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안양=김귀혁 기자] 데뷔골을 기록한 신인 선수보다는 베테랑 선수와의 인터뷰 같았다.

18일 대전하나시티즌은 안양종합운동장에서 FC안양을 상대로 하나원큐 K리그2 2022 21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경기에서는 송창석과 공민현의 득점으로 먼저 앞서갔으나 이후 안양의 거센 반격과 함께 조나탄의 극적인 두 골에 결국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무승부로 대전은 승점 1점을 추가하며 두 경기 연속 무승(1무 1패)에 빠졌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대전 송창석은 이날 데뷔골을 터뜨렸다. 전반 26분 마사의 패스를 받은 뒤 골키퍼와의 단독 기회를 잡은 송창석은 침착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득점 이후 송창석은 두 주먹을 움켜쥐며 격한 세리머니를 했다. K리그 3경기 모두 교체 출전이 전부였던 송창석은 K리그 첫 선발 경기에서 본인의 데뷔골을 신고한 것이다.

먼저 경기 소감에 대해 묻자 송창석은 "1라운드 때 교체로 데뷔한 뒤 나머지 두 경기 모두 교체로 출전했다가 선발로는 오늘 처음이었다"면서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했다. 어제 경기 들어가기 전부터 형들과 코치진분들이 '지금까지 잘하고 여태까지 잘해왔으니 해온 것처럼만 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고 답변했다.

득점 이후 격한 세리머니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송창석은 "B팀에서 경기를 할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내 장점을 결정력으로 생각했었다"면서 "하지만 요즘 경기나 훈련을 하면서 이런 모습이 나오지 않아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득점을 한 뒤에 속에 있던 응어리를 배출하고 싶어서 세리머니를 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송창석의 계획된 세리머니는 이것이 아니었다. 그는 "솔직히 K리그 데뷔 전에도 세리머니에 대해 생각한 적 있다"면서 "그게 원정 경기보다는 홈경기 때이길 바랐다. 내 고향이 대전이다 보니까 득점을 하고 나서 서포터스분들 앞에서 내 유니폼을 펼치는 세리머니를 한 번 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너무 갑작스럽게 들어가기도 했고 경황이 없어서 그냥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움을 표했다.

이후 홈경기에서 득점할 시 세리머니 계획은 유효한지에 대해 묻자 송창석은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면서 "내가 신인이다 보니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조금 특별한 세리머니를 통해 내 이름을 한 번쯤은 확인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득점을 한다면 계획했던 세리머니를 펼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송창석은 올해가 프로 데뷔 시즌이다. 분명 데뷔 이전부터 당찬 포부와 함께 본인의 목표가 있었을 법했다. 그런데 프로 첫 선발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선수 답지 않게 송창석의 데뷔 전 목표는 다소 소박하지만 진중했다. 그는 "1차 목표는 데뷔였다"면서 "너무 감사하게도 이른 시간에 데뷔를 할 수 있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송창석은 "이후 2차 목표는 10경기를 출전하는 것으로 잡았다"면서 "물론 공격 포인트를 쌓으면 좋겠지만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펼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잡은 상황에서 골을 기록했으니 감회가 남다를 법했다. 이에 대해 송창석은 "사실 공격 포인트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감독님께서 마음 편하게 먹고 원래 하던 것처럼만 하라고 말씀하셨다"면서 "그래서 공격 포인트 욕심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우선적으로 하자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속에서 형들이 좋은 상황을 많이 만들어줘서 이에 맞게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며 본인의 활약을 팀원들에게 돌렸다.

모든 기록에 '첫'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그 기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을 언급하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모님을 언급했다. 송창석은 "내가 지금까지 운동을 해오면서 가족들이 뒷바라지를 많이 해주셨다"면서 "어떻게 보면 꿈꿔왔던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빨리 부모님께 연락 드리고 싶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후 기자가 '부모님 얼굴을 처음 뵙자마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물었다. 이번에도 그는 한 치의 오차 없이 '감사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송창석은 "10년 넘게 운동을 해오면서 힘든 시간도 있었고 좋은 식나도 있었다"면서 "계속 보살펴 주시면서 지금의 나를 만든 거슨 부모님 덕분이다. 항상 고마운 마음속에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는 것이 보답의 길인 것 같다"며 부모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보통 인터뷰 경험이 많이 없는 신인 선수들은 이런 상황이 꽤 어색했을 법했다. 하지만 송창석은 달랐다. 모든 질문에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를 뽐냈다. 이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스포츠 뉴스를 평소에 관심 있게 본다. 평소에 운동을 하기도 하고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쑥스러움 속에서도 시즌 각오에 대해서 묻자 그의 표정은 진지하게 바뀌었다. 송창석은 "팀이 목표로 하는 것이 우승과 승격이다"라면서 "나도 팀의 일원으로서 그 목표를 갖고 훈련이든 경기장에서든 최선을 다해서 임하다 보면 내 개인 목표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다 보면 개인과 팀 모두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라며 믹스드존에서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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