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각 사진마다 작성된 선수별 응원 메시지

[스포츠니어스 | 안양=김귀혁 기자] 안양의 극적인 무승부에는 서포터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FC안양은 1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대전하나시티즌과의 21라운드 경기에서 송창석과 공민현에게 먼저 실점하며 끌려갔으나 이후 조나탄의 극적인 두 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로 경기를 경기를 마쳤다. 이날 결과로 안양은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충남아산을 밀어내고 4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안양은 아쉬운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 리그 10경기에서 2승 4무 4패에 그치며 어느새 선두권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지난 경남과의 18라운드 극적인 승리 이후 2주 간의 휴식기에서 벌교 전지훈련에 돌입하는 등 다시 반등의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치러진 광주FC와의 경기에서 0-4로 완패하며 그 분위기가 한 풀 꺾인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안양 관계자는 이날 승리에 평소보다 더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부상 선수가 복귀하거나 어떤 선수가 영입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서포터스의 존재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크레센'이라는 이름의 여성 서포터스가 있다"면서 "원래 코로나19 이전에 1년에 한 번 씩 선수단에게 선물을 주셨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이후로는 처음으로 어제 과일과 음료수 선물을 주셨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뿐만 아니라 선수단 라커를 방문해 사진과 풍선 등으로 예쁘게 꾸며주셨다"면서 "2019년도에도 부천FC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물과 함께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셨다. 그 응원 덕분에 부천과는 1-1로 비기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 분들이 선물하면 항상 좋은 기억이 있어 '승리 요정'과도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 서포터스에서 선수단에게 간식 선물을 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라커를 꾸미는 것은 흔치 않은 상황이다. 사전에 구단과도 접촉을 해야 이 과정이 이뤄질 수 있다. 구단 관계자 역시 "거의 한 달 전부터 연락을 주셔서 준비하게 됐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중요한 시점에서 선수들이 응원을 받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포츠니어스>는 이 소모임의 구성원인 김소은(36) 씨와 오현주(36)씨를 하프타임에 만나 그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소모임은 2013년 창단 때부터 사실상 연례행사로 선수들의 선물을 주고 있었다. 오현주 씨는 "일년에 한 번씩 선수들에게 힘내라고 선물을 준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2013년 창단 당시에는 목베개를 직접 만들어서 줬다"면서 "그 이후에 홍삼을 구매해서 보내기도 했었고 편지를 써서 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9년에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라커룸을 꾸미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선수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서 올해도 한 번 더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라커룸 꾸미기였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는 이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선수단과 접촉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그저 먼 거리에서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김소은 씨도 "직접 대면했을 때보다는 우리의 마음이 덜 전달됐을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다가 올해 오랜만에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정성도 들어가다 보니 하면서 뿌듯하다는 얘기를 모임 사람들과 나눴다"며 웃음을 보였다.

오현주 씨 역시 "이전에 진행했을 때도 그렇고 선수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감사함을 표현해줬다. 우리가 전달하는 마음이 선수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좋다"면서 이후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예전에도 약소하게나마 1년에 두 번 진행한 적도 있었다. 만일 상황이 좋아진 뒤에 플레이오프까지 간다면 또 다른 것들을 준비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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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를 꾸미는 과정에서의 일화도 공개했다. 김소은 씨는 "우리 모임원 중에 선수들 사진을 찍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라면서 "찍은 사진을 직접 선수별로 분류하고 이후에 한 번 더 선정 과정을 거쳐 사진을 인화해서 왔다. 인화한 뒤에는 선수들 뿐만 아니라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까지 응원의 멘트를 적어줬다. 모든 선수들에게 한 번 씩 작성하다 보니 선수 한 명 한 명과 팀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긴 것 같았다"며 말문을 뗐다.

그러면서 그녀는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작성했다"면서 "이창용 선수가 예전에 득점을 하고 안양 엠블럼에 있는 만안교를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했는데 그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적었다. 오늘 출전한 이상용 선수는 의무팀에서 별명을 '엄살용'으로 지어 주었는데 그 별명을 적어 놓기도 했다. 김경중 선수에게는 득점 이후에 나오는 하트 세리머니를 두고 '100번 더 보고 싶다'와 같이 선수 별로 상징하는 것들을 작성했다"며 선수별로 예시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우형 감독에게도 "시즌이 끝나면 감독님께서 팬들과 맥주 한 잔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도 '맥주 한 잔 해요'라고 썼다"라며 작성글을 소개했다. 실제 이날 사전 인터뷰를 위해 들어간 안양의 라커에는 바나나와 같은 간식들과 함께 풍선과 선수단 사진으로 꾸며놓은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각 사진에는 포스트잇에 앞서 말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주장인 백동규도 이 모습에 감동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스포츠니어스>와 이야기를 나눈 백동규는 "경기가 끝난 직후 눈물을 흘렸다"면서 "라커에 힘내라는 메시지와 함께 어제 훈련장에도 팬들이 찾아오셔서 과일과 같은 간식들을 챙겨주셨다. 그런 모습에 너무 감사해서 울컥했다"며 눈물의 이유를 팬들의 마음으로 밝혔다.

김소은 씨와 오현주 씨 역시 "어제 잠깐 훈련장에 가봤는데 굉장히 열심히 훈련하시더라"라면서 "물론 우리 선수들만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닐 거다. 하지만 이렇게 땀방울을 흘리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장에서 뛸 때 우리도 골대 뒤에서 쉬지 않고 같이 90분을 뛰는 느낌으로 응원할 테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러한 안양 팬들의 노력 덕에 이날 안양은 0-2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결국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고대하던 승리는 아니었지만 안양종합운동장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광적이었다. 따라가기 위한 선수들의 간절함을 알았던 팬들의 외침이었다. 팬들과 선수들 간 서로의 마음을 경기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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