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좋겠다, 울산현대도 있는데 울산시민축구단도 있어서

[스포츠니어스 | 울산=조성룡 기자] 울산시민은 좋겠다. 두 팀 다 참 ‘팬 프렌들리’라서.

K리그1 울산현대는 팬 친화적인 마케팅을 하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울산 팬들도 “성적은 2등이어도 마케팅은 1등이다”라는 자부심을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울산현대만 그런 것이 아니다. K3리그 울산시민축구단도 이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도 직접 와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8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K3리그 울산시민축구단과 대전한국철도의 경기는 ‘무학과 함께 좋은데이’라는 콘셉트로 개최됐다. 경기장 앞부터 부스가 차려져 있고 지역 소주인 ‘좋은데이’와 관련한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었다. 경기 전에는 주류회사 무학의 고위 관계자가 마이크를 잡고 울산시민축구단의 승리를 기원했다. K3리그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K3리그에 정통한 관계자도 울산시민축구단을 “스폰서 정말 잘 따오는 구단”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프로에서나 할 법한 ‘스폰서 데이’를 울산시민축구단은 자주 개최한다. 그래서 울산농협을 비롯해 신라스테이, 동강병원 등 지역에서 제법 큰 기업이 울산시민축구단과 손을 잡았다. 어떻게 울산시민축구단은 이렇게 적극적인 활동을 할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법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최저 예산에도 ‘팬’을 외치는 울산시민축구단
K3리그는 16개의 팀이 있다. 이 중에는 K리그2보다 더 운영비를 많이 쓰는 구단도 있고 여느 시민구단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살림을 꾸리는 구단이 있다. 울산시민축구단은 후자다. 구단 관계자는 웃으면서 “아마 우리 구단이 K3리그에서는 운영비가 제일 적은 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울산시민축구단의 저녁 경기에 선수가 입장할 때는 암전 기능을 활용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도 활발하다. 울산시민축구단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분홍색 조끼를 입은 촬영 스태프들이 찍는다. 하프타임 이벤트로 경품도 프로 느낌 날 정도다.

구단 관계자는 “결국 팬을 제일 먼저로 생각해야 한다. 팬들이 즐길 수 있는 볼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미디어팀을 구성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려고 노력하고 최대한 있는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즉 자원봉사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미디어 뿐만 아니라 경기 진행에 필수적인 볼 스태프 등은 자원봉사자의 참여로 만들어진다. 거마비 수준의 수당을 지급하는 정도다. 유럽에서 볼 수 있는 팬 참여의 시민구단과 같은 느낌이다. 예산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알차게 경기를 운영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공격적인 스폰서 유치 비결? 지역 인프라가 무기
울산시민축구단은 울산광역시축구협회가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민축구단의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은 두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축구협회 업무를 함께하고 있다. 이는 뚜렷한 장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대신 울산시민축구단은 스폰서 유치를 위해 구단 운영의 특성을 장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울산시민축구단은 울산 축구계로 들어오는 후원을 구단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주류 회사인 무학이다. ‘좋은데이’로 울산 동호인들의 대회를 후원하던 무학은 울산시민축구단과도 관계를 갖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스폰서 데이가 열린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무학과 구단이 향후 긍정적인 관계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울산에는 무려 48개 팀이 참가하는 동호인 대회인 ‘울산축구클럽리그’가 있다. 4개의 디비전으로 나뉘어 풀리그가 진행된다. 게다가 연령별 지역 유소년 대회도 개최한다. 이게 다 잠재적인 구단의 무기다. 구단 관계자는 “스폰서를 유치할 때 이런 지역 인프라에도 적극적으로 노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많이 어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대신 스폰서가 유치되면 울산시민축구단은 정성을 쏟는다. K3리그에서는 거의 전무한 스폰서 데이가 울산시민축구단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울산시민축구단은 올해 10월 울산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을 계기로 더 많은 지역 기업의 스폰서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지금은 동측 사이드라인에만 A보드가 있지만 골대 뒤까지 늘리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역 색을 강화하니 따라오는 부수적인 효과
울산시민축구단은 지역 색깔이 제법 강하다. 선수 명단을 보면 더욱 그렇다. 선수들의 출신 학교를 살펴보면 ‘울산’이 적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남수단에서 온 외국인 선수 폴도 있지만 울산시민축구단의 선수 구성은 울산 지역 출신 선수라는 색깔이 명확하다. 심지어 윤균상 감독은 울산 출신에 울산대학교 겸임 교수다.

그래서 울산시민축구단은 클럽하우스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충분히 선수들이 출퇴근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윤균상 감독의 의견도 힘을 보탰다. 대신 울산시민축구단은 이렇게 해서 절감되는 비용을 선수들의 연봉이나 수당으로 지급한다.

구단 관계자는 “1년 운영비의 80%가 선수단 인건비로 소진된다”라고 웃었다. 적은 예산이지만 효율적으로 쓰고 있다.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그 결과 울산시민축구단은 적은 예산에도 제법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9시즌 K3리그 베이직(K4리그) 우승과 2020시즌 K4리그 준우승을 거둔 뒤 강자들이 가득한 K3리그에서도 버텨내고 있다.

그리고 울산시민축구단의 선수들은 대부분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이 구단에 입단한 이후 지도자 과정에 나선 선수들도 많다. 선수들이 울산시민축구단에서 활약하고 은퇴한 이후에도 지역 축구계에 나름대로 공헌할 수 있도록 구단 차원에서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는 프로에 가지 않을까요?”
울산시민축구단이 이렇게 여러가지에 힘을 쏟는 이유는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었다. 구단 관계자 또한 “언젠가는 울산시민축구단이 축구협회에서 독립된 조직을 제대로 갖추고 이후에는 프로화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미리 토양을 다지고 씨를 뿌리는 시기다.

그래서 울산시민축구단은 적은 예산에도 최대한 구색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법 규모있는 미디어팀부터 다양한 이벤트까지 모든 것이 결국에는 미래를 위한 경험 쌓기인 셈이다. 여전히 구단의 예산은 K리그와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울산현대와 울산시민축구단은 라이벌보다 협력적인 관계의 성격이 짙다.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울산시민축구단을 홍보해주는 경우도 있고 울산시민축구단의 경기에는 자연스럽게 울산현대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런 이들이 언젠가 K리그에서 라이벌로 경계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물론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이다. 아직도 울산시민축구단이 가야할 길은 멀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꿈은 결국 현실이 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 울산시민축구단은 FA컵에서 전북현대를 만나는 꿈을 이뤘다. 0-1로 패배했지만 박수를 받은 경기력이었다. 울산시민축구단 윤균상 감독도 “이제는 울산현대를 만나야 한다”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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