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김귀혁 기자] 팬들의 행복한 표정이 가득한 현장이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과 브라질의 A매치 평가전이 펼쳐졌다. 경기에서는 히샬리송에게 선제 실점한 뒤 황의조의 동점골로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네이마르에게 페널티킥 두 골을 허용한 뒤 쿠티뉴와 제주스에게까지 실점하며 1-5로 패배했다.

최근 국가대표의 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겁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성장세와 함께 카타르월드컵 진출로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펼쳐진 이란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무려 6만 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하며 열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란과의 경기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4일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를 초청해 국내에서 친선 A매치를 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집트와의 친선 경기 일정도 확정하며 국내에서만 총 4연전의 A매치 경기를 펼친다.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함께 H조에서 16강 진출을 겨뤄야 하는 대한민국 입장에서 FIFA 랭킹 1위 브라질을 포함한 4팀과의 평가전은 중요하다.

특히 아시아라는 지역 특성상 한국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기에는 쉽지 않다. 네이마르를 필두로 쿠티뉴, 비니시우스 등 어마어마한 몸값의 스타들이 총출동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일찍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시작한 브라질과의 경기 티켓팅은 서버가 다운된 가운데 순간 동시접속사 수만 74만 명에 이르는 등 일찌감치 매진을 확정지었다.

ⓒ스포츠니어스.지소연, 이금민 방문에 취재진을 방불케 했던 현장

이런 가운데 이날 현장은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경기 시작 두 시간 반 전부터 입장이 가능했지만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이 먼저 팬들을 반겼다. 축구대표팀의 용품 공식 후원사인 나이키 및 하나은행 등도 다양한 부스를 운영하며 경기 전부터 분위기를 달궜다. 나이키 부스에서 지소연과 이금민이 등장하자 순간 현장은 마비가 되기도 했다.

팬들의 표정 역시 행복해 보였다.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한 팬은 "평소에도 K리그를 자주 보러 다닌다"면서 "국가대표 경기는 아무래도 다른 나라 선수들을 보는 맛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국가대표가 잘 돼서 K리그에도 흥행이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위 이야기를 전한 팬의 지인 역시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오늘 참 특별한 날인 것 같다"면서 "그래도 한편으로는 K리그가 흥행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경기가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K리그를 TV로 보면 재미없다고 하는데 막상 경기장에 와서 관람을 하면 정말 재미있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 축구의 재미를 느끼고 간다면 K리그도 분명 흥행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K리그에 대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곳 서울월드컵경기장은 FC서울의 홈경기마다 푸드트럭을 광장해 비치해 놓는다. 보통 5대 내외의 트럭이 온다. 하지만 이날은 기자가 육안으로만 봐도 15개가 넘는 푸드트럭이 나와 팬들의 요기를 책임졌다. 뿐만 아니라 옛날 유원지에서나 볼 수 있는 닭꼬치 등을 파는 포장마차와 노점들도 즐비해있었다. 노점 근처에는 팬들이 앉아 맥주를 마시며 경기 전부터 분위기를 예열하고 있었다.

ⓒ스포츠니어스.지소연, 이금민 방문에 취재진을 방불케 했던 현장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노점에서 맥주를 즐기던 이도현(27) 씨는 "여기 있는 4명 모두 경기를 보기 위해 연차를 냈다"면서 "경기가 있다며 휴가를 내기에는 조금 그랬다. 그래서 집 안에 경조사가 있다고 하고 왔다. 벌써부터 너무 흥분된다. 지금 심신의 안정을 위해 맥주를 마시고 있다"며 기자에게 우스갯소리로 맥주를 권하기도 했다.

이러한 웃음은 팬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날 홈플러스, 메가박스 등 서울월드컵경기장 안에 상주해 있는 상점들의 경우 많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월드컵경기장역 3번 출구 부근에 위치한 편의점도 수많은 팬들이 줄을 서며 각자 원하는 물품을 구매했다. 근처에 위치한 카페 역시 앉을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이곳 FC서울 팬카페를 운영 중인 관계자는 "오늘 12시부터는 계속 팬들이 왔다"면서 "평소에는 두 세명 정도의 인원만 배치했다. 하지만 오늘은 6명까지 인원을 늘렸다. 원래 FC서울 홈경기 때도 바쁜 편이었지만 오늘은 국가대표 경기다 보니 특히 더 바쁜 것 같다. 평소와 비교하면 3배 정도 매출이 올랐다"며 웃음을 보였다. 사장님과 팬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지만 종업원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던 현장이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