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없는 팀에서 자진해 선방쇼 펼친 필드 플레이어, 전남 U-15 박영광

ⓒ 전남드래곤즈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소년체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선수가 등장했다.

이번 소년체전의 화제는 전남 U-15 광양제철중이었다. 이 대회에서 광양제철중은 골키퍼 자원을 가동하지 못했다. 그래서 필드 플레이어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일찌감치 조기탈락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광양제철중은 승승장구했다. 심지어 4강전에서는 전북 U-15 금산중을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간 다음에 이겼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아쉽게도 광양제철중은 은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31일 열린 결승전에서 서울 문래중에 1-2로 패했다. 하지만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일이었다. 그 중심에는 필드 플레이어였지만 골키퍼로 맹활약한 박영광이 있었다. 박영광은 4경기 6실점이라는 기록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전문 골키퍼여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스포츠니어스>와의 통화에서 박영광은 먼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골키퍼를 하면서 앞에서 뛰는 우리 팀 동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뛰어줘서 우리 팀이 자랑스러웠다”라면서도 “결승까지 올라와 최선을 다했지만 우승을 가져오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만일 이날 우승했다면 광양제철중은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소년체전 우승이었다.

“오히려 ‘땡큐’였어요” 팀을 위해 손 든 박영광
앞서 언급한 대로 소년체전을 앞둔 광양제철중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기존 골키퍼들이 모두 줄부상으로 대회를 뛸 수 없기 때문이었다. 광양제철중 이제승 감독은 고민 끝에 박영광에게 물었다. “혹시 골키퍼로 뛸 수 있겠니?” 하지만 예상 외로 박영광은 흔쾌히 골키퍼를 하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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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는 공격수로 뛰다가 광양제철중에 오면서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골을 넣는 공격수와 달리 수비수는 골을 막아야 한다. 이 매력이 있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한 가지 포지션만 경험한다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다른 포지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감독님이 제의를 해주셔서 흔쾌히 골키퍼 장갑을 꼈다.”

게다가 박영광은 초등학교 시절 골키퍼를 경험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재미로 축구할 때도 골키퍼를 맡기도 했다. 낯선 포지션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박영광은 얼마간 훈련을 거쳐서 골키퍼로 거듭났다. 그리고 제법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첫 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고 이후 두 경기에서도 1실점으로 버티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박영광은 대회 전에 경남FC 이우혁이 골키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사실 같은 입장이었다. 필드 플레이어지만 팀의 사정으로 인해 골키퍼 장갑을 착용한 주인공이다. 박영광은 이우혁에 대해 “정말 잘 막으시더라. 인상 깊게 봤다”라면서도 “그래도 내가 골키퍼 경험이 있어서 조금 더 잘 막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승부차기 막는 필드 플레이어의 무시무시한 ‘감’
필드 플레이어인 박영광이 연일 선방쇼를 보이자 다른 팀들도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영광을 향해 “필드 플레이어인데 잘한다”라는 칭찬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 쯤 되면 박영광 본인 또한 더 이상 필드 플레이어가 아니라 골키퍼로의 전업 또는 도전을 한 번 꿈꿀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칭찬을 해주니까 골키퍼라는 새로운 포지션이 내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필드 플레이어로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골키퍼로 전향할 생각은 없다.” 박영광은 공격수를 거쳐 현재는 수비수 포지션에서 뛰고 있다. 필드 플레이어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크다.

박영광의 소년체전 하이라이트는 4강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광양제철중은 전북 U-15 팀인 금산중을 만났다.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여기서 박영광이 빛났다. 박영광은 금산중 첫 번째 키커의 공을 막아내면서 분위기를 살렸다. 이후 상대 실축까지 겹치며 4-3으로 승리해 결승 진출의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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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박영광은 승부차기를 대비한 훈련을 했다. 하지만 곧바로 큰 대회에서 선방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승부차기 선방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어느 정도 상대의 발을 본다”라면서도 “하지만 눈빛을 보면 어디로 찰지 느낌이 온다. 사실 감으로 막은 셈이다”라고 웃었다.

“김민재 같은 선수 되어 다른 사람의 롤 모델 될래요”
이번 소년체전은 박영광에게 잊지 못할 대회가 될 전망이다. 골키퍼라는 낯선 포지션에서 뛰며 준우승까지 이끌며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게 축구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박영광 또한 이번 대회의 활약에 대해 “10점 만점 중에 9점 정도는 주고 싶다”라고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실 박영광은 이 대회 전에도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선수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박영광의 어머니는 필리핀 사람이다. 무언가 고충이 있을 법 하지만 그는 구김 없이 잘 성장하고 있다. 전남 구단 관계자도 “박영광이 팀 내에서는 ‘인싸’다. 유쾌한 친구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박영광은 욕심이 많고 솔직하다. 박영광은 꼭 축구선수로 성공해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고 싶다는 이야기를 가감없이 한다. 그는 “유명해지고 성공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좋은 집도 사드리고 싶다”라면서 “다른 사람들이 내게 잘한다고 말하고 다른 선수들이 나를 롤 모델로 삼는 날을 꿈꾼다”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일단 박영광은 축구에 전념해야 한다. 그 또한 “김민재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기꺼이 팀을 위해 희생해 소년체전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이끌었다. 마지막으로 박영광이 꺼낸 한 마디는 어린 선수에게 쉽게 나올 수 없는 울림을 전한다. “팀이 위기에 빠져도 선수가 기꺼이 희생한다면 그 팀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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