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스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성남 김남일 감독.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성남=김귀혁 기자] 버스 앞에서 성남의 서포터스와 김남일 감독 및 코치진 간 긴급 회동이 이뤄졌다.

18일 성남FC는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13라운드 수원FC와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에서는 성남이 전반 33분 김민혁의 골과 후반 5분 구본철의 추가골로 두 골 차 앞서갔으나 이후 수원FC가 정동호와 성남 김민혁의 자책골에 힘입어 경기는 결국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날 무승부로 성남은 6경기 연속 무승(1무 5패)의 늪에 빠졌다.

성남의 서포터스인 블랙리스트는 이날 경기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 수원삼성과의 경기에서 0-1 패배 이후 인사하러 온 선수단에게 대화를 요청했으나 이를 듣는 중간에 선수단이 라커로 돌아갔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블랙리스트는 지난 16일 공식 SNS를 통해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날 경기에서 응원 소리는 물론 어떠한 걸개도 걸려있지 않았다.

이러한 메시지는 효과를 보는 듯했다. 전반 33분 김민혁과 후반 5분 구본철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후반 초반부터 두 골 차로 앞서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수원FC 정동호에게 실점을 허용한 뒤 후반 40분에는 김민혁의 자책골까지 겹치며 결국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에 팬들은 경기 종료 후 구단 버스로 다가가 성남 김남일 감독 및 이하 코치진들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우선 김남일 감독은 응원 보이콧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남일 감독은 "당시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았다"면서 사과의 이야기를 건넸고 이에 서포터스가 "조금이라도 그 메시지가 들렸지 않았나"라고 반문을 이어갔다. 그러자 김 감독은 "시간을 조금 더 달라"라면서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서 여러분들 심정도 이해한다. 당연히 결과가 안 나오니까 화나고 비판해도 된다. 하지만 그 부분은 선수들에게 하지 말고 나에게만 해달라"라며 간청했다.

한 서포터스는 이날 응원 보이콧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사실 조금 서운한 게 있다"면서 "분명 팬분들도 나에게 서운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항상 선수들을 위해 목소리 쉬어가며 응원하고 계신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을 때 선수들에게 막 비판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 그런 것들이 마음이 아프다. 경기를 하면서 의욕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나도 그런데 선수들은 오죽하겠나"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자 한 서포터스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몇몇 분들이 그렇게 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항상 선수들을 믿고 절대 욕하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경기 끝난 이후에 이야기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응원에 들어간다. 산발적으로 비판이 나오는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도 똑같은 마음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서포터스는 "계속 감독님 인터뷰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지난 수원삼성과의 경기에서도 모든 걸 걸겠다고 했고 오늘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감독님 부임 이후에 계속 인터뷰에서 하시는 말씀이 잘 안 지켜지고 있다"고 말하자 김 감독은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이야기했다.

이에 서포터스는 "감독님만의 플랜이 있을 것 아닌가"라면서 "사실 좀 그렇다. 우리는 감독님이 한 번만 믿고 응원해 달라고 하면 다 응원할 사람들이다. 우리는 일개 응원단이 아니다. 그런 말 한마디면 우리는 다시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모였을 때 부탁드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서포터스는 분통을 터뜨리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남일 감독과의 대화 이후 해산하는 성남팬들. ⓒ스포츠니어스

김남일 감독뿐만 아니라 정경호 코치와도 이야기가 오고 갔다. 한 팬이 "우리 선수들만 보면 너무 좋은 선수들이다"라면서 "솔직히 시즌 초반에는 상위권 갈 것 같았다. 김남일 감독님이 2002년 월드컵의 우상이고 이에 따라 선수들도 많이 와서 기대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전술이 하나도 없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팀 팬들도 커뮤니티에서 똑같이 말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정 코치는 "나도 많이 부족하다. 부족한 사람이다"라면서 "사실 성남에 2016년에 코치로 있으면서 강등도 당해봤다. 이후에 여려 가지로 상황이 바뀌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기본적인 것부터 다졌어야 했지만 그보다 너무 높은 것부터 선수들에게 알려주다 보니 어느 순간 꼬여버리게 되더라"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3년째 성남에 있다"라면서 "그런데 매 년 선수단이 많이 바뀐다. 거의 15명 이상의 새로운 선수들이 오기 때문에 이전에 다져 놨던 전술을 또 맞춰야 하는 상황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한 팬은 "코치님이 말씀하신 거는 다른 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3년 동안 하위권에 맴도는 것에 본인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며 물었다.

이에 정경호 코치는 "나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반등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어떤 형태로 나아가야 하는지,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참모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2016년의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질문에 대한 대답과 함께 상황 극복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정 코치는 이후 "내가 여기에서 '전략적으로 더 잘하겠다'라는 말은 못 하겠다. 하지만 1부 리그에 7~8년 동안 있으면서 느낀 것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감독님이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끔 하겠다. 다시 한번 차근차근 되짚어봐서 매 경기 열심히 한 번 해볼 테니 응원 부탁드린다. 사실 우리는 그만두면 된다.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지고 그건 감독님도 마찬가지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나는 성남을 사랑한다. 왜? 성남에는 선생님들도 있었고 내가 여기 다시 왔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왔고 감독님도 그렇다. 그러니 정말 남은 세 경기 한 번 해보겠다. 감독님과 코치진들하고도 의논하고 선수들과도 같이 이야기하겠다. 최대한 참모로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니까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성남 서포터스는 "그렇다면 또 믿어보겠다"라면서 "우리도 죽도록 응원하겠다. 물론 성적이 안 좋으면 당연히 속상할 것이다. 하지만 성적을 떠나서 다들 죽도록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경호 코치도 "선수들에게 지더라도 박수 한 번 받고 져보자고 이야기하겠다.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하며 긴급 회동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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