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김귀혁 기자] A보드 광고가 가려진 현실에는 안타까운 이유가 숨어있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22 하나원큐 FA컵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의 16강전에서 홈팀 서울이 제주를 3-1로 누르고 FA컵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서울은 전반 22분 주민규에게 먼저 실점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전 들어 팔로세비치의 두 골과 조영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할 수 있었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리그에서 2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FA컵 경기를 보면 리그에 비해 사뭇 다른 환경이 펼쳐진다. 리그 경기와는 달리 경기 전 양 팀 감독과의 사전 기자회견이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장 사정에 따라 생략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4강 경기 이전까지는 VAR을 운영하지 않고 사용하는 공인구와 함께 입장 시 대회기 또한 다르다.

그런데 이날 경기 제법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터치라인 부근에 있는 A보드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던 것. 프로 구단과 스폰서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꽤나 의문점이 많았다. 실제로 이날 서울뿐만 아니라 몇몇 구장의 A보드 역시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유가 뭘까. 이는 한 관계자의 답으로부터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상업 사용료 때문이다"라면서 "월드컵경기장은 시설공단과 같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구단 소유의 경기장이 아니기 때문에 매 홈경기 때마다 구장에 상업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표면적인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이 상업 사용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더 씁쓸한 현실이 있었다. 위 과정을 설명한 관계자는 "사실 FA컵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라면서 "TV 중계 없이 인터넷으로만 중계되는 현 상황에서 A보드를 노출할 경우 이를 보는 팬들이 숫자는 극히 일부다. 상업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 대비 오히려 손해가 많기 때문에 광고를 가린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알고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여기에서 핵심은 상업 사용료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왜 광고를 안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중계에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광고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 홍보가 있어야 그 대회의 권위가 생기고 그만큼 그 수요에 맞춰 광고 홍보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이날 30분 일찍 펼쳐진 다른 FA컵 경기들 중 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는 구장은 A보드 광고가 없었다. 수원삼성과 강원FC의 경기가 펼쳐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A보드를 아예 철거했고 전북현대와 울산시민축구단의 경기에서는 전북현대의 팀 색깔을 상징하는 초록색 천으로 광고를 덮었다.

규정 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2022 하나원큐 FA컵 운영규정 제2장 마케팅 규정에서 제7조 제작물 설치 및 운영에 따르면 TV비중계 경기의 경우 개최 홈 클럽의 A보드 운영이 가능하도록 명시해놨다. 스폰서 계약 역시 서울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리그 홈경기에 초점을 맞춰서 A보드 노출 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 될 상황은 아니었다.

물론 그만큼 FA컵에 대한 관심이 덜 하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또 다른 모 관계자 역시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오늘 브라질과의 경기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완전히 큰 인기가 있었다"라면서 "그만큼 협회가 홍보에 열성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런데 협회가 관장하는 것이 국가대표만 있는 것이 아니다. FA컵에 대한 관심과 홍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있는 단체인데 너무 국가대표를 위해서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FA컵은 프로, 아마추어를 통틀어 국내 성인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하위 리그 팀 혹은 아마추어 팀이 프로팀을 격파하는 이변이 있는 대회라고 KFA 홈페이지에서는 설명한다. 또한 그 전신을 일제강점기 당시 열린 '전조선축구대회'와 해방 후 펼쳐진 '전국축구선수권대회'로 둔다. 그만큼 역사와 명성이 있는 대회지만 그와 비교해 현재의 관심도는 아쉽다. K리그가 자체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SNS 및 유튜브 등 뉴미디어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는 것과 다르다.

이에 반해 KFA가 관장하는 국가대표 팀의 경우 최근 인기가 뜨겁다. 국내에서 펼쳐지는 A매치 4연전을 앞두고 홍보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브라질과의 경기는 예매조차 어려울 정도다. 반면 이날 FA컵 경기의 관중수는 2,313명이었다. 분명 직접적으로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하지만 평일 저녁 경기임에도 서울 팬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보냈다. 후반전 들어 빗방울이 거세지자 일부 팬들은 우산과 우비도 쓰지 않은 채 더욱 열성적으로 응원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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