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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김귀혁 기자] 참 탁월했던 선곡이었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남자 축구대표팀 A매치 평가전이 열렸다. 경기에서는 대한민국이 황의조가 한 골을 넣는데 그친 반면 원정팀 브라질은 히샬리송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네이마르의 페널티킥 두 골과 필리페 쿠티뉴, 가브리엘 제주스에게까지 실점하며 1-5로 패했다.

이날 경기는 경기 일정이 잡히자마자 팬들로부터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4일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를 초청하여 국내에서 친선 경기를 하게 됐음을 알린 뒤 최근에는 이집트와의 경기 일정까지 발표하며 4연전 경기를 치르게 됐다. 특히 FIFA 랭킹 1위 브라질의 초청 사실에 모든 팬들이 주목했다.

브라질은 전통적인 축구 강호다. 월드컵에서만 5번 우승하며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보유 중이다. 현재도 네이마르를 필두로 티아고 실바, 마르퀴뇨스, 파비뉴, 카세미루 등 세계 축구의 중심지인 유럽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했다. 소집된 명단만 봐도 팬들의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선수들이 온다는 것 자체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세계 최강인 브라질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이번 경기의 가장 큰 이유이자 관심거리였다. 특히 최근 2021/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의 존재는 이번 경기의 기대감을 더욱 크게 하는 요소였다.

이러한 상황 덕분에 경기 전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수많은 팬들이 운집했다. 일찌감치 6만여 명의 좌석이 매진된 가운데 이들이 함성을 낼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경기 이전이 중요했다. 특히 선수들의 얼굴이 전광판에 비치기 전까지 관중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이 열기가 반감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선곡이 기가 막혔다. 스포츠에서 음악이 주는 힘은 상당하다. 여러 종목의 선수들은 경기 전 음악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키거나 오히려 흥분도를 높여 전의를 불태우기도 한다. 많은 축구 클럽들 역시 구단 고유의 클럽송을 만든다. 그리고 관중들은 이 음악에 맞춰 응원을 하는 등 스포츠 경기에서 음악의 영향력은 꽤나 크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나온 음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전 월드컵 때마다 나온 국가대표팀 고유의 노래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노래들은 경기 중 관중들의 목소리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경기 중에 나오는 음악을 경기 이전에 또 재생한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가장 먼저 나온 음악은 딥플로우의 '작두'였다. 딥플로우와 함께 넉살과 허클베리피가 부른 이 곡의 장르는 힙합이다. 특히 요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싱잉랩이 아닌 강한 비트를 바탕으로 한 랩핑이 인상적인 곡이다. 작두라는 소재가 무속 신앙에서 주로 등장하는 만큼 동양적인 요소가 강조되기 때문에 팬들의 큰 환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어서 나오는 곡은 싸이의 챔피언과 That That(이하 댓댓)이었다. 워낙 유명한 곡들이다. 특히 싸이의 챔피언은 '우리 모두가 챔피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스포츠 경기에서 빠지지 않는 곡이다. 댓댓 역시 최근 대학 축제를 강타한 싸이의 최신곡이라는 점에서 흥얼거리기 쉬운 곡이었다.

이후 경기 시작 직전에는 드렁큰타이거의 'Monster(이하 몬스터)'와 BTS의 'Dynamite(이하 다이너마이트)'로 종지부를 찍었다. 몬스터는 "발라버려"라는 가사로 유명하다. 상대를 이긴다는 뜻의 은어로 쓰이는 '발라버려'라는 가사 자체가 관중들의 흥분도를 높이기 충분했다. 다이너마이트 역시 그 설렘을 더 할 수 있는 노래다.

이런 완벽한 선곡 메들리가 이어지고 전반 종료 뒤에는 초대가수의 공연이 있었다. 트랜스픽션의 공연이었다. 사실 축구하면 가장 생각나는 가수 중 하나다. 월드컵에서의 응원곡뿐만 아니라 피파온라인2와 3, 그리고 현재의 4번째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이 게임의 배경 음악에는 언제나 트랜스픽션이 있었다.

특히 축구와 피파온라인을 주로 즐겨하던 현재 2030 세대에 있어서 트랜스픽션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지금 현재도 유튜브에서 트랜스픽션의 노래를 들으면 댓글에 당시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겼다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날 트랜스픽션은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이라는 가사로 유명한 'The Shouts Of Reds'를 부르고 경기장을 떠났다. 아쉬운 경기 결과였지만 이날 경기장의 분위기는 기가 막힌 선곡 덕에 더욱 폭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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