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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김현회] 강원FC 이영표 대표가 한국 축구 지도자들을 위해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3일 오후 1시 서울 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2022 KFA 지도자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이번 컨퍼런스는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2022 KFA 풋볼페스티벌 서울' 행사의 일환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지도자들이 참석해 한국 축구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트렌드를 익히며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박건하 수원삼성 전 감독을 비롯해 프로와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해 선수 육성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콜린 벨 여자 대표팀 감독이 등장해 여자대표팀의 훈련법을 공개했고 반데사르 네덜란드 아약스 CEO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나 거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전북현대 어드바이저, 이영표 강원FC 대표 등이 참석해 2002년 당시 훈련법을 전했고 유소년 선수 육성에 대한 철학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이영표 대표는 “은퇴할 때 쯤에 몇 명의 지도자와 축구를 했는지 세어봤더니 200명의 전세계 지도자와 함께 했다”면서 “70명이 국내, 130명이 해외 지도자였다”고 운을 뗐다.

이영표 대표는 그러면서 히딩크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히딩크 감독은 나를 완전히 지배했던 감독님이 있었다”면서 “아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오늘 잘해야겠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데 히딩크 감독님과 할 때는 경기에 나서는데 ‘잘해야지. 이겨야지’가 아니라 감독을 위해서 경기장에서 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선수로 하여금 그런 마음을 갖게 하기가 어려운데 그게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스라이팅’인가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내 마음을 지배했던 감독님이었다. 감독님 말씀은 전폭적으로 신뢰하면서 따랐다”고 웃었다.

이영표 대표는 여러 국내 지도자들 앞에서 히딩크 감독을 통해 배운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그는 “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승리하는 것인데 개개인의 기량이 성장하고 발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축구를 하고 그러면 팀이 강해지고 팀이 강하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훈련장에서 훈련 외적인 시간에 내가 어떻게 하면 개인적으로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히딩크 감독님은 늘 말씀해 주셨다. 그게 결국 팀이 강해지는 길이라고 하셨다. 눈앞에 어떤 목표를 설정할 때마다 명확하고 분명했다. 그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안양LG 소속이던 이영표는 네덜란드리그 PSV 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해 곧바로 주전을 꿰찼다. 이영표는 “나는 그때 국가대표 경험도 꽤 됐고 K리그에서 우승도 했고 월드컵에서도 4강에 갔다”면서 “그런데 네덜란드 리그에 갔을 때 몇 달간 힘들었다. 가자마자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주전 경쟁은 없었지만 훈련 때 유럽 축구의 빠른 템포를 찾아가는 게 힘들었다. 훈련에 참가하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패스 타이밍이 늦거나 빠르거나 맞지 않아서 주변 선수들이 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게 싫어서 연습 때 엄청나게 집중했다”고 고백했다.

이영표 대표는 “네덜란드에 간 뒤 한 훈련 때마다 엄청나게 집중하면서 3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그 템포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됐다”면서 “비로소 그때 빠른 템포의 축구가 재미있는 거구나 알게 됐다. 프리미어리그에 가니까 거기는 또 네덜란드보다 더 빠른 축구를 하고 있었다. 적응하고 발전해 나가는 걸 겪는 게 선수 경력을 쌓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영표는 PSV 에인트호벤을 거쳐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등에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그는 학창시절 지도자의 지도 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했다. 이영표 대표는 “어린 시절 연습경기를 하는데 감독님이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똑바로 해’라고 했다. ‘네’라고 하고 플레이를 하는데 또 감독님이 ‘야 너 똑바로 하라고 했지’라고 하셨다. 나는 또 ‘네. 똑바로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계속 플레이를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하프타임 때도 ‘너 왜 똑바로 안 해?’라고 하시더라. 그날 ‘똑바로 해’라는 말만 7~8번을 들었는데 난 정말 똑바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뭐를 똑바로 해야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영표 대표는 “선수들이 아주 창의적인 패스를 시도하고 실수를 하면 ‘야 안 되는 거 하지마. 할 수 있는 것만 해’라고 하는 지도자들이 있다. 그러면 모험적인 패스를 안 하고 안정적인 패스만 한다. 지적 당하지 않는 플레이만 하고 창의력이 완전히 사라진다. 우리 언어법이 직설적이고 한 번 파고 들어가면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 계신 지도자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의견을 전달하는 법에 대한 고민을 해보셨으면 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도자가 원하는 걸 칭찬해 주는 건 어떨까 싶다. 선수들이 ‘어? 이렇게 하면 칭찬받네’라고 느끼면 칭찬을 받고 싶어서라도 더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표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본질 네 가지다”라면서 “좋은 지도자가 좋은 환경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좋은 선수를 가르치면 좋은 축구를 하게 된다. 좋은 지도자와 좋은 환경, 좋은 프로그램, 좋은 선수 이 네 가지를 카테고리별로 나눠 보면 각각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네 카테고리를 나눠서 거기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 재정도 필요하고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10명 중에 한 명을 뽑는 것과 10만 명 중에 한 명을 뽑는 건 그 수준이 다르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 본질 네 가지에 집중하면 답이 나온다. 이걸 우리가 한 번에 얻을 수 없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대담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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