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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종합운동장=김현회 기자] 제주 주민규는 조성준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제주유나이티드는 1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수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 김오규의 자책골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지만 후반 주민규와 김주공, 이창민이 연속골을 뽑아내면서 극적인 3-1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 승리로 제주는 최근 네 경기 연속 무패(3승 1무)를 이어갔고 수원FC는 세 경기 연속 무승(1무 2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후반 28분 독특한 장면이 연출됐다. 제주 골키퍼 김동준이 길게 내준 공을 수원FC 수비수 정동호가 수비 진영에서 컨트롤하다 실수를 했고 이를 조성준이 끊어내 돌파하며 골키퍼까지 제치는 상황이 펼쳐졌다. 조성준이 발만 갖다대면 골로 연결될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같은 팀 동료인 주민규가 등장해 골을 결정지었다. 조성준 입장에서는 다 넣은 골을 동료에게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주민규는 조성준에게 미안했는지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시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 꼬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규가 개입하며 오프사이드가 선언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주심은 VOR 교신을 통해 득점을 인정했다. 주심이 교신을 하는 동안 주민규의 표정은 밝지 않았고 골이 인정된 이후에도 그는 크게 웃지 못했다. 주민규는 이 득점으로 올 시즌 7호골을 뽑아내게 됐지만 팀 동료의 골을 빼앗게 됐다는 점은 크게 눈치를 보는 모습이었다.

주민규는 주심이 VOR 교신을 하는 동안 조성준에게 다가가 “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인터뷰에 응한 주민규는 “그 장면에서 오프사이드 선언이 될까봐 내가 곧바로 슈팅을 하지 않고 기다려줬다”면서 “그런데 더 늦어지면 상대 수비수가 걷어 낼까봐 결국 기다리다가 내가 골을 넣었다. 나는 오프사이드 상황이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주민규는 “득점 이후에도 (조)성준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골 세리머니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주민규는 하프라인에서도 여러 차례 조성준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이날 제주는 이 득점 이후 두 골을 더 뽑아내면서 통쾌한 3-1 역전승에 성공했다. 팀 분위기는 좋았다. 라커에서 팀 동료들이 주민규를 향해 “득점왕 한다고 너무 욕심내는 거 아니야?”라고 장난을 걸기도 했다. 주민규는 “한 골을 더 넣었다는 만족감보다는 동료가 넣을 수 있는 골을 내가 넣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여전히 더 크다”라면서 "성준이한테는 그래도 이 상황 때문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 좋은 거 하나는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규는 "어시스트를 해줬으니까 신발을 하나 사주면 어떨까 싶다"면서 "피스마이너스원 ‘권도’보다도 비싼 명품 신발을 하나 사줄 생각이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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