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안양 제공

[스포츠니어스 | 안양=김귀혁 기자] 안양의 피치캠에는 한 관계자의 노고가 숨겨져 있었다.

2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2 2022 18라운드 FC안양과 경남FC의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에서는 안양이 후반 추가시간 4분이 선언된 가운데 90+3분 백성동의 극적인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경남을 1-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안양은 한 경기 더 치른 가운데 3위 부천을 승점 3점 차로 추격했다.

이날 안양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이 경기 전까지 FA컵 포함 9경기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한 가운데 지난 4월 2일 김포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둔 것이 최근 홈에서의 승리였다. 그 기다림 만큼이나 안양 팬들은 백성동의 결승골이 터지자 일제히 열광하며 환호했다. 1,354명의 관중이 만들어낸 광란의 분위기였다.

경기장 안에서의 '직관'만큼 이런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느끼기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안양 구단의 경우 그 분위기를 안방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안양의 유튜브 콘텐츠인 'PITCH CAM(이하 피치캠)'이 있기 때문이다. 피치캠은 지난 시즌부터 안양 경기의 분위기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운영 초반에는 득점과 같은 경기 장면 위주로 나왔지만 이후에는 라커에서의 대화 과정도 담는 등 팬들이 궁금해할 만한 뒷 이야기까지 전달하고 있다.

이 피치캠 콘텐츠는 안양 구단의 직원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선수들에게 한다고 이야기하지도 않았다"라며 "사실 안양에서 일 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라커에 언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평소에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도 전혀 말씀을 안 하시는 편이다. 선수들도 본인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몰랐는데 영상 보고 알았다고 이야기하더라"라며 피치캠 시작 당시를 회상했다.

피치캠은 말 그대로 경기 당일의 뒷이야기를 전달한다. 선수단이 버스로 들어올 때 간단한 인터뷰를 하거나 경기 상황마다 라커에서 나눈 대화도 일부 공개한다. 구단 관계자는 "운영한 지 1년 조금 넘었다.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됐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고민이 많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최근에 성적이 좋지 못해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었다"라면서 "물론 팬들은 업로드하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주 시청자에는 선수들도 있다. 선수들 가족들도 열심히 보더라. 그런데 울산현대의 푸른파도를 예시로 들면 거기에서는 한두 달 전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에 최근 분위기에 영향을 적게 끼친다. 이에 반해 우리는 사나흘 전의 이야기를 바로 올린다. 이 영상을 보고 사기가 떨어질 수 있는 선수들도 있을 수 있다"며 고민거리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해당 관계자는 "분위기가 좋을 때는 괜찮다"면서도 "하지만 좋지 않을 때는 매 경기 공개 여부에 대해 항상 고민이 뒤따른다. 구단이 나서서 선수들의 사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 최근에도 업로드를 안 했다가 팬들이 너무 기다리시는 느낌이라 지난 서울이랜드와의 경기에서는 콘텐츠를 업로드했다"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경기에서 이기거나 분위기가 좋았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는 "분위기 좋을 때는 라커에서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인터뷰한다"면서 "그러면 옆에서 선수들이 장난치기도 한다. 아니면 다른 선수들이 '얘 좀 해달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안드리고, 조나탄, 아코스티 같은 외국인 선수들은 카메라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 특유의 유쾌함을 카메라에 잘 표현하는 편이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 FC안양 피치캠 영상 캡쳐

재미난 일화도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안양은 부산아이파크와의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하위권에 머물렀던 부산을 상대로 전반 40분 강윤구에게 실점을 허용한 뒤 수세에 몰리다가 후반 44분 아코스티의 극적인 동점골로 패배를 모면했다. 극적인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면 아쉬운 경기였다.

이후 피치캠에서 공개된 주장 백동규의 라커룸 토크가 화제였다. 당시 백동규는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분들은(팬들) 며칠 전부터 스케줄을 비웠다"면서 "사비와 함께 왕복 10시간을 투자하신 분들이다. 그렇게 정성 들여서 오셨는데 무기력한 경기는 보이지 말자. 오늘처럼 끝까지 따라가서 지지 않는 모습 보이면 아무리 먼 장거리 원정이어도 서포터스들은 또 올 것 같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백동규는 "그런데 무기력하게 져버리면 다음에 나 같아도 안 올 것 같다. 내 돈과 시간 들이고 힘 들여가면서 왔는데 무기력하게 지면···"이라고 말 끝을 흐린 뒤 "그분들을 위해서 하자고. 그게 우리 살 길이잖아"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 영상이 공개된 이후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백동규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선수들은 조금 다른 반응이었다는 후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백동규 선수가 카메라가 있다는 걸 의식했는지는 몰라도 멋있는 말을 하고 화제가 됐다"면서 "선수들은 그 영상을 보고 조금 놀리기도 했다. (백)동규는 '카메라 없어도 하려고 했다'라고 하는데 그래도 놀리는 선수들은 계속 놀리더라"라며 이야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백동규는 안양이 피치캠 콘텐츠를 촬영하는데 있어서 핵심 도우미였다. 위 이야기를 전한 관계자는 "그래도 동규는 특히 고맙다"면서 "내가 카메라 들고 다가오면 조금 챙겨주는 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를 지목하며 '얘 해달라'라고 하거나 콘텐츠가 나오도록 유도도 많이 하는 편이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 FC안양 피치캠 영상 캡쳐

안양 피치캠은 구단 관계자 한 명이 촬영부터 편집까지 진행한다. 홈경기시에는 업체가 편집을 하기도 하지만 원정 경기의 경우에는 직접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해당 직원은 "보통 한 편을 편집하는데만 8시간 정도 걸린다. 하루 종일 하거나 이틀을 쪼개서 한다"면서 "현재 구단 콘텐츠 팀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크게 없다. 혼자 기획하고 촬영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나름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이 콘텐츠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이유는 팬들의 응원 덕택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겨울에 이적한 선수들의 숨은 뒷 이야기를 전했는데 팬들이 좋아하더라"라면서 "팬들이 '잘 봤습니다', '더 올려주세요'라는 응원의 글을 올려주시기도 한다. 이런 글을 보면 힘이 난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후 그는 "서울이랜드와의 경기도 업로드 한 뒤 한 팬이 DM(인스타그램 메시지)을 보냈다"라면서 "'피치캠이 오랜만에 올라와서 너무 좋다'라는 말씀과 함께 '이 모든 게 역사의 한 페이지니까 성적과 상관없이 꼭 업로드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면서 '혹시 안 올리기로 결정했더라도 지금까지의 과정들을 잘 보관해 달라. 다 역사이지 않느냐'라고 덧붙여주셨다"며 최근 일화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피치캠에 대한 나름의 목표도 갖고 있었다. 그는 "'죽어도 선덜랜드' 정도의 콘텐츠가 됐으면 한다"면서 "이를 위해 카메라도 좀 늘리고 경기뿐만 아니라 평일에 이뤄지는 이야기도 팬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다. 그런 것들도 잘 소통해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물론 평일에 다른 업무도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해보고 싶다. 이는 모든 구단이 마찬가지일 것이다"라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 관계자는 카메라를 들고 경기장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에도 라커룸으로 가서 선수들의 열성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이후 그는 웃는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주고받은 내용과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FC안양의 공식 유튜브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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