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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ㅣ포항=조성룡 기자] 포항의 강원전 키워드는 강상우와 소고기였다.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포항스틸러스와 강원FC의 경기에서 홈팀 포항이 완델손, 이승모, 임상협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에 그친 강원을 3-1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했다. 포항은 순위를 2위까지 끌어 올렸고 강원은 11위로 내려갔다.

이날 포항은 전반 9분 만에 득점을 기록했다. 신진호의 환상적인 롱킥과 완델손의 저돌적인 돌파가 일품이었다. 그런데 득점 이후 완델손은 기쁨을 만끽하더니 동료 선수들과 동측 관중석 구석을 보고 무언가 자세를 취했다. 도대체 그곳에 무엇이 있기에 단체로 세리머니를 한 것일까?

알고보니 사연이 있었다. 이 세리머니는 중국 베이징궈안으로 이적한 강상우를 위한 것이었다. 강상우는 지난 2월 말 포항에서 중국으로 이적했다. 이 때 강상우는 못내 아쉬워했던 것이 있었다. 마지막 이별 식사였다. 시즌 초 포항은 홈 경기장 스틸야드의 전광판 공사로 인해 초반 6경기를 모두 원정으로 다녔다. 포항에서 같이 밥 한 번 먹을 기회가 없었다.

물론 강상우가 선수단에 인사 없이 떠난 것은 아니었다.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 강상우는 포항 선수단과 며칠 동안 함께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김기동 감독도 2월 제주 원정 이후 라커룸에서 강상우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도록 배려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상우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강상우는 포항 선수단에 '통 큰' 선물을 했다. 바로 돈이었다. 선수단이 다함께 회식을 할 수 있도록 회식비를 지원한 것이다. 선수들은 강상우의 선물에 고마워했다. 포항 선수단은 A매치 휴식기 동안 강상우가 지원한 돈으로 회식을 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무려 소고기였다"라고 귀띔했다.

포항 선수단은 강상우의 회식비에 답례로 골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강원전에서 골을 넣을 경우 강상우의 트레이드 마크인 '디발라 세리머니'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포항은 약속을 지켰다. 전반 초반부터 일찌감치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첫 골에는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이들이 세리머니를 동측 관중석 구석을 바라보고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관중들 밖에 없다. 방송이나 사진 촬영 카메라가 거의 잡기 어려운 지점이다.

이러면 강상우도 못알아본다 ⓒ 중계화면 캡쳐

포항 구단 관계자는 "세리머니를 하는 김에 팬들을 바라보고 했던 것 같다"라면서 "아니 내가 그렇게 세리머니 할 때는 카메라가 있는 위치에서 하라고 했는데 '등짝'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웃으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래도 이 아쉬움은 약 20분 뒤 털 수 있었다. 이승모가 추가골을 넣고 다시 한 번 '디발라 세리머니'를 했다. 이건 카메라에 정확히 잡혔다. 이후 임상협의 득점 장면에서도 이 세리머니가 나왔다.

김기동 감독도 강상우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날 선수들에게 '디발라 세리머니'를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끼리 그런 얘기가 나오기에 '무조건 해야한다. 많이 해야한다'라고 이야기했다"라면서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골에만 집착해 힘만 들어갈까봐 걱정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고기를 먹고 힘을 내서 뛰었다"라고 웃었다.

특히 강상우는 포항과 강원의 경기 전 김 감독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같은 시간에 나도 경기한다. 응원하겠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 감독도 '정말 고맙다'라면서 '네 특유의 세리머니를 우리 선수들이 골 많이 넣고 많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정말 선수들이 세 번이나 했다"라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강상우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포항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당시 김 감독은 선수단 회식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안먹어도 강상우가 잘하면 배부르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포항의 외국인 선수 완델손도 "그 소고기 덕분에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완델손은 마지막으로 강상우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는 "강상우에게 좋은 기억과 추억이 많이 있어 생각이 난다. 좋은 자극제가 된 것 같다"라면서 "이번에 이렇게 이긴 만큼 한 번 더 이런 (회식)자리를 만들어주면 다음 경기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기 맛있더라"를 연발했다. 포항은 강상우 덕분에 소고기로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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