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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나라를 지키러 가는 이준석에게 김대중이 조언을 했다. 하지만 이준석은 김대중의 조언을 진지하게 새겨듣지 않았다.

인천유나이티드는 2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성남FC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터진 송시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챙겼다. 이날 승리를 거둔 인천은 이로써 최근 6경기 연속 무승(4무 2패)의 좋지 않은 흐름을 끊었다. 인천은 6승 6무 3패 승점 24점으로 상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군 입대를 앞둔 이준석과 김준범을 위한 환송 행사가 열렸다.

이준석은 인천유나이티드가 발굴해낸 선수다.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팀인 대건고를 졸업하고 2019년 인천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그는 네 시즌 동안 인천에서만 뛰었다. 네 시즌 동안 29경기에 출장해 한 골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 한 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런 이준석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입대를 결정했다.

김천상무는 지난 달 6월 신병 입대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준석은 팀 동료인 김준범을 포함해 최병찬(부천), 이유현, 이지훈(이상 전북), 김륜성, 윤석주(이상 포항), 문경건(제주), 신송훈(광주), 임승겸(안양) 등과 함께 높은 경쟁률을 뚫고 김천상무에 입단할 수 있게 됐다. 2000년생인 이준석은 U-22 자원으로도 쓸 수 있어 김천상무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

이날 인천은 이준석과 김준범을 위한 환송 행사를 열었다. 경기 전 이들이 등장해 인사를 전했고 이후 이 둘은 서포터스석으로 가서 인사한 뒤 기념 촬영을 했다. 인천 지지자들은 이준석이 등장하자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을 보냈다. “이준석”을 외치는 모습은 전당대회, 아니 뜨거운 K리그 경기장의 열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준석은 김준범과 함께 고개 숙여 팬들에게 인사한 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관중석에서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이준석은 “입대가 6월 12일이다”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 그래도 방역 수칙이 조금은 완화가 돼 입대 전까지 여행도 좀 다니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운동을 하면서 하지 못한 것들이 많은데 일단은 입대 전까지는 하고 싶었던 걸 다 해보고 싶다”라고 웃었다.

이준석은 그 어렵다는 김천상무 합격 경쟁률을 뚫은 선택받은 선수다. 이준석은 “사실 합격할지 모르고 지원했다”면서 “그런데 합격 소식을 듣고 나도 놀랐다. 인천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는데 처음으로 팀을 옮겨 인천 형들이 아닌 형들과 뛰어야 한다.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김천상무에 가서 많은 경험을 쌓고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나라를 지키러 간다는 소식에 동료들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준석은 “(김)대중이 형이 특히 많은 조언을 해줬다”면서 “상무를 겪어본 형이라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다. 그런데 조언이 다 영양가가 없더라. ‘너는 이제 사람이 아니다. 나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지 말라’고 하더라.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영양가가 없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고 밝혔다. 이준석과 김대중은 팀내에서도 티격태격하는 ‘절친’이다.

이준석은 “인천에서 뛰다가 군대에 간 (문)지환이 형, (정)동윤이 형, (지)언학이 형이 ‘빨리 오라’고 한다”면서 “빨리 와서 내가 겪는 걸 너도 겪어야 한다고 했다. 형들의 말을 들으니 힘이 되기는커녕 걱정이 더 앞선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인천에서 많은 팬들이 유망주라고 사랑해 주셨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군대에 가게 돼 죄송하다”면서 “내년 12월 12일에 제대한다. 지금 인천은 모든 게 좋다. 내가 돌아왔을 때도 이 모습 그대로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준석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김대중은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었다”면서 “준석이가 결국 공격수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고 나라를 지키러 가게 됐다. 정권교체의 기회는 이후에도 얼마든지 있으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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