 선곡 역시 혜성이가 고른 곡이다"라면서 "사실 개별적으로 선곡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90년대 인기 차트 같은 영상 있지 않나. 아마 그런 것들을 위주로 해서 트는 것 같은데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주로 (유)강현이나 혜성이가 스피커를 들고 다니면서 라커 분위기를 주도한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라커에서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노래를 트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남아산의 팀 분위기가 그만큼 좋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주원 역시 그 행복함을 느끼며 이날 경기 전까지 리그 베스트 11에만 3번이 선정되는 등 충남아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박주원은 아산에서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정확히는 아산무궁화 시절이었다. 경찰청 축구단에서 군 복무를 수행한 박주원은 당시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로 '단핵구증'을 겪기도 했다. 이로 인해 피로감과 근육통이 찾아오기도 한다. 박주원도 이 증상을 겪으며 체중 감소와 함께 극심한 컨디션 저하로 고생했다.

당시를 회상한 박주원은 "원래 모든 사람이 다 갖고 있는 병이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활성화되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유독 군 생활하면서 축구도 잘 안되고 군 생활 적응도 어려웠다"라면서 "그래도 아산에서 좋은 기억도 많다. 초반에는 어려웠지만 병장을 달고 나서는 운동장에서 굉장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런 기억을 바탕으로 올해도 좋은 모습을 아산에서 보여줄 수 있어 의미가 있다. 코치진분들 역시 지금과 크게 변한 게 없어서 도움을 받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마지막으로 시즌 각오를 밝혔다. 박주원은 "지금처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자신감만 잃지 않는다면 충분히 플레이오프뿐만 아니라 그 이상도 노릴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제 라커룸에서 좋은 음악도 들으면서 팀원들 모두 분위기를 올려서 팬분들께 더 좋은 모습과 성적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