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첫 선발 출전’ 고승범, 인생 역전 드라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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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ㅣ서울=명재영 기자]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고승범의 이야기다.

대한민국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이집트와의 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전반 16분 황의조, 전반 22분 김영권, 후반 39분 조규성, 후반 추가시간 권창훈이 연달아 득점하면서 한 골에 그친 이집트를 대한민국이 4-1로 제압했다. 2일 브라질전부터 홈에서 무려 4경기를 치른 대한민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이집트를 잡으면서 2승 1무 1패로 6월 일정을 마감했다.

이날 대한민국의 선발 라인업에는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고승범이다. 수원삼성 소속으로 현재 김천상무에서 현역 복무 중인 고승범은 백승호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1월 유럽 원정에서 몰도바를 상대로 후반 26분 교체 출전하면서 A매치에 데뷔한 고승범은 지난 6일 칠레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손흥민 대신 교체 출전하기도 했다. A매치 2경기에 나섰지만 제 모습을 보여주기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백승호와 중원에서 짝을 이룬 고승범은 이날 특유의 활동량을 보여주면서 팀의 중원을 지켰다. 이날 고승범은 54분을 소화하면서 첫 선발로 나온 경기에서 준수한 모습으로 축구 팬들에게 이름을 널리 알렸다.

고승범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 2016년 수원에 입단한 고승범은 첫 시즌 18경기에 출장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2017시즌 서정원 당시 수원 감독이 주 포지션인 미드필더가 아닌 윙백으로 기용하면서 어려운 시간이 시작됐다. 시즌 39경기에 출전하며 주전 자리는 잡았지만 윙백 자리에서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결국 수원에서의 입지를 잃은 고승범은 2018년 대구로 임대 이적했지만 시즌 10경기에 출전하면서 반전에 실패했다. 2019년 수원에 돌아왔지만 역시 자리는 없었다. 전반기에 거의 출전하지 못한 고승범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K리그2 FC안양으로 이적이 유력하던 상황에서 극적으로 팀에 잔류하게 됐고 이때부터 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후반기부터 로테이션 자원으로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였던 고승범은 대전코레일을 상대로 한 FA컵 결승 2차전에서 홀로 2골을 터트리면서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대회 MVP까지 수상한 고승범은 2020년 수원 중원의 중심으로 자리를 굳혔다. 상승세는 2021년에도 이어졌다. 중원에서 폭발적인 활동량, 정교한 킥 능력을 마음껏 뽐낸 고승범은 팀의 전반기 3위를 이끌었다.

2021년 여름 김천상무로 현역 생활을 시작한 고승범은 후반기에만 3골 4도움을 올려 팀의 승격에 크게 기여했다. 입대 전 대표팀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고승범은 2022년 겨울 터키에서 진행된 대표팀 전지훈련에 발탁하면서 마침내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몰도바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고승범은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해외파들의 합류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소속팀에서 준수한 활약을 이어갔고 해외파가 모두 합류한 6월 A매치 4연전에서 다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우영, 황인범 등 기존 주전들의 입지가 강력한 상황에서 고승범의 출전은 쉽지 않았다. 칠레전까지 3경기에서 2분 여 남짓 출전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마지막 이집트전에서 선발로 출전하면서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았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19분 부상으로 김진규와 교체되기 전까지 고승범은 주눅 들지 않고 제 모습을 보여주려 최선을 다했다.

그야말로 인생역전 드라마다. 소속팀에서 입지를 잃고 K리그2 무대로 내려가는 문턱 바로 앞에서 다시 도전을 시작한 고승범은 순식간에 팀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특유의 성실함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선수 보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벤투 감독의 선택까지 받는 데 성공했다. 이날 활약으로 고승범은 월드컵 본선 무대가 더 이상 꿈이 아닌 노려볼 만한 도전이 됐다. 고승범의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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