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니어스. 이날 경기 최대 함성 소리, 제트기에 버금가는 소리다

[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김귀혁 기자] 함성에 함성이 이어졌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남자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펼쳐졌다. 경기에서는 히샬리송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네이마르의 페널티킥 두 골과 필리페 쿠티뉴, 가브리엘 제주스의 추가골로 황의조가 한 골을 넣는데 그친 대한민국이 브라질에 1-5 패배했다.

이날 경기는 일정이 잡힌 순간부터 큰 화제였다. 최근 국가대표팀의 인기가 큰 것도 있었지만 FIFA 랭킹 1위 브라질이 한국에 방문한다는 사실이 더욱 큰 요인이었다. 특히 브라질 대표팀이 한국에 들어온 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든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다. 아시아라는 지역 특성상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본 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맞춰 티켓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였다. 지난달 26일 시작한 브라질과의 경기 티켓팅 과정에서 서버가 다운되고 말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이란전에서도 이런 사태가 난 것을 교훈 삼아 최대 32만명까지 동시 접속자 수를 늘렸지만 브라질전 티켓팅의 순간 동시 접속자 수는 무려 74만명에 이르렀다.

이러한 화제성은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연이어 터진 함성이 장관이었다. 몸을 풀기 위해 대한민국의 김승규, 조현우, 김동준 골키퍼가 등장하자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특히 이들이 몸을 푸는 N석 부근의 관중들은 손을 흔들거나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선수들을 반기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단보다 더 큰 함성이 브라질 선수단에게서 터져 나왔다. 이날 선발로 나온 에베르통 골키퍼와 함께 리버풀 소속으로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선 알리송 골키퍼가 전광판에 등장하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떠나갈 듯했다. 홈구장에서 원정팀 선수를 향해 더 큰 환호가 나온 색다른 장면이었다.

이후 양 팀 필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자 이 환호는 더욱 커졌다. 특히 네이마르를 향한 외침이 컸다. 네이마르가 골키퍼들과 함께 슈팅 연습을 하자 브라질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던 S석 부근의 관중들은 연신 환호성과 감탄을 이어갔다. 이 외에 비니시우스, 티아고 실바 등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선수들을 향한 환호도 계속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몸을 풀기 이전 양복을 입고 경기장에 등장했다. 최근 2021/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가운데 이 업적을 기리기 위해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수여하기 위함이었다. 이때 손흥민뿐만 아니라 박지성과 안정환도 경기장에 들어왔고 팬들은 이들을 향해 더 큰 함성 소리를 내던졌다.

이후에도 손흥민이 전광판 화면을 통해 비춰 질때마다 경기장의 함성은 떠나갈 듯 울렸다. 특히 백미는 경기 입장 전이었다.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손흥민이 전광판에 비친 가운데 이전보다 더 큰 환호가 이어졌다. 손흥민이 에스코트 키즈를 향해 인자한 미소와 함께 눈웃음을 날렸기 때문이다. 소위 말해 손흥민의 미소에 6만여 명의 관중들이 넘어간 것이다.

물론 가장 큰 함성은 황의조의 득점 장면이었다. 전반 30분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황의조는 상대 티아고 실바를 등진 상태에서 몸을 돌린 뒤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황의조의 득점이 터지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함성은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울림으로 귀를 울렸다. 이 울림은 브라질이 킥 오프를 하기 직전까지도 이어졌다.

이런 함성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 브라질의 벽을 실감하며 1-5로 패배했다. 그러나 팬들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음을 알고 있었다. 비교적 격차가 큰 스코어에도 팬들은 박수와 함성을 보내며 대표팀 선수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상대인 브라질 선수들이 인사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행복했던 함성이 마치 20년 전의 여름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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