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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ㅣ서울=명재영 기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래서 무섭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국가대표팀 초청경기 대한민국과 이집트의 경기가 열렸다. 지난 2일 브라질전부터 2주일 동안 무려 국내에서 네 번의 A매치가 펼쳐졌다. 이번 4연전에 대한 축구 팬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4경기 중 3경기가 만원 관중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고 육성 응원까지 허용되면서 매 경기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이번 4연전은 본격적으로 월드컵을 준비하는 첫 단계였다. 본선 경쟁력과 별개로 대표팀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아직 따뜻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을 거치면서 대표팀과 K리그 모두 흥행력에 불이 붙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오랜 시간 팬들과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2년 만에 경기장으로 돌아온 팬들은 여전한 사랑을 나타냈다. 이제 이런 관심에 성적과 운영으로 갚아야 할 때다. 11월 카타르 월드컵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4년의 시간 동안 준비해 온 벤투호가 증명할 시간이다. 이는 선수단의 몫이다.

월드컵 본선에 모든 것을 집중하면서 잠시 보류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우려의 지점도 분명하다. 바로 대한축구협회다. 한국 축구의 컨트롤 타워인 협회는 최근 구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인사(事)로 축구계 내부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14년 대표팀에 부임해 2017년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용수 전력강화위원장의 복귀가 결정적이었다.

이용수 위원장은 과거 기술위원장 시절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면서 동반 책임을 지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이 선임되면서 대표팀은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체계적인 대표팀 운영 프로세스로 팬들의 신뢰를 되찾은 것이다.

하지만 훈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과거 인사들이 다시 요직에 기용되면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전력 분석(TSG) 위원이 현장에 합류하지 못하는 등 아마추어식 행정이 다시 나타났고 김판곤 위원장마저 권한이 축소되고 결국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위기의 목소리가 본격화됐다.

러시아 월드컵은 벤투 감독을 중심으로 기존에 해왔던 방식으로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월드컵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미 청소년 연령대 대표팀은 망가져 가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반성 없는 주먹구구식 운영이 가장 큰 원인이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포스트 벤투 시대를 벌써 준비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거의 없다.

당장 7월 일본에서 열릴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준비만 해도 문제가 분명하다. K리그는 11월에 열리는 월드컵으로 인해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겨서 2월부터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국내파 위주로 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 차출에 대한 원칙조차 아직 불투명하다. 협회 전무로 있었던 울산현대 홍명보 감독이 협회에 공식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지만 냉소적인 입장만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 위주로 돌아가는 운영은 한계가 분명하다. 수십 년의 역사가 입증한 사실이다. 당장 월드컵까지는 벤투호에 대한 기대로 높은 관심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협회의 역량에 달렸다. '일단 월드컵부터 치르자'는 생각으로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지금 이미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 축구계의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4경기에 204,947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엄청난 수치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의 인기는 지난 4년의 노력에 대한 격려 겸 앞으로 펼쳐질 월드컵 본선에 앞서 선불로 받은 것이다. 월드컵 이후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유소년 연령대의 무너진 경쟁력은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 등 쌓인 과제가 많다. 이는 협회의 몫이다. 인사부터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뻔하고 슬픈' 결말을 맞지 않을 수 있도록 각오를 다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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