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식이’에 대한 FC서울의 배려, 그리고 이어진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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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김현회 기자] 결국 ‘춘식이’가 한국을 떠났다.

FC서울은 올 시즌을 앞두고 브라질 출신 수비수 히카르도를 영입했다. 히카르도는 영입 발표 전부터 ‘춘식이’라는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 축구 커뮤니티에서 ‘춘식이건 히카르도건 빨리 FC서울로 오라’는 농담에서부터 시작된 별명이다. 큰 의미가 없는 별명이었지만 ‘춘식이’라는 어감이 주는 친근함으로 히카르도는 데뷔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춘식이’ 히카르도는 결국 K리그에서 딱 한 번 모습을 보인 채 팀을 떠나야 했다.

‘춘식이’는 지난 달 평상시처럼 훈련을 하다 몸에 이상을 느꼈고 큰 병원에 가서 진단을 해봐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운동량에 비해 훈련 도중 숨이 심하게 차는 등 이상증세가 느껴졌고 그는 서울 아산병원에서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충격적인 판정을 받았다. 부정맥으로 심장에 무리가 갈 경우 자칫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질환이었다. 최근 아르헨티나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도 부정맥 진단을 받고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10년 넘게 성인 무대에서 문제없이 뛰어온 히카르도는 이 소식을 듣고도 “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구단에서는 “선수 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고 결국 계약해지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가운데 FC서울은 ‘춘식이’를 위해 배려했다. FC서울 구단은 계약한지 불과 석 달밖에 지나지 않은 선수와 계약해지 사실을 전하면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올 걸 뻔히 알고 있었다. 기량 미달의 선수를 영입했다거나 선수가 사생활 문제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구설도 피할 수 없었다.

ⓒFC서울

하지만 FC서울 측은 ‘춘식이’를 위해 계약 해지에 이르게 된 병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부정맥 판정이 내려지면 향후 다른 팀에서도 선수로 뛰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92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29세가 된 히카르도는 부정맥으로 구단과 계약을 해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향후 거취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구단에서는 기자들에게도 “히카르도의 병명은 굳이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FC서울은 지난 3일 “지난 겨울 FC서울에 합류했던 히카르도 선수가 개인 건강 상의 이유로 FC서울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프로 생활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서 살게 됐던 ‘춘식이’는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바리바리 싸왔던 짐들을 모두 정리해 고국으로 돌아갔다. 히카르도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 영입돼 지난 3월 제주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딱 한 번 뛴 게 K리그에서 남긴 유일한 기록이 됐다. FC서울 측에서는 선수의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그를 자유계약으로 풀어줬다. ‘춘식이’는 그렇게 지난 3일 서울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알 만한 사람들은 ‘춘식이’의 병명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히카르도가 굳이 팬들과의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자신의 질환명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구단에서는 선수의 미래를 위해 구설에 오를 각오를 하고 배려했는데 히카르도의 너무나도 쿨한 행동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히카르도는 작별을 고하는 팬들에게 “부정맥 진단을 받았다. 잘 극복하겠다”는 감사 인사를 여러 차례 DM으로 전한 바 있다. 오히려 부정맥 질환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구단 직원들이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 관계자는 “‘춘식이’가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면서 “DM을 통해서도 팬들과 가감없이 소통한다. 우리도 그 DM 소식을 접한 뒤 놀라긴 했는데 이제는 뭐 세상에 다 알려진 내용 아닌가. ‘춘식이’가 질환을 잘 이겨내고 선수 생활을 잘 이어나갈 수 있게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상 쿨한 ‘춘식이’는 그렇게 한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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